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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전직 헌법재판관이 말한다

전직 헌법재판관 3명에게 듣는 탄핵 심판 7문 7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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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하경철, 조대현,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하경철(1999~2004년), 조대현(2005~2011년) 전 헌법재판관은 2004년 탄핵 사건 때 노무현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12명의 대리인단에 속해, 탄핵 사건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법률 전문가다.

송두환(2007~2013년) 전 헌법재판관은 가장 최근(2013년 2월)에 퇴임한데다가, 2003년 대북 송금 의혹 사건 특별검사를 맡은 바 있다

출처한겨레 21
하경철

2004년 사건은 탄핵 사유가 단순했다. 증인도 몇 사람 안 부르고 기록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그리 오래 안 걸렸다.

기본적으로 탄핵소추의결서를 피청구인인 대통령에게 송달하고 나서 대리인단이 답변서를 제출하기까지 20~30일 시간을 준다. 첫 공개변론 기일에 당사자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을 못한다. 그러면 다시 일주일쯤 뒤에 2차 기일이 잡히고, 증인 신청·채택 과정 등을 감안하면 3월 말 또는 4월 초쯤 선고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정지가 오래되면 좋지 않으니 재판부도 서두를 거다. 그러면 3개월 이내에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80일은 훈시규정이라 반드시 얽매일 필요는 없다.
송두환

기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다.

탄핵심판 사건은 ‘필요적 구술 변론’ 사건이므로, 공개변론 기일을 정하고 참고인 진술을 듣는 절차를 거치는데 그것만으로도 서너 달은 걸린다. 하지만 헌재가 서둘러 진행하면 기간을 단축할 여지도 꽤 있다.

출처한겨레21/ 송두환 전 헌법재판
하경철

헌법재판소법에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고, 헌재 심판과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결론을 달리하면 혼란이 오기 때문에 일반의 경우에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동안 언론과 검찰 수사에서 워낙 자료 검증이 많이 돼 있어 법원과 헌재가 90% 같은 선택을 할 것이므로 굳이 법원 판단을 안 기다리고 헌재가 독자적인 판단을 할 것이다.
조대현

일반인이 보기엔 비슷할지 몰라도, 법적으로는 법원에서 확정하는 사실과 헌재에서 확정하는 사실이 다르다. 법원은 범죄가 되냐 안 되냐를 판단하지만, 헌재는 헌법 위반이 되냐 안 되냐만 판단하면 된다.

출처한겨레21/ 조대현 전 헌법재판
하경철

헌재 처지에선 사건이 중대하니까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전에 끝내려고 서두를 거다.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은 30일 내에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국회에서 권한대행 총리가 임명하는 헌재소장을 인정해주겠나. 쉽지 않을 거다.

헌재소장은 행정 업무의 대표이고, 심판 업무에선 소장 궐위시 선임자가 재판장 역할을 하니까 박한철 소장이 퇴임한 뒤에라도 심판 진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거다. 다만 이정미 재판관 퇴임 뒤로 넘어가면 재판관 7명이 남는데, 정족수 7명을 채우지 못하면 심판기일 자체를 못 연다. 7명 중 누구 하나가 병원에 입원하는 일만 생겨도 재판이 늦어진다.
조대현

대통령이 권한 정지되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 헌재소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본다. 재판관 7명 이상 참석해야 심리를 할 수 있는데, 임명을 미룬 채 공석으로 두는 건 직무유기다. 내년 1월 후임 소장이 임명되려면 12월 말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후임 소장을 지명해야 할 거다.
송두환

가급적 재판관 9명이 다 있을 때 심리 평의가 이뤄지면 제일 좋고, 차선책은 적어도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에 재판관 8명 체제하에서라도 평의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하는데 (선고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는 등)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9명 체제이든, 7명 체제이든 결국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해야 인용될 텐데 9명 체제보다는 7명 체제가 굉장히 더 엄격한 조건이 되는 탓이다.

출처한겨레21 사진자료
조대현

대통령 퇴진이나 하야는 국회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그걸 국회에서 결정해달라고 한 것 자체가 초헌법적 발상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이 되면 사표를 못 내게 돼 있는데, (대통령 사퇴와 관련해) 그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논란이 예상된다.
송두환

국회법 해당 조항이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대통령 탄핵까지 예상한 조항인지 생각봐야 하는데,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없다. 틀림없이 논란거리는 되겠지만, 대통령이 사퇴할 수는 있다고 본다.

국회법 해석과 관련해선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할 테지만, 그 자체가 구속력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예상도 가능하다. 대통령이 사퇴한 다음에, 사퇴 효력을 부인하고 싶은 누군가가 (국회법을 근거로) 법원이나 헌재에 소송을 제기해서 법원이 이 문제를 판단할 필요가 생길 수도 있다.

출처한겨레21 사진자료
하경철

언론에 보도된 혐의대로라면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보수화한 것 같긴 하다.

재판관은 헌법에 의해 자기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 헌법은 외형이 나와 있어 눈에 보이지만, 양심은 내심에 관한 문제라 보이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재판관들이 ‘탄핵 사유가 된다, 안 된다’ 고민할 때 부딪히는 부분이 바로 양심이다.

재판관이 생각하기에, 탄핵 사유가 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파면까지 하는 건 안 좋다는 양심의 소리가 들리면 탄핵에 반대할 수도 있다. 그 양심의 결정은 본인이 혼자 고민하지만, 과연 국민에게 이익이 되나 안 되나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가 국민의 여론, 이른바 민심이다.
조대현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려는 제도다. 보수적 성향이란 것도 해석하기 나름인데, 헌법과 법률을 중시하는 게 보수적 입장이라면 탄핵을 거부할 성향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 검찰에서 99% 입증에 자신 있다고 하니까 대부분의 소추 사유가 인정된다면, 이로 인해 이 사람이 대통령을 더 이상 못하게 하는 게 국법 질서를 수호하는 것인가, 그럴 필요성이 있는가, 그 판단에서 견해가 달라질 수는 있다.
송두환

이번 사건은 보수-진보 또는 좌우의 문제는 아니다. 원칙을 파괴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종류의 사건이다. 촛불집회가 재판관들의 판단에 직접적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 다만 이 모든 사태가 우리 정치·사회 상황의 일부인 것은 틀림없으니, 재판관들이 최종 결정을 내릴 때 참작할 요소 중 하나로 들어가는 건 오히려 당연하다.

직접적 영향을 받아서 자기 본래의 철학이나 신념에 영향을 끼칠 바는 아니지만, 결론을 내릴 때 감안할 참고 요소로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출처벤쿠버중앙일보 사진자료
조대현

재벌들한테 돈 걷은 게 가장 큰 헌법 위반 행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해서 통치 권한을 위임받지만, 그 권한은 국민의 뜻에 따라 통치해야 할 권한이다. 국민의 뜻은 바로 헌법과 법률이다. 제왕적 통치권이 아니라는 거다.
송두환

(탄핵소추안에 문제된 죄 중에) 어느 하나 가볍지 않다. ‘경미한’ 헌법·법률 위반까지 다 탄핵 사유로 볼 수는 없다. 그래서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도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한 것이다. 공직자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법 위반. 헌재가 불명확한 부분을 좀더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한 표현으로 보인다.

결국은 재판관들이 자신의 가치관, 지식과 경험, 철학 등 모든 걸 동원해서 최종적으로 ‘이 정도 행위를 한 사람이 대통령직에 그대로 앉아서 국정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지, 안 되는지’로 단순화해 판단할 것이다.

출처프레시안 사진자료
하경철

국민을 위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탄핵 의결 전에 대통령이 사퇴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빠른 결심이 최선책인데 그게 안 되니 차선책은 탄핵 이후에 사퇴하는 방안이다. 사퇴가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냐는 법적 논쟁은 차치하고, 국정 안정을 위해서 정치적 타결을 빨리 모색해야 한다.
송두환

거의 외길 수순으로 탄핵까지 왔다. 탄핵 의결이 되었으니 이제 문제가 해결됐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거다. 대다수 국민은 ‘탄핵 의결 이후 과정도 정말 중요하다’ ‘설마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될 리야 있겠느냐’ 하면서도 그래도 혹시 하는 우려를 갖고 있을 거다. 헌재 결정까지는 국민이 계속 기대와 우려를 갖고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겠나.

원문 기사 / 황예랑 기자

제작 및 편집 / 신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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