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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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해본다.
한국 사회에는 왜 성공한 ‘기요틴 문화’가 없을까?
기요틴은 무겁고 날카로운 칼날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범죄자를 처형한 사형 집행 도구다. 그 잔혹함이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프랑스혁명(1789~1794) 때 특히 악명을 떨쳤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로베스피에르 같은 최고 권력자들이 기요틴으로 참수당했다. 전방위 특권을 누리며 폭정까지 저질렀던 이들이다. 광장 한복판에서 시민들이 권력을 제거하는 도구로 사용한 기요틴은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지금 기요틴은 혁명 당시
물리적 단두대를 뜻하지 않는다.
현대적 의미에서 기요틴은
옳지 못한 방식으로 특권을 누려온
‘권력의 힘’을 단칼에, 근본적으로 거세하자는 은유다.
염치도 체면도 차리지 않고 휘두른
'무소불위'의 결과값,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굳이 ‘기요틴 문화’를 떠올린 것은 지금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불법으로 상당한 사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1월20일 공소장에서 ‘피의자 박근혜’가 가진 권력을 이렇게 적시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 대통령은 사적 이익을 누리기 위해 자신의 힘이 닿는 거의 모든 영역을 활용한 것 같다. 경제, 군사, 안보, 정책, 금융, 세무 등 구석구석 손 안닿는 곳이 없었다. 염치나 체면을 차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선악을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하는 ‘무소불위’였다.
검찰은 국가 근간을 흔든 이번 게이트의 ‘주범’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점찍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처음 100만 인파가 거리로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수가 200만 명, 300만 명으로 불어날 기세다. 손을 잡은 연인과 아빠 목에 올라탄 꼬마의 모습이 정겹다.
그러나 “부당한 권력을 이제는 내려놓으라”는 이들의 요구는 진지하고 단호하다.
대통령도 공무원이다.
이번엔 가능할까? 우리에겐 최고 권력자가 끝내 시민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기요틴의 역사가 없다. 1960년 4‧19 혁명이나 1987년 6월 민주항쟁도 마찬가지였다. 끝장을 보지 못했다.
지금 대통령이 나라꼴을 이렇게 만든 것도
‘권력 거세’ 공포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
대통령이 거창해 보여도 세금으로 월급 받고 나라살림 하는 공무원에 불과하다. 2016년 1월1일 개정된 ‘공무원 헌장’은 이렇게 말한다.
‘공무원 박근혜’보다 일 잘하고, 헌신적이며, 헌법 가치를 실현할 이들이 곳곳에 얼마든지 있다.
글 / 홍석재 기자
편집 및 제작 / 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