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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면 차라리 버려

버리니 행복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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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사각형으로 만들어 정돈하라는 법칙이 있었다. 아직까지 유용하게 사용하는 유일한 기술은 속옷을 아주 작고 반듯한 사각형으로 접어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놓는 것이다. 이로써 서랍 속 공간을 확보한 나는 더 많은 속옷을 사서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허황된 풍요에 억눌려 피로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행복을 찾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시류에 영향받아 개인 블로그나 SNS에 정리한 물건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강현양(33)씨는 SNS에 자신이 버린 물건들을 그림으로 그려 올린다. 강씨는 처음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을 때 이것이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구체적으로 상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집이 정리되고, 점차 무언가 치우고 정리할 것이 줄어들면서 스트레스도 줄었다고 전한다. 소비도 신중해졌다. 가지지 못한 것에 안달복달하거나 절제하지 못하고 충동구매를 하는 성향이 점차 사라졌다.

그가 그린 100번째 그림은 7년 전 우울했던 어느 날 기분을 달래려고 산 원피스다. 그는 그림을 보내주며 이렇게 설명했다. 
버리기 시작하기 전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인터넷 쇼핑으로 울적한 기분을 누르곤 했다. 그런데 이내 매력이 사라져버리는 물건은 결국 짐이 됐다. 또 다른 자극을 원했고 물건은 계속 늘어갔다. 이제 소유하고 소비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는다.

블로그에 미니멀 라이프 일기를 쓰는 도미지(32)씨 또한 자신이 버린 물건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한때 너무 갖고 싶었지만 지금은 구시대의 유물이 된 디지털 카메라, 친구가 사준 시계, 너무 빨리 ‘최신’으로부터 멀어져버린 커플 휴대전화 등이 그것이다. 먼지 쌓인 상자를 들추며 언젠가 의미 없이 소각될 물건들을 정리한다.

미지씨는 물건을 버리기에 앞서 자신을 억누르던 가장 크고 무거운 것을 정리하기도 했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직업을 버렸다. 
이걸 이루기 위해서 혹은 갖기 위해서 내가 노력해왔던 게 얼마인데,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덜 일하고, 덜 소비하고,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지금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필요조건으로 비우기를 내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러스트레이션/선현경

출처예담출판사 제공
한때 불었던 인문학 열풍과도 비슷한 이유인데, 우리는 과거처럼 자식을 키우고 노후를 설계하는 삶을 더 이상 살 수 없다. 사회가 긴축 분위기이니까 삶의 방식도 그렇게 따라가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있지만 충족한 감정을 손에 쥘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일상 속에서 우리는 버림으로써 오히려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글 신소윤 기자
편집 남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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