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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기자 노종면, 다시 YTN 앞에 서다

조회수 2017. 6. 14. 08: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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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장직에 도전하는 해직기자 노종면.

회사에서 해직된 사람이 그 회사 사장이 되기 위해 나섰다. YTN 해직기자 노종면의 이야기다. 노종면 기자가 11일 "YTN 사장 공모에 입후보 하기로 결심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출처: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지난 달 조준희 사장이 자진사퇴하면서 YTN 사장직은 공석이 됐다. YTN은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장 공모자를 검증, 선임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해직돼 YTN 소속이 아닌 노 기자도 사장 공모에 입후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종면은 누구인가. 

그의 이야기는 9년 전인 2008년 7월로 올라간다. 

출처: YTN

이명박 대통령 임기 첫해, 정권의 ‘낙하산 인사’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언론특보를 맡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대변인실 자문위원을 맡은, 노골적인 친정부 인사였다.


낙하산 선임이 이뤄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구 사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8월, 노종면은 YTN지부의 위원장으로 당선된다. 노종면은 당시 YTN의 대표작인 <돌발영상>의 제작을 맡았고, 또 간판인 <뉴스창>의 앵커로 활약하는 스타기자였다.

출처: YTN지부

그런 그가 회사로부터 해직되기까지는 채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8년 10월6일, YTN은 노종면을 포함해 6명의 기자(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를 해고했다. 사장반대투쟁 주동자들에 대한 징벌이었다.


그리고 해직투쟁이 시작됐다. 금방 끝날 수도 있었던 싸움이다. 2009년 4월 YTN 노사는 “2008년 10월에 발생된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정권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해 8월, 구본홍 사장이 선임 1년1개월만에 자진사퇴했다. 10월에는 배석규씨가 사장이 되었고, 11월에는 법원이 ‘6명 전원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새로운 사장은 4월 합의를 뒤집고 항소했다. 그렇게 투쟁이 장기화됐다.

출처: YTN지부

법원은 사건을 끌었다. 2011년 4월에야 2심 판결이 있었다. ‘권석재·우장균·정유신 해고 무효, 노종면·조승호·현덕수 해고 정당.’ 노종면은 여전히 해고자였다. 다시 3년 뒤인 2014년 11월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굳어졌다. 대법원 판결이 있던 날, 우장균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6년 전에 해직이 됐다가 6년여 만에… 마흔 다섯에 해직이 됐는데 오십 하나가 돼서 여기 서게 됐습니다. …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이 자리에 서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송구합니다.”

그 지난한 세월 동안에도 노종면은 한시도 멈춰있지 않았다. 2012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대안언론 <뉴스타파>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 초대 앵커를 역임했다. 2013년 가을에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에 합류, 제작국장이자 ‘뉴스K’ 앵커로 활약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뉴스 유통 플랫폼 <일파만파>를 설립했다.


노종면의 투쟁기는 올해 1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에 담겼다. 그를 포함해 해직기자 20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제 노종면이 다시 YTN 앞에 섰다.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3천일 넘게 품어온 복직의 꿈을 내려놓겠다며 배수진까지 쳤다.

“이번 도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YTN에서의 제 소임이 끝났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 YTN 사장, 배수의 진도 없이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사장 사퇴 후 YTN에서 해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 회의가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의 배수진은 의미심장하다. 모처럼 열린 가능성 있는 길을 가지 않고, 어렵지만 가야할 길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출처: MBC

그는 이번 사장 공모가 촛불의 요구라고 말한다. 실제로 2008년 이후 한 번도 운영되지 않았던 사장추천위원회가 9년 만에 부활한 것은 정권이 바뀌어 가능했다.


5명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대주주인 한전KDI, 한국마사회, KGC인삼공사 등이 추천한 3명과 시청자·사원 대표가 각각 추천한 2명으로 이뤄진다. 


사추위는 12일 위원구성을 마무리하고 16일까지 서류접수를 받는다. 심사를 통해 2~3배수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가 최종 선정한다. 선정된 새로운 사장은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선임돼 임기를 시작한다.

출처: 한겨레 탁기형 선임기자

과연 노종면은 9년 만에 회사로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을까. “첫 직장, 꼬박 6개월 동안 월급 한 푼 못 받으면서도 지켰던 회사, 제게 기자로 살게 해준” YTN을 위해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제작 / 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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