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은 요즘 누워서 재판 받는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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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 개그맨 이경규는 최초로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을 선보여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섹션TV와의 인터뷰에서 눕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옛날보다 몸이 안 좋더라. (…) 그래서 슬슬 눕기 시작했다"
고 했는데요.
그런데 법정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요즘 거의 눕다시피한 채로 재판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경규씨처럼 그도 '본격 법정 눕방'을 시작하고 싶었던 걸까요?
건강이 안 좋다는 걸 끊임없이 호소하면서 몸이 안 좋다며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힌 채 재판에 임한다고 합니다.
김 전 실장은 현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검찰은 중형인 7년을 구형했습니다.
김 전 실장의 '눕방' 의도는 죄를 뉘우치기 보다 건강 이상을 법정에 호소해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엔 늘 정장을 입고 법정에 나왔던 것과는 달리 환자복 수의를 입고 나오면서
"심장이 언제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고, 사복으로 갈아입을 여력이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말뿐만이 아니라 실행에도 옮긴 적이 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5월에 건강 이상을 이유로 보석을 청구했습니다.
또 "탄핵당한 대통령을 제가 보좌했는데, 사약을 받으라하면 그냥 마시고 끝내고 싶다"면서도, 구형 직전엔 변호사를 통해
"한국 남자 평균 수명이 80세다. 그냥 놔둬도 1~2년인 노인에게 무슨 형벌이 필요하냐"라는 변론을 펼쳤습니다.
결론적으로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재판 내내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블랙리스트는 본 적도 없고, 억울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를 받고 이를 거절하지 못했던 문체부 및 산하기관 직원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참회와 반성으로 고백했습니다.
장용석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장은 "죄송하다는 말이 자기 값을 잃어버린 시대"라며 반성했고
홍승욱 예술위 부장은 "문화예술인에게 사과드리고 싶다. 정말 창피하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2월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화예술인에게 사과했고요.
문체부 직원들의 진정성에 대해선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1호'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이윤택 예술감독도
"문체부 직원들이 블랙리스트 적용을 엄청나게 막아주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물론 "어쨌든간에 부당한 지시를 따른 '영혼없는 공무원'들"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또 블랙리스트로 많은 예술인들이 피해를 본 것도 엄연한 사실이고요.
그러나 부당한 지시를 내린 당사자는 잘못을 외면하고
지시를 따른 사람들은 눈물흘리며 사과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비단 김기춘 전 비서실장뿐만이 아닙니다.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도움을 주도록 해 유죄를 선고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합병 찬성은)복지부 직원들이 출세하고 싶어서 나서서 한 것"이라는 식으로 변론을 해 직원들의 눈총을 샀고요.
이 모든 일의 총 책임자,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기업에 재단 출연 기금을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안종범 전 수석이 기를 쓰고 재단을 만들려고 했다"며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김기춘의 '눕방'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이경규씨는 개그맨입니다. 그는 카메라가 꺼지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재밌는 방송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국민을 웃기기 위해서 치열한 고민을 하는 걸까요?
국민들은 하나도 안 웃긴데 말이죠.
유죄 선고를 받자 벌떡 일어나 분함을 표현한다면 글쎄, 피식 웃을 수도요. 물론 냉소일 겁니다.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한 선고는 오는 27일 이뤄집니다.
참고
한겨레, <남 탓하는 주도자들, 참회하는 공무원들>, 2017.7.3.
한겨레, <'환자복' 수의 입고 법정 선 김기춘… "사복 입을 기력 없어">, 2017.6.9.
한겨레, <이윤택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가 잊고 있던 저항정신 일깨워줬다">, 201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