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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죽인 2016년의 사람들

수많던 2016년의 '사회적 죽음' 올해는 나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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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밝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여전히 곳곳에 드리워있다. 지난해 수많은 생명들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 파견직에 하청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무책임으로, 광장에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불공평한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까지는 아니어도 불행한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한겨레21>은 2016년의 사회적 죽음과 사고들을 다시 한 번 되짚고자 한다.


1. 삼성·LG 메탄올 실명 사태

2016년 1월, 휴대폰 부품을 만들던 20대 노동자 5명이 메탄올에 중독돼 그 중 4명이 실명했다. 사고 사업장은 삼성‧엘지전자의 휴대전화 부품을 생산하는 3~4차 하청업체들이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는 원청에 해당하는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질 의무가 사라진다. 불법 파견 노동으로 원청의 요구를 버티는 중소 하청업체들은 산재를 예방할 여력이 못 된다. 메탄올 대신 에틸알코올 사용이 안전을 이유로 권장되지만 가격은 3배 가량 비싸다. 하청 구조 하에서 돈이 매번 안전에 앞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파견직을 양산하는 시스템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 역시 피해를 확산시키는 데 한 몫 했다. 

당시 정부는 실태조사를 벌여 “추가 환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정부가 전수조사를 했다던 사업장이었다. 결국 정부의 허술했던 대처는 20대 파견노동자들의 빛을 앗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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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성기업 노동자 자살

2016년 3월, 유성기업의 한 금속노조 조합원이 스스로 목을 매어 숨졌다. 그는 회사 쪽의 노조 탄압 이후 계속 이어진 노사갈등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의 죽음 역시 하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고인이 속했던 유성기업은 현대자동차의 하청 기업이다.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 기업노조 설립 등의 과정에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는 기업이다. 

창조컨설팅은 2003년 1월에 만들어졌고, 대표는 심종두 노무사다. 심 노무사는 병원과 금속 사업장의 ‘노조 파괴’ 컨설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노사대책팀장, 법제팀장 등으로 13년 동안 근무해 경영계와도 관계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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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공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고 회사 쪽이 조합원들을 집단적으로 징계해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3.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

2016년 5월,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를 맡았던 19살 김아무개씨는 구의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갓 고교를 졸업한 그는 서울메트로로부터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받은 하청업체의 계약직 직원이었다.

원청인 서울메트로는 하청을 쥐어짜느라 바빴다. 서울메트로가 필요했던 현장인력 숫자보다 부족한 하청의 적은 인원이 작업에 투입됐다. 게다가 점검·유지보수· 청소 업무 중 연평균 1만2619건에 달하는 유지보수 부분을 서울메트로는 용역비에 반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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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과 하청간의 얽힌 먹이사슬구조에서 김씨는 가장 아래에 속했다. 하청에서도 김씨는 계약직 직원이었다. 김씨가 속해있던 은성PSD의 당시 직원 중 8할은 계약직이었다. 그가 작년 1월부터 숨지기 전까지 받은 급여는 매달 평균 143만2688만원. 시간당 급여로 치면 6459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6470원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4.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구의역 참사와 같은 5월,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에서 낯선 남성에 의해 20대 여성이 살해됐다. 범인은 당시 "여성들이 그동안 자신을 모욕"했기에 살인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CCTV를 보면 범인은 화장실에 숨어 1시간 반을 기다리면서 남자들을 보내고 여자만을 노렸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쏟아졌다. 2016년 한 해 강남역 살인사건 뒤 여성혐오 반대부터 문학계·영화계 등 각 분야의 성폭력 현실 고발 릴레이가 이어졌다. 유리천장이나 임금격차 등, 사회‧경제적인 여성 차별에 대한 논의 역시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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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참사

2016년 6월, 경기도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이 붕괴돼 작업 중이던 노동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구의역의 김씨처럼 이번 사고 피해자 역시 하청업체가 고용한 노동자들이었다.

대형 원청업체 직원들은 주로 현장 설계·시공관리 업무를 맡는 반면, 현장에서 위험한 공사를 하는 쪽은 매번 하청업체 직원과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업계에서는 사고를 줄이려면 공사비를 절감하려는 저가 수주, 발주처의 공기 단축 압박에 따른 무리한 공사 등의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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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백남기 농민 사망

2016년 9월 25일 백남기 농민이 끝내 숨을 거뒀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때 최루액이 섞인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중태에 빠져 316일 동안 사경을 헤맨 뒤였다. 정황상 공권력의 폭력이 분명한 사인이었다. 

하지만 백씨를 진료했던 서울대병원은 석연치 않은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 경찰과 검찰은 백씨의 사망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며 유족이 원치 않는 부검을 강행하려했다.

백씨의 진료를 맡았던 서울대병원은 9월25일 사망진단서에 사망 종류를 ‘병사’라고 적었다.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는 ‘병사’, 외부 충격 등의 요인으로 사망했을 때는 ‘외인사’라고 적는다. 백씨의 경우 외부 충격이 이뤄진 것이 분명한데도 서울대병원은 그의 죽음을 병사로 분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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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불공평한 죽음은 계속됐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숙박업소 철거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로 인부 2명이 모두 숨졌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책임을 떠넘기는 건설업계 관행은 이번에도 확인됐다.

세월호 1000일이 흘렀지만 그동안 한국사회는 바뀌지 않았다. 죽음은 결코 돈과 성별, 그리고 권력 앞에서 평등할 수 없었다. 사회적 죽음이 만연한 이곳에서 '진짜 가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작년의 억울했던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편집 및 제작 / 노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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