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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국민 했나..." 시민들의 목소리

예술혼 자극하는 시국, 진실 촉구하는 청소년과 청년들… 계속되는 불통에 분통 터진 시민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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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언제나 그랬듯 자기 할 말만 했다.
11월 4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 때도 준비된 말만 읽고 황급히 사라졌다. 이날 담화문 발표에 앞서 집계된 대통령 지지도는 최저치를 또 한 번 경신했다.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다.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와 관련해 '잘 하고 있다'고 답한 국민은 5%에 불과했다(한국갤럽, 표본오차±3.1포인트). 20~30대의 지지율은 1%에 그쳤다.

<한겨레21>은 대통령 담화문 발표 직후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hankyoreh21)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사람들은 절망을 거듭했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어느 부분이 사과인지 누가 설명 좀 해달라. 아무리 듣고 봐도 무얼 사과한 것인지 모르겠다. 미안하다? 그게 사과인가? 미안하긴 한데,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게 결론 아닌가. 그게 무슨 사과인가.
_김상민
아무리 노력하고 양심 지키고 빚까지 지며 살아도 삶이 점점 더 고통스러운 이유는 권력의 부정부패, 사기꾼이 득세하도록 하는 잘못된 법 때문이다. 담화문에는 변명과 보이지 않는 꼼수만 가득하다.
_이은실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출처YTN

시종 감정에 호소하는 대통령의 담화에 누리꾼들은 냉소를 보냈다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발표 후 인터넷 상에는 "내가 이러려고 ○○했나"를 활용한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져 나왔다.


전 국민적 분노의 물결이 일어난 지난 10월 말부터 보수와 진보, 청소년, 청년 가릴 것 없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시위에 나섰으며 대학가에선 '시굿선언'도 벌어졌다.

중앙대학교 총학생회는 10월 27일 시국선언과 함께 굿 공연과 뮤지컬 공연을 발표했다. 10월 31일 오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석관캠퍼스에서도 시국을 개탄하는 굿판이 벌어졌다. 옛 안기부 터이기도 한 이곳에서 학생들은 '시굿선언'을 했다.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한예종 총학생회장 황예정(24)씨는 "시국에 비판적인 태도로, 작금의 무속신앙과 전통예술에 대한 소비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부패가 현 정권의 퇴진과 동시에 완전한 해체,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새로운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 혼란의 시대에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것을 나누려는 예술가의 사명이 막중함을 느낀다.
_황예정 한예종 총학생회장
#한예종 시국선언

10월 31일, 한예종 전통예술원 학생들이 모여 만든 공연팀 '나길'이 주축이 되어 별신굿을 벌였다. 당일 현장에는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 외부인을 포함해 관객 400여 명이 모였고,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은 조회수가 20만 건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중앙대학교 시국선언

11월 3일, 중앙대학교 시국선언에서는 '레미제라블OST'를 개사해 1000여 명이 합창했다.

한편 연세대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형식의 '참여형 대자보'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한 문장은 깊은 울림을 자아냈다. 대자보 하단에는 "여러분의 손에 의해 대한민국의 잘못된 민주주의가 벗겨질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대자보를 제작한 정겨윤(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3학년)씨는 "처음에는 글을 쓰려 했으나 제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전화인터뷰)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청송관 1층 엘리베이터 앞 붙은 참여형 대자보. 학생들은 걷어내는 사람을 함께 그려 넣으며 참여할 수 있다.

11월 1일 최초로 거리행진을 자발적으로 기획해 광장으로 나선 대학생 정주희(24)씨는 11월 2일 <한겨레21>과 광화문에서 만났다. 정씨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많은 대학생이 부끄럽고, 화나고, 이런 국가에 살고 있다는 것에 허탈감을 토로한다고 전했다.


자발적인 거리시위에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같은 뜻을 가진 600여 명의 학생, 교수, 학내 노동자들의 교문을 나섰다. 학교 주변 주민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지 않을지 걱정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들의 시위에 환호했다.

2012년 대학에 입학했다. 학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많았다. 20대 투표율도 낮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말도 안 되는 실책, 세월호 참사 등을 보면서 20대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금까지 참고 생각만 해오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청소년들 또한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통탄을 뱉어냈다. 중고생을 주축으로 한 청소년단체 '나비정치연구소'는 10월 3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라고 물으며 "우리는 훗날 투표를 통해 직접 참정권을 행사하게 될 청소년들이다. 우리에게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까?

현재 고3인 오병주 나비정치연구소장은 "나중에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창피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월 4일 박 대통령이 졸업한 서울 용산구 성심여고에도 대자보가 붙었다. 이들은 교훈인 '진실, 정의, 사랑'을 내세워 "박 대통령이 국민을 사랑으로 안을 자신이 없다면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모교 성심여고 대자보

#대구 여고생 자유발언

11월 5일, 대구에서 열린 시국대회 자유발언대에 선 18세 여고생 조성혜 양의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분노와 함께 절망도 깊어졌다. 자신을 은퇴자라고 밝힌 허득길씨는 "정권이 두 번 정도 왕복하면, 민주주의가 완성되리라 인내하며 살아왔다. 발전이 있다며 자위하며 살았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이 답답함을 내 세대에서 끝낼 수 없는 불길함이 든다"고 호소했다.


수험생들 또한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기억하시나요?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닌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라며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이 정권이 잘못됐다는 것이 반박의 여지 없이 드러났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꾸준히 있었던 온갖 비리들처럼 또 쉬쉬하게 될까봐 무섭다. 세월호 탐사보도를 파고들었던 것처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모든 사건들도 끝까지 파헤치길.
_이채연

#대통령은 수사에 철저히 임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담화문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출처MBN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국민은,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들다. …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는 대통령의 말에 "국민들도 상처받았다"고 맞받아쳤다.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염려를 끼쳤고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줘서 가슴이 아프다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잘 알겠네. 사퇴하시라!
_김세중

글/ 신소윤 기자·성연철 기자

편집 및 제작/ 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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