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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좌충우돌을 MVP로 만든 맷동님과 타이거즈의 새 주장

조회수 2021. 2. 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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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만한 달리기에 벤치행

개막 3주차다. 2014년 4월 19일 경기다. 1-3이던 7회. 뒤진 홈 팀이 돌연 좌익수를 교체한다. 어디 아픈가? 아니, 멀쩡하다. 타격 부진? 3타수 무안타다. 하지만 시즌 타율은 3할에 가깝다(당시 0.295). 게다가 팀 간판 타자다. 관중석이 술렁인다. 'Why him?'

결국 3-4, 홈 팀이 석패했다. 경기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왜 바꾼 거죠?'

돌아온 감독의 답은 간단했다. "열심히 뛰지 않아서." 그러니까 6회 말 공격 때였다. 투수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질주 하지 않았다는 게 교체의 이유였다. GM(마이크 리조)도 거들었다. "감독의 결정을 100% 지지한다."

서슬 퍼렇던 사령탑은 바로 맷 윌리엄스다. 메이저리그 감독 데뷔 첫 달의 일이다. 질책의 대상은 브라이스 하퍼였다. 한창 뜨던 21살 때였다. 벌써 두 번이나 올스타에 뽑힌 팀의 간판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기자들 마이너행 질문에 벌컥

그로부터 4개월 뒤다. 내셔널스의 8월이 숨가쁘다. 가을 야구를 위해 스퍼트 중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타선의 기복이다. 특히 주력 타자가 영 시원치 않다. 바로 그 문제의 하퍼다.

엄지 통증 탓에 5~6월을 통째로 쉬었다. 7월에 복귀했지만 타격감은 바닥이다. 타율(0.228)이 멘도사 라인에서 헤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메츠전에서 4타수 무안타였다. 삼진만 3개를 당했다. 경기 후 어느 기자가 물었다. '혹시 마이너행을 고려하지 않나요?' 그러자 감독(윌리엄스)이 폭발했다. 젠틀한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뭐요? 이 방(프레스룸)에 있는 모두에게 한마디하죠. 내가 그 따위 이상한 생각이나 하는 사람 같나요? 그 친구는 우리 팀의 아주 중요한 선수입니다. 괜한 말들은 불공평한 일입니다. 그 친구나, 다른 우리 선수들 모두에게 마찬가지죠. 그건 용납될 수 없어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결국 하퍼는 8월에 반등했다. 내츠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벌컥한 사람은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출처: 게티이미지

우린 주로 야구 철학에 대해서 얘기한다

이듬해 5월이다. 골칫덩이가 무섭게 질주했다. 한달간 13개나 넘겼다.

어느 기자가 관찰력을 발휘했다. '어제 말이죠. 브라이스가 볼넷 다음에 당신(감독)과 한참 얘기를 나누더니, 그 다음 타석에 홈런을 치던데요? 어떤 기술적인 조언이 있었는지요.'

"전혀요. 그 친구와는 기술적인 얘기는 안해요. 이미 완성된 타자죠. 대신 어떤 철학적인 대화를 주로 나누죠. 이를테면 그의 레벨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갈지 하는 부분을 얘기하죠."

선수 보호해주려다 두 번이나 동반 퇴장

그 해(2015년) 가을. 고난이 계속됐다. 팀에게도, 감독 자신에게도 그랬다. 연패를 밥먹듯 했고, 발버둥쳐도 순위는 그대로였다. 게다가 사건/사고도 끊이질 않았다.

5월에는 일주일 새 두번이나 퇴장당했다. 모두 하퍼와 함께였다. 볼판정에 항의하는 그를 보호하려다 겪은 일이다.

9월 말. 결정적인 일이 터졌다. 덕아웃 멱살잡이가 TV로 생중계됐다. 베테랑 투수 조나단 파펠본(35)과 하퍼(23)의 몸싸움이었다(이때도 어슬렁 달리기 탓이었다). 가뜩이나 칙칙한 분위기는 바닥을 뚫었다. 결국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출처: 게티이미지

인사발령 "나지가 잘 이끌것"

타이거즈의 훈련이 시작됐다. 광주 임동의 챔피언스 필드가 후끈거린다. 실내 타격장, 지하 주차장이 모처럼 거친 숨결을 맞는다. 새로운 의욕들이 불타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도 탄생했다. 신임 캡틴은 한결 날렵해진 나비다. "나지가 후배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감독의 지명이다. 신뢰와 기대가 담긴 인사 발령이다.

물론 그 역시 간단치 않은 캐릭터다. 경력 자체에 에피소드가 많다. 30대 중반이 되며 스탯도 내리막이다.

그런 그가 달라졌다. 맷동님 부임이 계기였다. 좌익수, 4번 자리에 고정됐다. 파격적인, 어쩌면 위험한 시도다. 그런데 성과가 나타났다. 92타점을 생산했다. 윌리엄스가 자주 "판타스틱"을 외쳤다. “기대 이상으로 가장 잘해준 선수는 풀타임 외야를 소화해준 나지였다.”

최연소 만장일치 MVP의 탄생

브라이스 하퍼는 좌충우돌이다. 격렬한 스윙만큼 강력한 캐릭터다. 심판, 상대팀, 심지어 팀원들과도 일전불사다. 그런 점이 천재성의 저해 요소였다. 19세 신인왕 이후 한동안 제자리 걸음이었다.

그런 그를 활짝 피게 만든 게 윌리엄스였다. 질책과 신뢰, 그리고 깊이 있는 소통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재임 2년차(2015년)에 잠재력이 폭발했다. 42홈런, OPS 1.109, WAR은 9.5까지 올라갔다. 테드 윌리엄스 이후 최고의 22세 타자였다. 리그 MVP는 당연했다. 최연소 만장일치였다.

공교롭게도 그의 등극과 윌리엄스의 해임은 동시에 일어났다. 포스트시즌 실패, 무너진 팀워크 탓이 컸다. 말썽쟁이는 뒤늦게 애정을 고백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감독으로서. (Truly, I love him as a manager)." 그래도 미안한 건 아나보다.

출처: 게티이미지

나비의 날갯짓

챔피언스 필드에서도 한결같다. 윌리엄스의 리더십은 바뀌지 않는다. 냉정한 인내와 통찰을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하퍼와 같은 성공 사례가 기대된다. 어쩌면 그게 나비의 날갯짓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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