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그렇게 치면 안되는데" 이치로도 포기한 레그킥, 김하성은 어떨까

조회수 2021. 1. 8. 09: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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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왜 저쪽으로만 치지?"

"…."

"오른쪽으로는 못 치나?"

"예, 나중에요."

출처: 사진제공 =게티이미지

2001년 일이다. 매리너스의 스프링캠프 때다. 한 명에게 유난히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 기자만 족히 100명은 돼 보인다. 미국 첫 해를 맞는 스즈키 이치로였다.

처음부터 묘한 게 있었다. 타구 방향이다. 이상하게 왼쪽으로만 쏠린다. 지켜보던 감독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루 피넬라였다. 저렇게 밀어치기만해서 괜찮으려나? 며칠 뒤, 기자들 앞에서 진단을 내렸다. "타율은 0.280~0.300 정도 치겠군. 도루는 한 30개 하겠어. 그런데 홈런은 글쎄…."

캠프 3주차가 지났다. 반환점을 돈 것이다. 그 때부터 타구 방향이 달라진다. 계속 '우향우' 중이다. 당겨치기로 제법 날카로운 공도 날아간다. 그래도 본인은 뭔가 못마땅하다. 결국 안되겠다는 표정이다.

"폼을 바꿔야겠어요." 유명한 '시계추(진자) 타법'은 사라졌다.

출처: 사진제공 =게티이미지
왼쪽이 일본시절의 시계추 타법이다.

또 한 명이 태평양을 건넌다. 동양인 내야수다. 여럿이 도전했지만 이제까지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이번에는 다르다. 타석에서 꽤 매력적이다. 크지 않은 몸집인데, 엄청 야무지게 돌린다. 압도적인 배트 스피드, 거칠 것 없는 스윙이다. 유격수로 30홈런도 쳤다. 그것도 투수편 들어주는 고척돔에서 그랬다.

하지만 걸리는 게 있다. 타격 자세다. 다리를 많이 쓰는, 이른바 레그 킥(leg-kick)을 한다.

그런 풍문도 돌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딱 한 타석 보더니 "어? 다리 들고 치네?" 그리고는 바로 시선을 돌리더란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헐값(?)을 매겼다. "많이 받으면 (연봉) 한 200만 달러 정도?"

다리를 쓰는 이유가 있다. 체중 이동으로 힘을 모을 수 있다. 장타력에는 분명 도움된다. 반면 단점도 생긴다. 움직임 탓에 타이밍에서 손해본다. 시각적으로도 불리하다.

그래서 레그킥에는 선입견이 존재한다. '한국이나 일본 수준에서나 통한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어렵다.' (투수) 공이 더 빠르고,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출처: 사진 = 게티이미지 제공
일본 오릭스 시절 오기 감독과 총리 공관을 예방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시계추 타법을 흉내내는 모습.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성공 사례도 꽤 있다. 대표적인 게 저스틴 터너다. 메츠에서 쫓겨난 그는 고향 LA로 왔다. 거기서 과외 선생을 만났다. 사설 교습소를 운영하는 덕 래타다.

그와 레슨을 통해 레그킥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이듬해 봄, 다저스 캠프에 초청선수로 참가했다. 여기서 일약 신데렐라로 거듭났다.

그 밖에도 호세 바티스타, 미겔 카브레라, 호세 알투베 등이 다리를 쓴다. 마이크 트라웃도 약한 버전의 레그킥 동작이 있다. 추신수도 한때 시도한 적 있다.

출처: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반면 아시아 출신들은 그것 때문에 고생들이 많았다. 이치로 처럼 대부분은 포기하거나, 좌절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해적선을 탄 강정호다. 그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한국 시절의 하이(high) 레그킥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과도 괜찮았다. 만족스러운 첫 해(2015)를 보냈다. 타율 0.287, 15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2년째부터 밀리는 기미를 보였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불리할 때는 보통 타격폼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아마 사생활 요인이 아니더라도, 다리 동작은 계속 수정/보완이 필요했을 것이다.

출처: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이치로는 변신에 성공했다. 레그킥을 버리고, 10년 연속 3할 타율의 위업을 이뤘다. 두자릿수 홈런은 3번 뿐이다. (일본시절은 7년 연속 10+ 홈런)

그런데 김하성의 경우는 다르다. 가장 큰 매력은 폭발적인 스윙이다. 다리를 들지 않고는 유지하기 힘들다. 쉽사리 수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는 강정호에게 레그킥을 전수받았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건 아니다. 레그킥이라고 다 같지 않다. 저스틴 터너, 강정호의 경우는 왼다리를 허리까지 높이 든다. 반면 김하성의 경우는 절반 정도만 쓴다. 이를테면 순한 맛 버전이다. 덕분에 리스크는 반감된다. 기대치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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