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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순박하고 독실한 효자마저 욕을 하고 돌아서는 미친 제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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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을 타고 전세계로 전해진 F 워드

어느덧 후반전이다. 6회 초. 스코어는 6-0으로 기울었다. 원정 팀은 별 희망도 없다. 손 쓸 틈 없는 패배가 다가오는 중이다. 맥없는 공격만 이어질 뿐이다.

1사 후, 8번 타자 차례다. 제법 끈질기다. 파울 2개를 걷어내며 실랑이를 벌인다. 카운트 2-2에서 7구째를 버텼다. 먼쪽에서 꺾인 커브(73마일)였다. 약간 빠진 공에 배트를 참았다. 풀 카운트. 의외의 접전이다.

이윽고 8구째. 이번엔 패스트볼이다. 92마일짜리 포심이 무릎을 파고 든다. 움찔. 몸을 빼며 피했다. 그런데 웬걸. 구심이 주먹을 내뻗는다. 그리곤 TD 볼파크가 쩌렁하게 울린다. "스트라이크." 동시에 타자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터졌다. 'F'자로 시작하는 절규다. 참을 수 없는 분노의 외침이다.

어찌 한 번으로 충분하겠나. 뒤돌아서는 몇 걸음 새 서너번이나 폭발한다. 마치 래퍼같다. 험한 입 모양이 속사포를 쏟아낸다. 하필이면 고요한 구장이다. 그의 화는 랜선을 탄다. 날 것 그대로 전세계에 전해진다.

하긴 뭐. 이해는 간다. 조금 애매한 공이다. 확실히 표적 안은 아니다. 공 0.5개 정도 빠졌나? 그런데 뭐 어쩌라고. 그 정도면 '나이스 피칭'이다. 그리고, 어디서 감히. 겨우 27살짜리가. 함부로 눈을 부라리냐 말이다.

실업자 아버지에게 트럭을 사드린 효자

가해자는 못 본 척이다. 슬쩍 돌아서 외면해버린다. 중계석에서도 낄낄거린다. 어제(한국시간 14일) 경기의 7번째 삼진, 양키스 클린트 프레이저를 잡아내는 순간이다.

겨우 8번 타자다. 외야수 치고는 내세울 게 없다. 그렇다고 만만히 볼 일은 아니다. 촉망받는 유망주다. 꽤 괜찮은 아마추어 스펙을 가졌다.

출신지가 아련하다. 조지아주의 로건빌이다. 인구 1만명 남짓의 소도시다. 그래도 야구 하나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로건빌 고교 때 상이란 상은 휩쓸다시피했다. 11학년 때 (2012년) 타율이 0.424에 24홈런을 쳤다. 그해 재키로빈슨상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12학년 때는 한 술 더 떴다. .485/.561/1.134(타율/출루율/OPS), 17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3년 드래프트에서 1번 픽(전체 5번)으로 선택됐다. 고교생으로는 유일했다. 모교 강당에서는 마을 파티가 열렸다. 동네 사람들이 전국구 스타의 탄생을 축하했다.

사이닝 보너스도 거액이다. 350만 달러(약 39억원)에 인디언스에 입단했다(2016년 양키스로 트레이드 이적).

시골 형편이 뻔하다. 그 무렵 아버지는 실직자였다.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가 살림을 꾸려갔다. 기죽을까봐 아들에게는 쉬쉬했다. 나중에 "왜 숨겼냐"며 화를 벌컥 냈다. 그리고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버지에게 멋진 트럭 1대를 사드렸다.

양친 모두 독실한 기독교도다. 아들 클린트도 모태 신앙이다. 마을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교회 봉사도 열심히 하고, 착한 일도 많이 하는 선한 젊은이"로 기억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버지에게 새 트럭을 사드린 효자

출처어머니 킴 프레이저 SNS
하루 종일 부글거린 양키스 덕아웃

어디 순박한 시골 청년만이겠나. 양키스는 하루종일 부글거렸다.

1, 2회는 그러려니했다. 하지만 3회부터가 본격적이다. 지오 어셸라의 초구였다. 69마일 커브가 깊이 박혔다. 가장 안쪽, 낮은 코스였다. 구심은 망설임 없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원정 팀 덕아웃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4회 DJ 르메이유 때 1차 폭발이 일어났다. 카운트 1-2에서 4구째 패스트볼(92마일)이 콜을 얻었다. 타자가 발끈했다. 구심에게 불만을 터트렸다. 혹시라도 퇴장 당할까. 양키스 감독(애런 분)이 서둘러 뛰쳐나왔다. 잠깐의 항의 대행 서비스가 이어졌다.

블루제이스 중계팀은 호재를 만났다. "Ryu처럼 숙련된 투수를 만나면 누구든 화가 나기 마련이죠." 벅 마르티네스가 키득거린다. 그러면서 전략적 측면도 강하다고 분석했다.

"양키스 벤치가 구심을 위축시키려고 저러는 것일 지 몰라요. 아무래도 젊은 심판은 야유에 신경쓰기 마련이거든요. 그럼 존이 조금 달라지는데, 그런 걸 의도했을 지 모르죠." 작년 후반기에 콜업된 구심 에릭 바커스를 염두에 둔 해설이다.

테두리만 공략하는 숙련된 투구 능력

사실 큰 문제는 없었다. 양키스가 발끈한 장면들을 보시라. 어셸라의 초구, 르메이유의 4구. 모두 존 안에 깔끔하게 들어온 공들이다.

물론 한가지 시비거리는 있다. 포수 대니 잰슨의 프레이밍이다. 흔히 미트질이라고 부르는, 포구 기술 말이다. 아슬아슬한 공을 스트라이크 처럼 잡아주는 게 테크닉이다. 아쉽게도 그런 점에서는 높은 레벨이 아니다. 자주 미트가 흔들리고, 불안정한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본질은 결국 투구 능력이다. 숙련된 솜씨로 존의 테두리만 공략한다. 몰리는 공 하나 찾기가 쉽지 않다. 4가지 구질로, 사방을 공격한다. 타자의 예상, 노림수 따위는 이미 소용없다.

"구석을 찌르며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트리죠. 다음 공이 뭐가 올지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작년부터 쭉 봤지만, 오늘처럼 잘 던지는 건 처음이예요. 몸쪽에 꽂히는 커터나, 밖에서 변하는 체인지업은 감탄할 수 밖에 없네요. 내내 너무나 편하게 봤어요."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 찰리 몬토요)

"오클랜드 시절에 한번 상대해본 적이 있어요. 별로 재미있는 기억이 아니죠. 여러 구종들이 스트라이크로 통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어요. 91~92마일짜리 공들이 96~97마일처럼 보이게 돼죠." (토론토 블루제이스 내야수 마커스 시미엔)

구심 탓은 지는 쪽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완벽한 판정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심판을 누구 편으로 만드느냐'가 유능함을 결정하는 요소일 때도 많다.

"선발 투수에게는 1, 2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 2회에는 그래도 양쪽을 다 던져볼 테니까, 거기서 조금 더 손이 올라가는 쪽으로 많이 던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런 거를 빨리 캐치하는 게 선발 투수는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토론토 블루제이스 투수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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