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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뻔히 속 보이는 볼배합, 그걸 응징한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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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였다. 스코어 2-3이다. 원정 팀이 살짝 밀린다. 상대 선발은 계산서를 뽑았다. '여기만 넘기면 된다.' 승리투수에 대한 희망이다. 마침 9번 타자다. 타율도 1할대다. '무조건 아웃 1개를 잡고 간다.' 그런 생각이었으리라.

초구는 79마일짜리 커브다. 흙에 튀기는 볼이다. 2구째는 슬라이더, 한복판 존을 통과했다. 이윽고 3구째다. 각이 큰 커브가 떨어진다. 존 안으로 통과하는 순간, 배트가 반응한다. 폭발적인 스윙이다.

제대로 걸린 타구다. 까마득히 하늘로 솟는다. 이미 거리는 충분하다. 문제는 방향이다. 라인 안쪽이냐, 아니냐다. 타자가 잠시 멈칫 거린다. 한참 응시하더니 날아갈듯 출발한다. "처음에는 파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중간부터 더 이상 안 나가더라. '페어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하성)

"점점 좋은 모습이다. 타이밍을 찾고 있고, 변화를 주고 있다. 오늘은 아주 큰 홈런이었다. 우리 팀에 불꽃을 일으켰다." (제이스 팅글러 SD 감독)

출처mlb.tv 화면

타구는 좌측 폴을 맞췄다. 그럼 시비거리가 없다. 비거리가 118.2m, 타구 속도는 시속 164.9㎞로 측정됐다. 투수 조던 라일스는 한숨을 내쉰다. 3-3 동점이다. 언제 교체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좀 즐기면서 돌지. 첫 홈런인데. 그런데 아니다. 달리기도 빠르다. 순식간에 베이스 4개를 통과한다. 돌아온 덕아웃은 썰렁하다. 누구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이 사람들, 누굴 초짜로 아나.' 한국에서도 다 해본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 손을 흔들며 자축한다. 그제서야 모두가 몰려온다. 역시 매니(마차도)가 바람잡이다. 가장 크고, 시끄럽게 기뻐해준다.

첫 홈런, 무관심 세리머니까지. 빅리그의 즐거운 신고식을 마쳤다. 파드리스 구단은 홈피에 한글을 띄웠다. '김하성 화이팅.'

해석이 필요한 홈런

이 홈런은 해석이 필요하다. 기술적인, 또는 멘탈적인 요소가 결합된 것이다.

앞 타석을 보자. 3회였다. 2구째를 몸에 맞았다. 91.4마일짜리가 왼쪽 팔꿈치 보호대 윗쪽 경계선을 강타했다. 타자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꽤 놀랄 법한 공이다. 가슴 부근 높이로 위협적인 코스였다.

그리고 다음 타석이다. 배터리는 그 기억을 충분히 활용한다. 1~3구가 모두 비슷한 패턴이다. 안쪽으로 겁박하다 꺾이는 변화구들이다. ① 79마일 커브 ② 84마일 슬라이더 ③ 79마일 커브. 이 레시피가 노리는 바는 뻔하다. 타자가 겁먹고 물러나길 바라는 수법이다. 아주 고전적이지만,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타자 시각에서 보자.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 머리쪽으로 날아온다. 가만히 있으면 또 맞는다. 첫 타석의 놀람이 또렷하다. 여기서 잠깐 '움찔'하면 끝이다. 더 이상 타격 타이밍은 나올 수 없다.

물론 기술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레그킥을 하는 타자다. 느린 커브에 대응이 어렵다. 들었던 발을 찍고, 다시 타이밍을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변화구가 올 것 같다는 예상은 했다." (김하성)

두려움을 이용하는 얄팍한 전략

하지만 얄팍한 생각이다. 두려움을 이용하려던 배터리의 노림은 여지없이 깨졌다. 타자는 두 가지를 이겨냈다. 공포감과 엇박자를 모두 극복했다. 위축되지도 않았고, 타격 밸런스도 지켜냈다.

우선 타석 위치를 보자. 간혹 물러서는 타자도 있다. 아무래도 동양권 타자들은 타석에 붙는 편이다. 팔과 배트 길이 탓이기도 하다. 그래야 바깥쪽 공에 대처할 수 있다.

이건 반대로 투수가 싫어하는 요소다. 던질 곳이 없게 만든다는 의미라서다. 때문에 의도적인 투구도 나온다. 몸쪽에 위협구를 구사하는 이유다. '계속 그렇게 다가서면 맞춰 버릴 거야.' 그런 암시다.

그러나 위축되면 끝이다. 자기 자리와 의연함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생존 가능성이 생긴다.

카디널스의 전설적 투수가 있다. 251승의 밥 깁슨이다. 그가 남긴 말이 있다. "(타석에) 너무 붙지마라. 그게 내 어머니라도 맞혀 버리겠다." 훗날 로저 클레멘스 등등이 애용한 드립이다.

박병호의 미네소타 시절이다. 2016년 시삭스전에서 공을 하나 맞았다. 크리스 세일의 슬라이더가 무릎을 때렸다. 5월 7일이었다. 그걸 시작으로 그 달에만 4개의 HBP(Hit By a Pitch)를 허용했다. 이후 타율이 급락했다. 한때 0.270였다가, 결국 1할대로 내려갔다. 물론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꽤 작용했으리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메이저리그는 정글이다. 극단적인 투구가 적지 않다. 더우기 낯선 곳에서 온 루키들에게는 더 험한 곳이다. 그걸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 본능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볼 스피드는 극복의 대상이다. 그건 결국 공포를 이겨내는 것이다. 통증과 부상,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도 느낀다. 그걸 감수해야한다.

타석 위치는 첨예한 대립의 칼 끝이다.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고수해야한다. 지키는 걸로 끝이 아니다. 스스로 밸런스도 잃으면 안된다. 그래야 실패하지 않는다. 그래야 가진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에필로그 - 라일스의 커브

첫 홈런의 희생자는 조던 라일스다. 그의 베스트 시즌은 2019년이다. 12승 8패를 기록했다. 그 해는 커브가 위력을 떨쳤다. 특히 우타자에게는 전가의 보도였다. 시즌 내내 435개를 던져 피안타율은 0.176에 그쳤다. 이 중 피홈런은 단 2개 뿐이다. 올해는 10개를 던졌다. 어제(한국시간 11일) 맞은 게 첫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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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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