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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이번 공이 직구가 아니라는 데 내 돈 모두와 내 손XXX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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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도의 밑장빼기

치는 순간 안타다. 3루수, 유격수 모두 '동작그만'이다. 좌익수 앞에 빨랫줄이 널린다. 2루 주자는 벌써 3루를 돌았다. 홈송구는 엄두도 못낸다. 1-0이 2-0으로 바뀐다.

관중석에서 갈채가 터진다. 덕아웃도 난리다. 선수들이 뭔가 다급한 사인을 보낸다. 공 달라는 얘기다. 맞다. 루키의 첫 안타다. 모두가 잊지 않았다. 기념공도 챙겨주려는 마음들이다.

그런데 아뿔사. 문제가 생겼다. 매니 마차도가 사고를 쳤다. 덕아웃으로 굴러온 공을 냅다 관중석으로 던져준다. 갑작스런 선물이다. 팬이야 상관있나. 환호성이 발사된다. 팀원들은 멘붕이다. '저 친구 왜 저래?' 상황 파악이 안된다.

기념품의 주인공? 눈치도 못 챈다. 1루에서 기뻐하느라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잠시후, 진실이 밝혀졌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마차도의 밑장빼기였다. 왼손에 또하나의 공이 있다. 그게 진짜 기념구다. 리그의 오래된 장난이다. 첫 홈런에 대한 무관심 세리머니 같은 거다.

불리한 카운트, 불길한 상상

어제(한국시간 4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 경기다. 게임 전 라인업이 나왔다. 좌투수용이다. 그런데 하나 걸리는 게 있다. 에릭 호스머가 빠졌다. 개막 2경기에서 6안타 2홈런을 친 타자다. 감독이 좀 시달리게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들의 질문 공세다.

제이스 팅글러 감독이 진땀을 뺀다. "우린 앞으로 우완 투수를 연속으로 만나게 된다. 누구도 힘이 떨어져서는 안된다." 아무리 설명해도 기자들은 갸웃거린다.

어쨌든 스타팅이다. 덕분에 루키에게도 기회가 왔다. 6번 타자, 2루수 글러브를 낀다. 중요한 첫 타석이 1회부터 찾아왔다. 1-0으로 앞선 2사 1, 2루다. 초반의 중요한 승부처다.

스트라이크 2개가 거푸 꽂힌다. 아찔하다. 뭔가 뻔한 결과가 예상된다. 시범경기에서 자주, 그리고 개막전 데뷔 타석 때도 익숙한 패턴이다. 이제 유인구에 헛스윙→삼진→이닝 종료. 왠지 불길함이 엄습한다.

상대도 그걸 노린다. 거듭된 변화구 승부다. 휘어지고, 떨어진다. 꽤 정확한 커맨드였다. 걸려들기 딱 좋은 '구라'들이다.

해설자의 감탄 "굿 아이(Good eye)"

그런데 웬걸. 제법 버텨낸다. 특히나 6구째가 결정적이다. 그 때가 카운트 2-2였다. 해설자는 열을 올린다. 투수 출신 마크 그랜트다. "여기서는 승부구가 올 겁니다. 풀카운트로 가면 (투수가) 불리한 걸 뻔히 아니까요. 주자들이 모두 스타트하기 때문에 실점 위험이 높아지죠."

이 말과 동시다. 완벽한 체인지업이 뿌려졌다. 81.5마일짜리가 먼쪽에서 가라앉는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일어난 변화다. 최적화된 유인구였다. 웬만해서는 참기 어렵다. 배트가 끌려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걸 견뎌낸다. 해설자(그랜트)가 감탄을 터트린다. "굿 아이(Good eye)." 잘 봤다는 말이다.

거기가 변곡점이다. 카운트는 3-2가 됐다. 다음 공은 별 수 없다. 울며 겨자 먹기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한다. 바깥쪽 포심(92마일)이다. 벼락같은 스윙이 반응했다. 총알같은 좌전 적시타다. 미리 스타트한 2루 주자(윌 마이어스)가 여유있게 홈을 밟는다. 루키의 첫 안타, 첫 타점이다.

왼쪽 뒤꿈치를 유심히 보라

도대체 어떻게 참았을까. 카운트 2-2에서 체인지업 유인구 말이다. 그 고비를 넘겼기에 적시타도 나왔다. 첫 타석의 결정적 장면이다.

한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치밀한 예습이다. 미리 연구하고, 공부했다는 뜻이다. 아시다시피 루키는 좌완용 저격병이다. 그러니까 (이날 선발인) 케일럽 스미스만 열심히 파고들면 된다. 핵심은 우타자 공략법, 즉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별이다.

주목할 팩트가 있다. 2개의 안타가 모두 패스트볼을 공략한 결과다. 두번의 대결에서 직구에만 3번 스윙했다. 체인지업 2개는 한번도 딸려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버릇을 잡아냈는 지 모른다. 구종마다 미세한 차이가 생긴다. 글러브 위치, 글러브 벌어지는 정도, 상체 각도, 다리 모양, 기타 등등이다. 심지어 팔뚝의 근육으로 구별해내는 경우도 있다. 일본 투수들이 짧은 팔을 잘 안 입는 이유다.

케일럽 스미스는 뭘까. 아래 비교 장면을 보시라. 포인트는 왼쪽 뒤꿈치다. (우) 타자에게 그게 보이면 패스트볼이다. 반대로 안보이면 체인지업이다. 셋업 자세가 약간 달라진다는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구라다> 혼자만의 억측일 뿐이다.

캡틴 비디오의 후예

28년 전이다. 펫코 파크가 잭 머피 스타디움으로 불릴 때다. 4월 어느날, 홈 팀 3번 타자가 혼자서 5안타를 쳤다. 기뻐하기는 커녕, 퇴근길에 걱정이 크다. "내일 그 녀석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아마 날 맞히려 들거야. 자기들 사인을 훔쳤다고 생각하겠지."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첫 타석에 무릎을 맞았다. 감독의 항의, 구심의 주의가 뒤따랐다. 어깨를 으쓱한 투수는 필리스의 커트 실링이었다.

타자는 절뚝이며 1루로 갔다.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타석에서 모두 실링에게 안타를 뽑아냈다. 그 해 4할을 칠 뻔했던 토니 그윈의 이야기다. (1993년 타율 0.394)

그는 '미스터 파드레'로 불린다. 20년 원클럽맨이기 때문이다. 별명이 또 하나 있다. '캡틴 비디오'다. 상대 분석에는 거의 병적이다. 구단에서는 아예 방을 하나 만들어줬다. 그 안에는 (자기팀까지) 모든 투수의 VCR이 빼곡하다.

결국 파드리스는 전담 직원을 발령냈다. 리그 최초다. 게다가 유일하게, 아직도 그 직책이 남아있다. 정식 직함은 비디오 스카우팅 겸 경기력 개발 비디오 코디네이터다. 현재는 이든 딕슨이라는 스태프가 맡고 있다.

캡틴 비디오가 클럽 하우스에서 VCR 화면을 연구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또 다시 영화 타짜의 명장면 속으로

이번에도 영화 '타짜'다. 너무 잦은 등장인가? 뭐 상관없다. 어차피 <야구는 구라다>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그 중 고니(조승우)가 아귀(김윤석)를 잡는 장면이다.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 거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 쫄리면 뒈지시던지."

루키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한동안은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첫 안타 이후로 많은 게 달라졌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6구째다. 완벽한 체인지업 유인구에 속지 않은 덕이다.

그게 스트라이크면 삼진이다. 주자 2명을 남긴 채 이닝을 끝내야한다. 데뷔 2타석 연속 KO되는 셈이다. 내내 계속된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따가울 것이다.

그런데 확신을 갖고 버텼다. 끝까지 넘어가지 않고 이겨냈다. 결국 다음 공에서 적시타를 뽑아냈다. 그 순간은 분명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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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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