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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체르노빌에서 온 편지

조회수 2021. 10. 15. 13: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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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깨운 방사능 위협에 노출된 주민들

불타는 체르노빌, 끝나지 않는 악몽

출처: NASA Worldview, OpenStreetMap © Greenpeace Global Mapping Hub 2020년 4월 18일 체르노빌 출입 금지 구역 내 산불 위성 사진

지난 4월 3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산불이 일어났습니다. 날씨가 이례적으로 건조하고 더운데다 바람마저 강했습니다. 이번 산불은 지금까지 체르노빌의 출입 금지 구역에서 발생한 것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유럽 최대 야생 동물 서식지 중 하나이기도 한 이곳이 산불 피해를 극복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 것입니다.  


그린피스 러시아 산림팀은 글로벌 매핑 허브팀과 함께 이번 산불을 시작부터 추적해 왔습니다. 위성 사진에 따르면 지금까지 체르노빌 출입 금지 구역 57,000 헥타르가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출입 금지 구역 중 22%를 차지하는 면적입니다.

산불이 불러온 또 한 번의 재난

출처: © Oksana Parafeniuk / Greenpeace 체르노빌 원전에서 6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키예프시 인근에서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산불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2020년 4월 23일)도 가장 큰 불더미 가운데 최소 3개는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옛날 원전 부지에서 멀지 않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4호기를 봉인한 석관에서 불과 4km 떨어진 곳입니다. 소방 대원 및 산림 관리원 수백 명은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 한 채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바람이 불면서 연기가 인구 밀집 지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난 4월 16일 화재 현장에서 250km 떨어진 키예프시에서는 스모그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 높은 방사능 수치가 확인되었습니다. 노르웨이 방사선원자력안전국은 자국 내 대기 중 세슘-137 농도가 약간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잠재적으로 위험한 방사성 핵종이 산불로 발생하는 연무를 타고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86년 사고 이후 숲의 나무와 표토층에는 방사성 물질이 축적되어 왔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주변의 출입 금지 구역은 34년이 지난 지금도 세슘-137, 스트론튬-90, 아메리슘-241, 플루토늄-238, 플루토늄-239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습니다. 세슘-137을 비롯한 방사성 핵종의 대기 중 활동의 증가는 암 발병 위험을 높입니다. 산불 냄새를 맡는 사람은 누구든 이들 방사성 물질을 흡입할 수 있습니다.

방사능 오염에 노출된 주민들

출처: © Vladislav Zalevskiy / Greenpeace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매년 봄마다 여전히 방사능 오염 지역으로 남아 있는 숲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그린피스 소방 대원

방사능 입자는 산불로 인해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다시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면서 방사능 오염 영역을 넓힙니다. 이번 산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배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아직 없습니다. 얼마나 멀리 이동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은 그 입자가 무겁기 때문에 출입 금지 구역 및 인근 지역에 내려 앉을 가능성이 있을 뿐입니다.

화재 현장 주변의 소방 대원 및 지역 주민은 연기 흡입과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키예프 같은 도시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연기 흡입, 장기적으로는 오염된 열매, 버섯, 우유가 지역 시장에 유통되고 소비되면서 내부 피폭의 방식으로 방사능에 노출됩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의 방사능 오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500만 명입니다. 오염 지역에서 거의 해마다 발생하는 산불은 이들에게 큰 문제입니다. 이곳에서 체르노빌 사고의 영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원전을 감시해야 하는 이유

출처: © Masaya Noda / Greenpeace 후쿠시마 원전 참사 역시 현재까지 많은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핵폐기물 저장 구역 앞에 서있는 그린피스 조사단원.

그린피스 러시아 소방대는 오염 지역의 화재 진압을 여러 차례 도운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으로 달려가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산불은 코로나19로 이미 과부하가 걸린 비상 사태 대응 기관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핵 관련 사고 때문에 또 다른 비상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셈입니다.  

핵 관련 위험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투명성 결여 때문에 악화됩니다. 산불 초기에 맨 처음 나온 공식 발표에서 당국은 화재 영역을 실제의 600분의 1로 축소했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 참사가 그토록 심각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불투명성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체르노빌 원전 책임자조차 1975년 레닌그라드에서 벌어졌던 원전 참사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음이 추후 법정에서 밝혀졌습니다. 과거 사고와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체르노빌 사고를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24년 전 벌어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여전히 지속 중이며,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우리 후손을 위협할 것입니다. 원전의 비극을 막기 위해 그린피스는 탈원전 정책의 신속한 도입과 이행을 목표로 탈원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탈원전 캠페인에 동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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