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도 미용사의 미용실 경영 이야기

조회수 2020. 8. 19. 09: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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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어전문매거진 그라피

대구 '뷰티봄' 최민 원장

대구에서 복구 전문 미용실 ‘뷰티봄’을 운영하는 최민 원장은 심리학도로 최근 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평소 ‘사람’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복구 전문 미용실을 운영 하면서 고객과 미용 그리고 심리학을 연결지으며 운영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출처: 대구 '뷰티봄' 최민 원장

뷰티봄은 어떤 곳인가요? 2016년부터 운영해오다 2018년 11월 대구 수성구 황금동 주택가로 이전했어요. 미용 동네라 할만큼 미용실이 많은 곳이죠. 저희 매장에는 세 가지가 없어요. 사인볼, TV, 시계인데요. 시술을 여유롭게 하고 고객들이 편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죠. 저는 시술 시간을 빡빡하게 잡지 않는 편이며 바로 뒤 예약이 없으면 시술 후 고객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고객들도 일부러 시간을 넉넉히 잡아놓는 답니다. 현재 직원은 1명이고 고정 고객은 350명 정도 됩니다.

심리학, 미용사 어떤 게 먼저였나요? 두 가지를 모두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미용사는 6년 전에 처음 시작했고, 심리학은 대학 때부터 관심이 있던 학문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관찰했어요. 인류학, 철학으로 시작해 심리학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해외 유학을 준비하며 공부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됐죠. 결혼 1년 후 시댁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시어머니께서 20년간 미용실을 운영하시던 분이었어요.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제 손재주를 보시고는 미용을 권하시더라고요.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일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서 제가 어머니에게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했어요. 가족 간에 적은 돈이라도 수익 구조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처음엔 “굳이 뭘 그렇게까지?”라고 하셨는데 나중엔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수익이 늘어가고 저의 영역도 커져 나중엔 제가 미용실을 점령했어요.(웃음)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뷰티봄’을 차렸죠.


본래 전공은 무엇인가요? 신학을 공부했어요.(집안에 교회 다니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서 이과로 진학했고 신앙은 어릴 적부터 있었죠. 초등학교 때부터 철학, 인간, 사고, 문학, 과학 잡지 등 다양하게 접했고, 그 가운데 주된 관심사는 사람이었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를 고민 했죠. 진로를 정할 때 학문의 근본이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신학은 철학보다 순수하고 심리학은 철학에 과학을 더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봤죠. 그래서 임상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임상 심리학에서 주로 다루는 병리적 부분과 심리 상담이 잘 안맞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산업 및 조직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복구 펌은 고가의 시술인데 상담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요? 인스타그램 등으로 시술 문의가 들어오면 상담을 위한 질문 몇 가지를 보내요. 질문은 기장, 숱, 곱슬 여부를 비롯해 시술 이력, 열기구 사용 여부, 현재 모발의 불편한 부분, 예상하는 요금 등이에요. 그걸 받아서 제가 설계지를 만들어서 다시 전달하죠. 설계지는 예상 기본금, 추가금 등을 상세히 적고, 시술 최소, 최대 요금을 명시해요. 명시된 요금 안에서 받으니 고객들이 신뢰하죠. 대부분 요금 변동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고객의 예상 요금이 제가 설계한 최소 요금과 큰 차이를 보이면 설계 하지 않아요. 고객의 예상 요금과 차이가 나는데 그래도 설계를 받아보실 건지 여부를 물어보고 동의하면 설계지를 전달하죠.


이렇게 동의서를 꼼꼼하게 받는 이유가 있나요? 원래 동의서 한장만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껏 숍을 운영하면서 시술 불만족으로 환불을 3번 해드렸는데, 그 가운데 올 초에 겪은 일이 너무 힘들고 억울한 면이 많아서 일을 그만두고 싶더라고요. 시술자로서 자괴감도 들고 한편으로는 사람이 무서워지기도 했죠. 그런 심리적인 부분이 저를 믿고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하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시술에 임하기 위해 꼼꼼하게 서류를 세분화해서 만들어 보았어요. 다소 긴 동의서를 작성하다보면 고객들도 시술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고, 시술자로서는 혹시라도 클레임이 발생했을 때 처리 과정에서 감정 소모를 덜하게 되거든요.

출처: 최민 원장의 웹툰

웹툰(그림)은 언제부터 그리기 시작했나요? 웹툰은 작년부터 그리기 시작했어요. 주로 4~5시간씩 걸리는 특수한 시술을 하기 때문 에 고객들과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아요. 그 과정에서 다양 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주로 메모를 해요. 본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로도 저장을 하지만, 어느 날 그림을 그려서 저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제 그림체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더 자주 그렸고 ‘네이버 도전 만화’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제 그림을 책에 넣을 삽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원고를 쓸 시간을 자주 내지 못 할 것 같아서 왠지 능률이 오르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강하게 핵심만 전달할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이왕이면 주기적으로 기록하고 저장하면 좋을 것 같아서 웹툰을 시작하게 됐어요.


심리학도로서 미용사로 일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심리학과 미용 두 분야에서 큰 도움을 얻고 있어요. 심리학 연구를 통해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는데 고객들이 내가 본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한 번 더 확인 할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요. 조금은 특이하고 불편하게 대하는 고객이 있어도 그 고객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사전 지식이 있기 때문에 일의 능률이 떨어지지 않게 대비하는 계기도 돼죠. 또한 심리학의 하위 분야로 산업, 조직, 소비자, 광고 쪽으로 관심을 두고 연구하기 때문에 문서를 작성하거나 요금을 설정할 때에도 심리학이 많은 도움이 돼요.


예를 들면 어떤 상황인가요? 제 생각에 미용과 근접한 심리학은 사회 심리학이에요. 사회 심리학 연구 중 하나가 ‘어떻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가?’ ‘어떻게 거절하는 것이 좋은가’, ‘첫인상은 바뀔 수 있는가’ 등이에요. 또다른 하위 분야인 인지 심리학에 유명한 실험이 있는데, 물건을 건네줄 때 그 물건의 온도도 상대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체화인지’ 연구예요. 똑같은 사람이 차갑거나 따뜻한 음료를 주며 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하면서 이미지를 평가하는 유명한 실험이예요. 차가운 음료를 건네받고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인터뷰어를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따듯한 음료를 건네받은 사람들은 ‘인간적이고 따뜻하다’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해요. 이를 반영해 살롱에서의 차 접객도 달라질 수 있죠. 고객이 화가 많이 나 있거나 서먹한 분위기라면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뜻한 음료를 주는 식이죠. 말투도 중요해요. 말의 온도를 따뜻하게 하는 것인데 문자도 ‘네’라는 답변보다 ‘OO님 어떻게 느끼셨나요?’ ‘그러시군요.’ 라는 권유형, 청유형이 좋죠.

"악성 곱슬이 완화되고 보통의 머릿결로 잘 유지되는 방법만 찾아도 스트레스가 확 줄어요. 개선된 데이터만 명확해도 직업적으로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리로 인한 고객들의 우울 척도를 시술 전후로 측정하면 새로운 연구가 되겠죠. 곱슬만 잘 펴 줘도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드는 거죠.

영상으로 소통도 하고 교육, 웹툰, 심리학 공부, 미용실까지 어떻게 시간을 배분해서 일을 하나요? 사실 제가 하는 일들이 그렇게 ‘많다, 힘들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는 편이고, 마감 기한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 중요도에 따라서 일을 처리하는 편이에요. 때로는 일이 취미가 되기도 하고 취미가 일이 되기도 하죠. 그렇게 하면 즐길 수 있고, 즐기다 보면 모든 것들이 천천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무리되어 있더라고요. 때에 맞게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일도 있지만, ‘꼭 그때’라는 생각보다는 ‘언젠가라도 그 때’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처리하는 편이라 놓쳐서 손해를 보는 일은 수긍하고, 내가 만족할 수 있고 기분이 좋을 때 마무리 짓는 것을 선호해요.


원장님의 미용 철학은 무엇인가요? ‘정직하게 장사하고 성실하게 일해서 행복을 선물하자’ 입니다. 저는 항상 제 모든 고객이 잘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해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저와 몇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정말 깊은 인연이기 때문이죠. 시술은 천천히 정확하게,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하는 편입니다. 50분에 걸친 꼼꼼한 상담과 몇 시간에 걸친 시술, 그리고 체계적인 문서 시스템으로 고객들이 한 번 방문에 몇 달은 거뜬히 견딜 수 있는 것이 제 시술의 강점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미용과 연구 둘 다 너무 재밌어요. 바람이라면 팀을 결성해서 모발 과학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진짜 이론처럼 그런지 하나하나 짚어보고 싶어요. 모발을 이루는 CMC, 단백질 분해와 재결합, 펌제를 넣었는데 결합이 끊어지는 게 맞는지, 결합이 어떤 식으로 끊어지는지, 모발마다 결합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미용계가 인정받고 발전하려면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해야 해요. 헤어나 외모는 사람에게 중요한 마인드 셋을 만든다는 연구가 있어요. 그만큼 미용사의 역할이 크죠. 요즘 사람들은 마음의 병이 큰데 악성 곱슬이 완화되고 보통의 머릿결로 잘 유지되는 방법만 찾아도 스트레스가 확 줄어요. 개선된 데이터만 명확해도 직업적으로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리로 인한 고객들의 우울 척도를 시술 전후로 측정하면 새로운 연구가 되겠죠. 곱슬만 잘 펴 줘도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드는 거죠. 이런 연구 결과가 쌓일수록 미용 시술이 사람들에게 단순히 기분 전환이 아닌 삶의 중요한 부분, 필수적인 부분이 되고 나아가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객관적 자료가 모이면 삶의 중요도가 높은 부분이 되기 때문에 요금이 아무리 높아도 고객들이 아깝다고 느끼지 않을 거예요. 연구를 하려면 표본을 모아야 하는데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 최민 원장의 더 많은 인터뷰 내용은 <그라피> 8월호에서 만나보세요!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심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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