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패션모델에서 '바버'로!

조회수 2018. 12. 21.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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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헤어전문잡지 그라피

성수동 영동대교 북단 로커빌리 음악이 경쾌하게 울리는 빌리캣 바버샵의 오너 슬랙. 촉망받던 패션모델에서 바버가 되기까지 그의 이야기. 

빌리캣 바버샵 '슬랙' 원장

빌리캣 바버샵은 어떤 곳인가요?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받은 영감과 멋진 기억을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감성과 접목해 만든 공간입니다. 누구도 모방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도 알지 못하더라도 그 공간이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빌리캣은1940~60년대 유럽의 클래식 헤어 커트를 한국인에게 맞는 스타일로 재해석해 진행합니다. 주로 클래식 커트를 하지만 고객의 장점을 끌어내기 위해 상황에 맞춰 다양한 스타일을 진행하기도 하죠. 


주로 어떤 분들이 오나요? 눈에 띄는 위치는 아니라서 지나다가 올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소개나 다양한 루트를 통해 찾아 오는 경우가 많고 젊은 고객보다는 연령대가 높은 고객이 많습니다. 클래식이든 올드 스쿨이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중요해요. 하루 한 명의 바버당 평균 6~8명의 고객이 찾아오고 비즈니스맨 고객의 반응이 좋습니다.

 

고객에게 인기 있는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무난한 사이드 파트, 그리고 더 짧은 레이저 페이드 스타일이나 그룹 듀스의 고 김성재를 오마주한 듯한 러프한 슬릭백 스타일이 반응이 좋지요. 바버 스타일이 부담스러우면 느낌만 내고 펌을 이용해 내추럴하게 풀어내는 사이드 파트 펌을 제안합니다. 요즘은 크롭도 인기가 많습니다.


패션모델을 하다가 바버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바버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패션모델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지 않나요? 이수혁, 김영광, 홍종현, 송재림, 성준, 김우빈 등 모두 동시대 활동했던 이들입니다. 저는 톱모델은 아니었지만 8년간 그들과 견줄만큼 일했습니다. 헤어는 고등학교 때부터 간접적으로 경험해 스태프 생활을 했고 대학에서 전공을 하다 모델로 전향했습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며 고생했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이 일에 대한 고민과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을 느껴 직업을 바꾸자 결심했습니다.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때였죠. 뭘 해야 할까? 하고 싶은 게 뭘까? 제 자신도 몰랐기에 스스로를 가두며 한동안 패닉에 빠졌죠. 결국 배우 아니면 바버였는데 모델로서 고생한 경험이 인생에서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해 바버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독학으로 바버가 되었습니다. 해보니 저는 다시 태어나도 바버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졸리면 눈 감듯이 제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빌리캣 바버샵 '슬랙' 원장
빌리캣 바버샵 벽면을 장식한 슬랙 원장의 사진

바버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닥터 로마넬리! 지드래곤 등의 월드 스타들과 함께 작업하는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해 인터뷰했을 때 바버 스타일을 하고 싶어 해서제가 소개받아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저의 첫 바버샵인 ‘Slacking’을 오픈했고 그가 가지고 있는 커피 브랜드를 제가 한국에서 전개하게 되어 바버샵 안에 카페를 숍인숍으로 했었는데 결국 허가가 나지 않아 접었죠.

 

바버 분야에서 존경하는 분이 있나요? 

블레스 바버샵 예원상 원장입니다. 블레스는 2015년에 입사해 처음으로 단체 생활을 한 곳으로 예원상 원장은 제가 빌리캣을 오픈할 수 있게 해준 스승이죠. <그라피>에 바버스타일을 연재한 준오아카데미 최재영 원장은 후배들 말에도 귀 기울이고 늘 배우려는 모습이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멋진 분들이 제 주위에 있다는 것은 제 인생이 결코 헛된 삶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바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또 바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매번 같은 스타일을 해도 질리지 않습니다. 더 완벽하게 좋은 스타일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며 늘 배우려는 자세로 임합니다. 스스로를 높이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술보다 인성부터 갖춰야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성수동 영동대교 북단에 자리한 빌리캣 바버샵의 외관. 지하철역에서 내려 걷다가 지칠때쯤 간판이 보이니 포기하지말고 걸어갈 것.
빌리캣 바버샵을 견학하기 위해 리스본에서 방문한 바버. 아시아인의 바버 스타일에 흥미를 보였다. 한국은 처음인데 또 오고 싶다고.

외국인 바버와의 교류도 활발한 것 같습니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교류가 이루어집니다. 세계 각지의 바버들이 저희 숍을 방문해 어떻게 일을 하는지 견학도 하고, 여행도 즐기는 것이죠. 바버샵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좁은 시장인데 세계적인 바버들이 방문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모든 바버들이 자신의 사비로 견학을 오는데 아마도 열정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이곳에 교류를 위해 오는 외국인 바버들은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각지에서 유명한 바버샵 출신들로 이들이 머무는 동안 재밌는 경험을 주고 싶습니다. 저 역시 독일, 포르투갈 등 외국의 바버숍에 직접 가보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는 합니다.


외국과는 다른 한국만의 바버 문화나 특징이 있나요? 앞으로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바버란 문화가 맞지 않습니다. 외국 문화이니까요. 쉽게 이야기해 외국인들의 수염은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양이 아니라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고 소요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요금도 커트비 만큼 받고요. 그야말로 머리만큼 자라니깐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수염을 관리할 때 대부분 집에서 면도로 해결합니다. 따라서 셰이빙이란 문화는 우리나라와 맞지 않고 결국 커트만 하게 되죠.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편안한 집 같은 곳도 많습니다. 머리를 다 한 후에도 맥주를 마시며 쉬다 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나이도 나라도 중요하지 않고 그 공간에는 오직 남자들만 머물고 있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고 빌리캣도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고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네요. 또 커플들이 자주 오는데 본인의 스타일을 여자친구 취향에 맞추는 남성 고객을 볼 때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내년 계획은 어떤가요? 

처음에 3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5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함께 이끌고 나갈 열정 있는 친구들을 모아 운영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오너로서의 성장통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싸워나갈 생각입니다. 바버란 문화가 젊은이들에게 너무 가볍게 보이는 것도 문제인데, 적어도 빌리캣에서는 체계적인 룰과 정기적인 교육을 받은 바버를 계속 키워나갈 것입니다.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하다 보면 제가 생각하는 상쾌한 바람을 맞을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슬랙 원장의 경대

it item!

출처: https://slickboys.co.uk/product/royal-crown-original-hair-pomade-5oz/

Royal Crown oilbase pomade

엘비스 프레슬리가 즐겨 바르던 포마드인데 이 제품을 바르면 로커빌리 느낌이 물씬 나며 어떤 스타일이든 60년대 분위기로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포마드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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