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PC독학, 60대에 자유여행..이제 70대, 작가입니다

조회수 2021. 4. 24.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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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도 때가 있다.’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되면 시간적 여유가 줄어 오래 공부하기 힘드니 어릴 적에 열심히 해 둬야 한다는 의미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익숙한 방식을 답습하게 되니 아직 뇌가 ‘말랑말랑’ 할 때 많이 발전시키라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런데, 정말로 나이 들면 ‘살던 대로 살아야' 할까? 기대수명이 100세를 향해 가는데다 자고 일어나면 새것이 나오는 시대, ‘평생 배운다’는 마음으로 도전을 즐기는 시니어를 만나본다.>

60대, ‘자유여행’에 빠지다

<1> 게임에 푹 빠져 살던 40대, 멋진 70대 할머니가 되다


40대 중반에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배운 컴퓨터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시작해 한동안 푹 빠져 지냈다. 60대가 되어 처음으로 자유여행을 시작했다. 짬짬이 쓴 여행기를 엮어 출판사에 투고했고 2020년, 70세에 두 번째 책을 출판했다. 지역 복지관에서 정보화 교육 강사로 오랫동안 일도 하고 있다. 


세상 많은 것이 궁금하고 궁금하면 일단 해 봐야 하는 이 여행작가의 다음 목표는 노래가사 쓰는 사람, 즉 작사가다. ‘진짜 멋진 할머니’ 김원희 씨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중’,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책을 출간한 김원희입니다. 40대 중반에 pc를 독학으로 배우고, 그 이후 컴퓨터 학원을 거쳐 지금까지 지역 정보화 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여행은 많이들 다니시지만, 체험을 글로 옮겨서 적는 분은 적습니다. 그 글을 책으로 출판하는 분은 더 적을 거고요.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60세가 되면서 자유여행을 시작했어요. 많은 분들이 ‘그 나이에, 영어도 잘 못 하면서 자유여행이 되냐. 겁도 없다. 대단하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내 나이 또래 분들도 자유여행이란 젊은이들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제가 해 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무리를 따라 빨리빨리 옮겨 다녀야 하는 패키지 여행보다 내 걸음에 맞춰 천천히 움직일 수 있으니 편안하고 좋습니다. 60세가 넘어도 자유여행 충분히 가능하다. 마음먹은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내 보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출처: 김원희 작가 블로그 '할매는 항상 부재중'

여행은 낯선 세계와 만나는 경험이다. 김원희 작가는 “무엇이든 새로운 걸 보면 재미있어하는 성격”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해외 숙소를 예약하면서 ‘book’이라는 단어가 책 말고 ‘예약’을 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모르고 살던 것을 알게 됐을 때 당혹감이나 민망함이 아니라 행복을 느꼈다. 


여행코스 직접 짜며 더 넓은 세상 만나

5~60대가 넘어가는 분들은 대개 일정에 여유가 있고 언어나 이동수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시더라고요. 작가님도 첫 여행은 패키지로 다녀오신 걸로 아는데, 자유여행의 매력과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선호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패키지 여행을 다녀와서 너무 실망했어요. 여러 곳을 짧은 기간에 이동해야 하니까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았어요. 숙소 들어가서 자고, 식당에서 조식 먹고 한 기억만 남았어요. 역사적인 장소에 내려서 잠시 설명 듣고 또 이동하고. 그래서 자유여행을 해 보자고 생각했어요(웃음).


자유여행의 장점은 많은데, 일단 경비가 훨씬 적게 들어요. 그리고 무리지어 함께 이동하지 않아도 되니 내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죠. 패키지 여행이라면 본인 컨디션이 안 좋아도 일행을 따라다녀야만 하잖아요. 자유여행은 자기 체력과 컨디션에 맞춰 경로만 잘 짜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지요. 현지인들과의 접촉도 여행의 참맛을 알게 해 주고요.


스스로 비행기 티켓을 끊거나 루트를 짜는 것이 피곤하다고 여기는 분들도 많아요. 제게는 그것이 단점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고 변화하는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느껴져요. 그러니 제게 있어서는 (자유여행의) 단점이 없다고 봐야겠죠.

작가가 평소 글을 쓰는 공간. 사진=본인 제공

코로나 종식되면 해외여행 간다고 벼르고 계신 분들이 많잖아요. 자유여행 초보인 시니어 분들이 여행 스케줄 짤 때 어떤 점을 고려하면 좋을까요.


첫 자유여행에서 나이 든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경로 짜기’예요. 어디에서 출발해서 어디를 가야 하고, 교통은 무엇을 타야 하고… 막막하죠. 


저는 처음에 카페와 블로그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전문적인 가이드북도 봤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를 담아서 머리에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내가 가고 싶은 나라가 정해지면 그 곳에 다녀온 여행블로거를 한 명 선택해서 그 사람이 이동한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첫 자유여행자에게는 추천합니다. 


요즘에는 티켓을 어떻게 끊었고 이동은 어떻게 했고 등등 자세히 올려놓은 블로그가 많아요. 첫 여행에는 아주 좋은 팁이 될 수 있어요.

출처: 김원희 작가 블로그 '할매는 항상 부재중'
김원희 작가가 '이유 없이 그리운 곳'이자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로 꼽은 슬로바키아의 작은 마을 돌나크루파. 사진 속 작은 집에서 베토벤이 월광소나타를 작곡했다. 이 집은 현재 베토벤 뮤지엄으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로 떠날 수 없게 된 지금, 김 작가는 책을 읽으며 일상의 재미를 찾고 있다. 남이 쓴 여행기를 읽으면서 가 보았던 여행지를 추억하고 아직 못 가 본 곳을 상상하면 저절로 마음이 설렌다고. 여행지에서 만났던 친절한 사람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세상을 보는 눈도 부드러워지고 긍정적 관점을 갖게 되더라” 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공부하면 된다"

김 작가가 출판사와 함께 정식출판한 책은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중’, 그리고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두 권이다. 


이외에도 자가출판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툴로 ‘보름간의 스위스 여행’을 손수 제작했다. 사이트를 차근차근 살펴보며 도움말에 따라 하나하나 작업하고, 정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질문했다. 처음이라 시행착오는 겪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 ‘무엇이든 공부하면 된다’는 게 김 작가의 지론이다.


늘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는 삶은 심적인 충족감을 주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오래 전부터 지역 복지관에서 주2회씩 정보화교육 강의를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지난해 3월부터 수업이 거의 중단되어 수입이 뚝 끊기고 말았다. 그 빈 자리를 여행기 출판으로 번 돈이 메꿔 주었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 생산적인 효과를 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고 있다.

출처: 김원희 작가 블로그 '할매는 항상 부재중'

여행과 글 외에 새로 시작하고 싶으신 분야가 있나요.


네, 작사를 해 보고 싶어요(웃음). 악기를 다룰 줄도 모르고, 노래도 들을 줄만 알지 부르지는 못 해요. 그래도 노랫말을 쓰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작사가가 될 수 있는지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을 뒤지고 있답니다.


동년배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내 또래 지인들과 만나면 나누는 이야기인데요. 옛날 같으면 70대라는 나이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닌데 지금은 시대가 좋아서 이 나이에도 여행을 다니고 사회활동도 할 수 있다고요. 


앞으로 수명이 점점 더 늘어날 거라는데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말도 해요. 자식들에게, 또 나라에 짐이 되는 존재가 되면 안 될 텐데… 이런 현상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만이라도 좀 더 생산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나. 그런 말을 하지요.

출처: 김원희 작가 블로그 '할매는 항상 부재중'
설령 누군가가 나이 든 그대를 모른 척하거나 적대시하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그것은 그가 그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늙음, 그 육신의 추레함이 싫을 뿐이니까.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 버렸지 뭐야' 중에서)

김 작가의 여행기에는 삶에 관한 통찰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외부에 휘둘리지 않는 침착함과 가볍게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움이 공존한다. 읽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한 건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내게도 언젠가 찾아올 노년, 우울감이나 서운함을 아예 안 느낄 수야 없겠지만 감정을 알맞게 다스리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 인생 선배인 김 작가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이미 답이 나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미 답을 아시네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한 건 아닐까’.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섭섭한 일을 당하면 ‘아, 나도 옛날에 그랬던 적이 있었겠지. 지금도 무의식중에 실수를 하겠지’ 생각합니다. 현재의 그들도 예전의 나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섭섭함이 가라앉고 이내 없어져요. 다들 그렇게 늙어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좋은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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