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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일회용품 안 쓴 직장인 "할 만 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하는 '소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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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일회용 면봉, 일회용 칫솔, 일회용 치약, 일회용 수저, 일회용 마스크…. 요즘 우리의 일상엔 일회용품이 정말 많다. 하루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5년간 실천한 사람이 있다.


소일(본명 김가영) 작가는 2016년부터 블로그에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 활동을 기록 중이다.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생활 속에서 최대한 일회용품과 쓰레기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그는 이 경험을 묶어 올해 1월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판미동)를 출간했다. 초보 ‘제로 웨이스터’들이 참고할 만 한 외식, 화장, 장보기, 분리 배출 등 일상 팁이 망라돼 있다.

2월 4일 경기도 수원의 한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만난 소일 작가는 화장을 하지 않은 차림이었다. 환경오염과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스스로를 “윤리적 최소주의자”라 말하는 그는 빨간 스웨터를 입은 채 “오늘 입은 스웨터는 저희 엄마가 결혼할 때 가져오신 것이에요. 40년은 넘었는데 그렇게 안 보이죠”라며 웃어 보였다.

필명 ‘소일’과 ‘윤리적 최소주의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닉네임이 필요했어요.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블로그를 ‘소일거리처럼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소일은 한자에 따라 ‘세월을 보낸다(消日)’는 뜻도 있고 ‘작은 일(小一)’이라는 의미도 있는 중의적 단어라 마음에 들더라고요. 


윤리적 최소주의자에 대해선, ‘최소주의자’는 미니멀리스트를 한국어로 한 거예요. 다만 단순한 최소주의자이고 싶진 않았고 환경과 사회에 책임감을 갖겠다는 의미로 ‘윤리적’이라는 말을 붙였어요.


5년째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계신데,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2011년에 저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본 교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해 쓰나미가 일어났죠.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이미 재난 상황을 겪었던 일본인들이라 그런지 피난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어요. 피난 꾸러미를 싸며 불필요한 건 버리는, 미니멀 라이프 유행이 생겨났고요. 


그런데 귀국 후 2016년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난 거예요. 불안한 마음이 들어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며 ‘미니멀리스트’가 됐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버리는 이 물건들은 다 쓰레기가 될 텐데….’ 저에게 책임이 있다 느껴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로 웨이스트의 취지는 좋지만 실천하기는 어렵고 불편하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럼에도 우리가 제로 웨이스트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한국은 세계에서 1~2위를 다툴 만큼 분리 배출을 잘하는 나라예요. 그럼에도 그중에 재활용되는 건 굉장히 적죠. 쓰레기들은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돼요. 


끔찍한 이야기를 하나 해볼게요. 우리가 아기 때 쓴 일회용 기저귀, 소위 그 ‘똥 묻은 기저귀’가 지금도 땅에 묻혀 있는 건데 이게 분해되는 데만 짧아야 50년, 길면 1백 년도 넘게 걸려요. 그것을 버린 사람은 사라져도 쓰레기는 남는다는 게 심각한 거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가 있죠. 생산자가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기에 해당 물건의 폐기와 처리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소비자도 상품을 사용하며 편익을 얻잖아요. 그래서 저는 소비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분리 배출에서 더 나아가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예컨대 페트병을 재활용해도 다시 쓰이지 못해요. 재활용할수록 질이 낮은 플라스틱이 되기에 기껏해야 합성 섬유가 되죠. 결국 페트병을 쓰려면 다시 자원을 들여 새롭게 만들어야 해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동안 어려움은 없었나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사실 일회용품이 일상화된 건 길어야 30년 남짓이고 이전에도 우린 잘 살았거든요. 우리가 일회용품에 너무 길들여졌을 뿐인 거죠. 


오히려 제가 어려웠던 건 ‘너무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랄까, 커피를 마실 때 빨대를 쓰고 싶지 않은데 미리 꽂아서 준다거나 제가 개인 용기를 내밀기 전에 물건을 비닐에 담아 준다거나 하는 거요. 상대방이 저의 편의를 위해서 친절을 베푸는 건데, 이를 거절하고 사양하기 어려웠어요.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인가요.


제가 실천하던 걸 사람들이 따라 하고 제도화될 때요. 제도화가 됐다는 건 더 이상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의미해요. 그만큼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 보편화된 것이니까요. 


우산을 넣는 비닐봉지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1년에 1억 개의 우산 비닐이 버려진다는 걸 알고 이를 사용하는 대신 물기를 털고 손수건으로 닦았어요. 절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을 느꼈죠. ‘우산 비닐을 써야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는. 하지만 점차 저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법이 바뀌어서 이젠 우산 비닐 대신 물기를 제거해주는 기계가 설치되고 있어요. 정말 뿌듯해요.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게 단순히 ‘편리함’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보다 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일회용품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글쎄요. 예컨대 일회용 컵은 공장에서 생산된 걸 바로 사용하는 거잖아요. 저는 일회용품이 정말 더 위생적일지 의문이에요.

스스로의 행복을 깨지 않는 선까지만

소일은 외출할 때 텀블러, 개인 식기, 손수건을 꼭 챙겨 다닌다. 근래엔 접을 수 있는 백팩을 구입해 여기에 물품들을 넣어 다닌다. 손도 자유롭고 팔도 아프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한다.

1 소일이 평소에 소지하는 물품들. 개인 식기, 대나무 칫솔, 손수건, 혀 클리너 등 다양하다. 2 소일이 사용하는 여러 종류의 에코백. 안 쓰는 옷감, 손수건 등을 재봉해 만들었다. 3 민소매 옷을 이용해 만든 에코백. 4 조립식 숟가락. 일회용품 근절의 다짐을 담아 기념품으로 제작했다.

낯선 사람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도 물품을 가져가나요.


식당을 가면 다회용기에 음식이 나오니까 개인 그릇까지는 필요 없지만 요즘 코로나19로 일회용 수저를 주는 곳이 많아 수저는 꼭 챙겨요.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괜찮아요. 그날 일정에 맞춰 필요한 게 있으면 더 추가하거나 빼면 되고요.


외출할 때 소지하는 물품에 대해 설명한다면.


개인 식기는 일반적인 스테인리스 도시락 통과 조립식 수저를 써요. 텀블러도 일반적인 텀블러예요. 휴지 대용으로 쓰고 있는 손수건이 핵심인데, 3~4장을 챙겨 다녀요. 특히 소창(이불의 안감이나 기저귓감 따위로 쓰는 피륙) 손수건을 추천해요. 흡수력이 뛰어나고 잘 마르거든요. 예전에 휴지로 콧물을 닦으면 코 밑이 헐곤 했는데 소창 손수건은 그러지 않더라고요.


물품을 챙기지 않고도 일상에서 쉽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요즘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데, 잘 깨지지 않는 물건인데도 에어 캡과 같은 충전재가 두껍게 둘러져 있더라고요. 물건을 주문할 때 배송 요청 사항에 “충전재는 안 넣어주셔도 됩니다”라는 딱 한마디만 해도 되는 거예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기념일에 케이크를 먹을 때 쓰는 초와 칼도 있어요. 이 역시 전부 플라스틱인데, 집에 칼과 초가 있다면 굳이 받을 필요가 없는 거예요. 저는 집에 있는 양초 하나를 6년째 기념일마다 사용하고 있어요. 앞으로 4~5년은 더 쓸 수 있을 정도로 온전해요. 이 양초를 쓰지 않고 일회용 초를 사용했다면 수백, 수천 개의 플라스틱이 버려졌을 거예요. 그리고 여성에겐 월경 컵도 추천해요.


그 어느 때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제로 웨이스트 활동에 입문하려는 사람도 그만큼 늘어났는데, 어렵다 느끼는 사람 역시 많은 듯해요. ‘제로 웨이스트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우선 분명히 말하고 싶은 건 모든 제로 웨이스트 활동은 자신의 행복을 깨지 않는 선, 즉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거예요. 


사실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의 뜻이 쓰레기 발생을 ‘0’으로 만든다는 건데 이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러니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고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해요. 각자 쓰레기를 조금씩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한 사람이 10%만 쓰레기를 줄여도 세상의 쓰레기가 10% 줄어드는 거예요.


제로 웨이스트를 당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놀이’의 관점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각자만의 제로 웨이스트 방법을 공유·논의한다고 생각하면서요. 재미있는 방법이 생각보다 많답니다(웃음).


사진 홍태식

글 이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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