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머슬퀸 장래오 "이제야 내 인생 사는 것"

조회수 2021. 3. 3.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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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황금기는 언제일까. 피트니스 모델과 시니어 모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래오(65) 씨는 바로 지금이 자신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전성기라고 힘주어 말한다. 


2013년 57세 나이에 운동을 시작한 후 3번의 도전 끝에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서 우먼피지크 3위, 미즈비키니 6위에 오르며 60대의 저력을 당당히 보여줬다. 이후 머슬마니아 코리아 심사위원이자 고문으로, 방송 등에서 건강 멘토로 활약 중이다.

그가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한 건 건강 때문이다. 두 아들의 엄마이자 사업가로 바쁘게 살아가던 30대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왼쪽 어깨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지만 왼팔과 어깨는 안 좋은 상태가 지속됐다. 결국에는 신경이 죽어 꼬집어도 아프지 않았고, 어깨 높이까지도 왼팔을 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년에 접어들어 살이 찌면서 무릎 건강에도 이상 신호가 왔고, 계단 한 칸도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하는 상태가 됐다. 평소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며 노년을 맞고자 서울에서 경기도 일산으로 이사한 그를 운동으로 이끈 건 헬스 트레이너인 둘째 아들 이성현 머슬맥 스튜디오 대표다. 머슬마니아 세계대회 2위 수상 경력의 이 대표는 트레이너로도 유명하다. 아들은 틈날 때마다 장 씨의 일산 집을 찾아 운동을 권했고,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넘어 칠고초려 만에 엄마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8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모습.

57세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 출전해 입상까지 하셨어요.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땐 무릎에 물이 차는 등 어렵고 힘들었어요. 몸이 무리가 가지 않도록 관절을 쓰지 않는 근육운동에 집중했지요. 거의 매일 운동했고, 매번 웨이트 트레이닝 55분, 유산소운동을 1시간씩 했답니다. 열심히 노력하니 어느 순간 왼팔을 올리는 건 물론 무거운 물건도 들 수 있게 됐고, 몸도 전체적으로 건강해졌어요.


그렇게 1년 정도 지속하니 주변 전문가들이 제 몸을 보고 칭찬하며 대회 출전을 권유하더라고요. 하지만 전 일명 비키니 세대가 아니잖아요(웃음). 그러다 어느 날 샤워 후 거울에 비친 제 몸을 보는데 너무 예뻤어요. 젊은 선수들 못지않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들에게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결심을 전하고 본격적으로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눈물 쏙 빼며 운동했습니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대회에 처음 출전했고, 그 후 라스베이거스 대회에 2번 출전한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어요. 첫 대회에서는 몸의 강도와 무대에서의 경기력이 조금 부족했지만, 그 부분을 보완하고자 노력했고 결국 세계 3위에까지 오르게 됐답니다.


대회나 시범 무대를 준비할 때 식이조절은 어느 정도까지 했나요.


이때는 쉽게 말해 편식을 해요. 칼로리를 오버하면 안 되므로 정해진 식사만 하지요. 하지만 오래 지속하면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어 대회 준비하는 몇 달만 그렇게 실시합니다. 식사는 하루에 3~4번 정도 하는데, 매 끼니 떡 100g과 닭가슴살 100g, 달걀 3~4개를 먹어요. 채소와 과일이 있을 땐 함께 섭취하고요. 또 종합비타민제와 오메가 3, 칼슘 등 건강보조식품도 챙겨 먹어요.


그렇다면 평소에는 어떻게 식사하세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유별난 건 없어요. 외식도 즐기는 편이고요. 다만 하루에 단백질 300~400g은 반드시 섭취해요. 하루에 3~4번 식사를 하니 매 끼니 100g 정도는 꼭 단백질을 먹는 셈인데, 이때 생선이나 붉은 살코기, 달걀 등 종류는 다양하게 하지요. 식사 때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은 1:1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원래부터 운동에 관심이 있었나요.


예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하는 역동적인 운동을 좋아했어요. 교통사고가 나기 전에는 테니스, 사고 후에는 재활훈련을 하면서 골프를 쳤지요.중량을 다루고 혼자 하는 헬스는 재미도 없고 운동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바뀌고 건강해지는 걸 체감하면서 운동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어요. 


재미있는 게 남편과 큰아들은 축구·야구·테니스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운동을 즐기고, 저와 작은아들은 혼자서 인내하는 헬스에 빠져 있다는 거예요. 작은며느리도 트레이너와 피트니스 모델을 병행하고 있어요. 셋이 모이면 ‘운동’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인지 대화가 끊이질 않고 재미있어요.


열심히 운동하지 않으면 눈치가 보일 것 같아요.


서로 스케줄이 다르다 보니 함께 모여 운동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이 운동 자체가 자신과의 싸움이므로 서로 눈치 보는 일도 없고요. 저는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제 자신을 이기고자 오늘 노력할 뿐이에요.

운동하길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일매일이요. 작은아들은 이제야 제가 제 인생을 사는 거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저는 남편과 두 아들, 가족을 위한 인생을 살았던 듯해요. 남편과 아들들에게는 얼마를 써도 안 아까웠지만, 제게는 십 원 한 푼도 아꼈던 사람이에요. 엄마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이랬던 제가 운동하고 확 달라졌어요. 이제는 저를 위해 투자하는 일상이 즐겁고 소중해요.


나이가 들수록 운동에 도전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골프나 스키는 돈을 내고 배우는 걸 당연시하고, 헬스장에서는 혼자 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다양한 운동을 해본 결과 몸을 만드는 헬스가 가장 혼자서 하기 어려웠어요. 어설프게 혼자 하다가 부상을 당하기도 쉽고, 스스로 강도를 뽑아내기 어렵다 보니 자극점을 찾기 쉽지 않아 재미도 없고요. 제가 운동에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좋은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몸에 투자하는 걸 아까워하지 말고 훌륭한 트레이너에게 지도를 받으며 운동을 시작해보세요.


65세인 지금도 열정적이세요. 인생 모토가 궁금합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잖아요. 오늘 운동한 뒤 거울을 보며 몸이 좋아졌는지 확인하는 분들은 오래 운동하기 힘들어요. 제대로 배우고 하루하루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몸이 좋아져 있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똑같아요.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절대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천릿길에 도달해 있겠죠!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서 다시 만나뵐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기가 쉽지 않지만 상황이 좋아진다면 세계대회에 또 한 번 출전하고 싶어요. 늘 그래왔듯이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목표를 갖고 계속 운동하고 싶어서요. 방송 출연은 그동안 나서는 게 싫어서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최근 저를 롤 모델로 생각하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시니어들을 만나다 보니 그런 분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다방면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글 강현숙 기자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장래오 맥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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