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글에서만 '김치는 중국음식'이라고 검색됐던 이유는.."

조회수 2021. 2. 21. 11: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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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내 포털사이트와 SNS에 '김치의 기원'이라는 묘한 키워드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김치의 기원이라니 당연히 한국이 아닌가. 


알고 보니 사정은 이랬다. 영어판 구글 사이트에서 'kimchi(김치)'를 검색하면 '중국에서 비롯된 음식'이라는 검색결과가 표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김치는 어느 나라 음식인가'라는 질문을 영어로 검색해도 마찬가지로 '중국'이라는 검색결과가 나왔다. 한국어판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는 이런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발견한 한국 네티즌들은 구글 측에 시정을 요구했고 다행히 오류는 당일 바로 수정되었다.

영어판 구글에 'where is kimchi from(김치는 어느 나라 음식인가)'를 검색했을 때 나오던 화면. 현재는 'Korea'로 검색결과가 수정되었다.

이렇게 김치뿐만 아니라 독도, 한복, 갓 등 우리의 문화·역사 관련 정보가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등판' 하는 단체가 있다. 1999년에 창설되어 20년 넘게 활동중인 민간단체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다.


사이버외교사절단을 표방하는 반크는 국제 펜팔 사이트로 시작되어 현재는 한국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에 바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바로알리기 활동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중국과 일본의 일부 세력들로부터 지속적인 비난과 위협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활동 중이다. 반크를 이끄는 박기태 단장을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출처: 반크 유튜브 채널
반크 박기태 단장

이번 ‘김치의 기원’ 구글검색 결과를 바로잡는 데 반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 관련 정보 오류가 발견됐을 때 늘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 같은데, 어떤 절차로 움직이나요.


"해외 동포들이나 네티즌들로부터 제보가 들어옵니다. 우리나라 관련 정보 오류는 매일 1~5건 정도 접수되고 있어요. 


제보를 확인하면 누구나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듭니다. 영문 항의서한을 작성하고 글로벌 청원을 올리는 거죠. 국제 청원은 역사왜곡에 함께 대항해 줄 해외 여론을 모으는 역할도 합니다.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 change.org 에 글을 올립니다. 지난해부터 올린 글로벌 청원이 이제 40개가 됐고, 15만 여 명의 세계인이 동참했습니다. 


반크의 ‘21세기 이순신 오류시정 프로젝트’ 사이트에 정보오류 관련된 영문 항의서한, 시정과정, 사후 조치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100년 전 헤이그 특사는 일본의 방해 때문에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지만,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통해 그 어떤 장벽이나 방해 없이 우리의 입장을 세계에 알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21세기 신헤이그 특사’가 될 수 있지요.

한국 구글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왜 영어 구글에서만 잘못된 검색결과가 나온 것일까. 박 단장은 일본과 중국의 왜곡된 홍보활동 때문이라고 답했다. 


구글은 2012년 5월부터 검색결과에 구글이 직접 수집한 정보를 백과사전처럼 요약해서 보여주는 '지식그래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지식그래프 서비스의 바탕이 되는 자료인 CIA 월드팩트북과 위키피디아에 양국의 입김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출처: CIA 'The World Factbook' 한국 지도 일부 확대

"우선 오래 전부터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외국에 홍보해 온 건 다들 아실 겁니다. 반크가 구글에서 서비스 중인 149개 언어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CIA 책자 내용 그대로 ‘리앙쿠르트 암초(Liancourt Rocks)’라고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리앙쿠르트 항목 상세설명에는 독도와 다케시마가 둘 다 표기되어 있고, 한일간의 분쟁지역이라고 소개되어 있고요. 동해도 대부분 ‘일본해’라고만 단독 표기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위키피디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영어권 위키피디아 ‘만리장성’ 항목에 만리장성이 평양까지 뻗어 있었다고 나와 있어 논란이 됐죠.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중국의 것이었다,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한국 정부가 반크 대표로 장관급 인물을 선임하고 일본을 깎아내리려는 운동을 한다'는 일본 발 가짜뉴스가 돌아다닌 적 있었습니다. 실제 반크 조직은 소규모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저 포함 상근자 5명입니다. 몇 년 전에 모 일본 언론에서 반크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이 100명이나 되고, 1년 예산은 200억 원이라고 주장한 적 있었죠. 심지어 반크 대표는 한국 정부가 장관급으로 임명하는 국가 공무원이라고 주장하더군요. 이 내용은 일본 최대 포탈 메인에 올라가기도 했고요. 저희는 5명 연구원 체제에 1년 예산은 5억 정도이고, 저는 민간인입니다(웃음).


매년 여름 겨울 방학마다 대학생 2명 정도가 인턴으로 활동을 합니다. 외국인들도 해마다 참여하는데요. 올해는 미국 하와이 대학교와 대학원생 8명이 참여했습니다. 원래는 직접 한국에 방문해서 두 달 정도 활동하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작은 조직이지만 회원들이 15만 명이나 되기에 든든합니다. 이분들은 저희 연구원들 이상으로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알리고 있어요. 반크는 한국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홍보자료를 제작 배포하고, 회원들이 이 자료를 더 널리 퍼뜨리는 것이죠. 매달 자발적으로 2~300명이 가입하시고 각자 사이버 외교관이자 글로벌 홍보대사라는 사명감으로 활동을 하십니다."



단장님이 99년도에 만드신 펜팔사이트가 반크의 바탕이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펜팔사이트에서 사이버 외교사절단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반크는 지금도 펜팔 사이트가 활동의 중심입니다. 외국인 반크 회원 가입 사이트를 가보시면 약 4만명의 외국인들이 반크를 통해 한국의 청소년, 청년들과 교류하고 싶어합니다. 서로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바로 알리게 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비판하는 디지털포스터. 반크는 전세계 3700여 명의 청원자 명단과 100여 명의 항의편지를 모아 하버드 측에 전달했다.

일각에서는 반크 활동을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이라며 경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20년간 반크는 일관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활동을 해 왔습니다. 작정하고 빼앗으려 드는 상대 앞에서 가만히 있으면 뺏깁니다. 정말 반크가 지나친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단체라면 ‘대마도는 한국땅이고 고구려의 영토였던 중국 만주도 한국땅이니 돌려달라’는 활동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는 전세계인들과 공존하고 서로 존중하는 세계 보편주의를 지향합니다. 20년 동안 한국을 바로 알리며 쌓아 온 역량을, 이제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각 나라들을 올바르게 알리는 데 사용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교과서나 책, 세계지도, 웹사이트를 보면 미주나 유럽 쪽에 대해서는 찬란한 역사와 문화가 강조됩니다. 하지만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았던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그렇지 않아요. 나라마다 자랑스러운 문화가 있는데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서 단순히 ‘가난한 나라’ 라는 식으로만 알려지는 현실에 다들 불만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이것을 바로잡자는 취지로 아세안 역사와 문화에 대한 동영상, 카드뉴스, 홍보물, 디지털 포스터 등 다양한 자료를 제작해서 배포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아시아의 문제는 서구 국가가 아니라 아시아 사람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젊은이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여론을 모으고 중·일 패권주의에 대항할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반크는 아세안 10개국 젊은이들이 모여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하고 2024년까지 100만 회원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랜 시간 활동하며 성과가 점점 눈에 보일수록 방해도 커졌다. 박 단장은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일본으로부터 집중공격 받았을 때를 꼽았다. 일본 정치인, 유명인, 언론 등이 반크를 지목해 비난하는가 하면 우익들의 '사이버 테러'로 일주일 동안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에서 반크를 운영한다, 반크는 혐일단체다 등 근거없는 헛소문도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중국 측의 역사왜곡 시도에 적극 대응하자 중국 네티즌들이 공격적인 덧글을 남기고 있다.


아무리 단단한 사람이라 해도 집요하고 지속적인 비난을 받으면 지칠 법도 한데 박 단장에게서는 흔들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고생을 견디게 해 주는 원동력, 즐거웠던 경험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잘못된 정보가 바로잡혀가는 것을 볼 때 흐뭇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결과들을 제가 아니라 반크의 젊은 활동가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답하며 한 청년활동가가 만든 성과를 소개했다. 


출처: 반크 공식 블로그
'에어맵' 독도 항목 수정 전과 후 화면 캡처.

지난해 미국 유명 드론 소프트웨어 '에어맵' 독도 항목에 잘못된 정보가 실렸다. 에어맵은 전세계 200개 이상의 공항에 드론 플랫폼을 제공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회사인데, 이 회사의 앱에 '독도는 일본과 한국의 공동관리 구역이라 독도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양국의 승인을 다 받아야 한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 회사 측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두 달에 걸쳐 오류를 바로잡은 사람은 반크에서 활동중인 청년 김현종 씨였다. 박기태 단장은 김 씨와 같은 젊은이들에게서 미래를 찾고 있다.


"반크를 통해 한국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기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높이는 데서 더 나아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저의 꿈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져 가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기쁩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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