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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한식당 사장님 "해장국 국물까지 100% 식물성"

조회수 2021. 2. 10.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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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안 아끼고 팍팍 넣는 것이 맛의 포인트"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Veganism,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넘어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제품이나 동물성 제품 소비를 거부하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의 방식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표방한 비건 한식당 ‘제로비건’을 이끄는 김보배(37) 대표는 2019년 호주에 있을 때 유튜브에서 바다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혀서 구조되는 장면을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책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비건 라이프를 시작했다.

‘제로비건’은 어떤 곳인가요.


‘제로비건’은 쓰레기 배출을 0으로 만들어가는 ‘제로 웨이스트’와 채식주의자 중 가장 엄격한 단계인 ‘비건’의 합성어에요. 저희는 100% 식물성 재료로 해장국을 만들죠.


저희 대표메뉴는 속풀이용 해장국을 그대로 재현한 얼큰한 국물의 칼칼해장국이에요. 이와 함께 노루궁뎅이보양해장국, 토마토해장국, 더덕곰탕, 느타리두루치기, 무조림비빔밥, 채식감자탕, 새송이강정, 잡채 등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한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요.


원래 요리를 전공했나요.


연극영화를 전공했고 공연기획과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교 재학 중 자동차 인테리어 용품을 직접 디자인해 제작하고 판매·유통하는 회사를 시작으로 10년 정도 개인 사업을 했어요. 사업의 흥망성쇠를 겪으면서 아직은 충분히 젊으니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고 싶어 2015년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발리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뉴질랜드, 호주까지 4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했어요. 돈이 떨어지면 현지에서 일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학교에 입학해 공부하며 저를 찾는 시간을 가졌지요. 그 여정에서 제가 가장 즐겁고 좋아하는 일은 사업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특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분야 중 외식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사이버대학교에서 외식창업학과 수업을 들었고, 싱가포르에서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호주로 건너간 뒤에는 1년간 요리학교를 다니고 레스토랑 근무를 병행하며 외식사업의 기초가 되는 주방 일을 익혔습니다.

해장국은 채식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대표 음식인데 어떻게 만드나요.


해장국의 베이스인 채수를 끓이는데 재료를 아낌없이 넣는 것이 맛의 포인트에요. 또 동물성 재료를 넣지 않고도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물성 재료에서 나는 맛을 식물성에서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칼칼해장국은 우거지국밥이나 뼈해장국 같은 맛을 내려고 신경 썼어요. 노루궁뎅이보양해장국은 삼계탕을 모티프로 해 삼계탕 국물 맛이 나고요. 채식감자탕은 일반 감자탕과 맛이 비슷해 소주 한잔과 볶음밥까지 코스로 즐기는 인기 메뉴랍니다.


손님들은 ‘채소로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많이 보이세요. ‘제로비건’은 비건뿐 아니라 논비건들도 맛있게 비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비건 음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깨서 채식을 좀 더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해요.


어떤 분들이 주로 방문하나요.


처음에는 비건 손님이 대부분이었어요. 비건 커뮤니티에서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거든요. 특히 외국인 비건들이 한국 비건식에 호기심을 보이며 많이 방문하세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환경 보호에 채식이 도움 된다고 알려지면서 채식을 실천하려는 논비건 손님들도 점차 늘고 있어요.


식당은 특성상 많은 쓰레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해요.


감사하게도 손님 대부분이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고 계세요. 음식을 남기는 분들이 많이 없고, 혹시 남게 되면 직접 가져오신 통에 싸가지고 가세요. 매장에도 친환경 용기를 준비해 놓아 남은 음식을 싸 갈수 있도록 돕고 있고요. 음식을 만들 때도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재료를 버리지 않고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일례로 채수를 끓일 때 무와 다시마, 표고버섯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데 이때 사용한 무로 무조림비빔밥을 만들어요. 또 표고버섯은 잡채의 재료로 사용하고, 다시마로는 반찬을 만들기도 하고요.


보통 식당 주방에서는 일회용 비닐과 랩, 키친타월을 무척 많이 사용하고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양도 어마어마해요. 하지만 저희 주방에서는 일회용 비닐과 랩을 사용하지 않아요. 키친타월은 최소한만 쓰려고 신경 쓰고 있고요.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선택하는 기준도 남다를 듯해요.


‘제로비건’에서는 재배 과정에서 흠집이 생기거나 모양과 색깔이 고르지 못해 버려질 위기에 처한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해요. 맛과 신선도가 뛰어난 데 유통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십억 톤의 못난이 농산물이 버려지고 있다고 해요.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부터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해왔고, 앞으로는 범위를 넓혀 청년 농부의 농산물이나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채소도 사용할 계획이에요.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비건 뿐 아니라 논비건에게도 채식을 알리며 채식 대중화에 힘쓰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일반식에서 얻고 있지요. 쉽게 말해 일반식을 비건식으로 바꾸는 연구를 하는 거죠. 


동물성 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재료를 찾는 공부가 일상이 됐을 정도에요. 가끔은 의도치 않게 우연히 발견하기도 해요. 예전에 다시마로 반찬을 만드는 데 다시마를 기름과 간장에 볶다보니 젓갈, 액젓 냄새가 나더라고요. 또한 제로 웨이스트나 비건과 관련된 공부는 관심 분야인 만큼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등 늘상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관련 모임에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요.


제로비건의 내일도 기대돼요.


비건 한식의 대중화를 위해 활동하고 싶어요. 개인 식당이나 공공기관의 식당, 학교 급식 등에도 채식 메뉴가 옵션으로 있었으면 해요. 보통은 채식 메뉴를 만들고 싶어도 비건 재료를 어려워하시고,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비건 식품을 만들어서 필요로 하는 곳에 납품하면 뜯어서 끓이기만 하면 되니 쉽게 채식 메뉴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제로비건’ 메뉴를 상품화해 손님들이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마트나 온라인으로 쉽게 주문해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외국에 수출해 비건 한식에 대해서도 널리 알리고 싶은 소망도 있고요.


제가 이렇게 채식을 알리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그동안 함부로 사용했던 지구가 얼마나 아파하고 있고, 그로 인해 역으로 인간이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것, 동물의 고통·희생과 맞바꾸며 살았던 지난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으면 해요. 


글 강현숙 기자·사진 홍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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