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게임으로 1500억 매출 올린 30대 "150번 도전, 10번 성공"

조회수 2021. 1. 26. 16: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청년들이 만드는 '영꿈 통장'] 다시 일어선 청년 사업가들
꿈꾸는 자에게 실패는 두렵고 피해야 할 존재일까. 각자의 길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은 “절대 아니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꿈을 담아 개설한 통장이 쌓이는 실패는 투자금이자 전리품이다. 마이너스통장이 아닌 적금을 붓는 셈이다. 그게 바로 영꿈(young+꿈) 통장이다.

취재팀과 만난 영꿈 통장 청년들은 “누구나 영꿈 통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사람이 꿈을 꾼 게 아니라, 꿈을 꿨기에 특별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꿈은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실패란 단어를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150개의 게임을 출시했는데, 성공한 것은 10개 미만이에요.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다가 성공작이 하나둘 쌓였고, 2016년 23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0년 1500억 원에 이르게 됐습니다.”

출처: 동아일보
왼쪽부터 김강안 씨(34), 임지훈 씨(32), 조승우 씨(29)

모바일게임 회사 ‘111퍼센트’의 김강안 대표(34)는 1987년생으로 이제 30대 중반이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한 횟수는 벌써 8번에 이른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현재 회사는 2015년 9월 그가 9번째로 도전한 사업이다. 그에게 앞선 8번의 실패는 마이너스가 아니라 경험이란 자산으로 차곡차곡 쌓였다.


강안 씨가 말하는 성공 비법은 단순하다. 실패하면 수정해서 다시 도전하고, 또 실패하면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는 2012년 사진 보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시작으로 3년 동안 의류 추천 앱과 데이트 코스 추천 앱, 퀴즈 대결 앱 등 온갖 아이템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앞서 말했듯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6개월 동안 겨우 10만 원밖에 벌지 못하기도 했지만, 강안 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한 번에 성공을 꿈꾸는 게 더 이상한 거죠. 실패하는 게 당연했고, 그럼 또 도전할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실패는 내가 자신감을 더 쌓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여겼습니다.” 

꿈 통장의 가장 큰 자산 ‘실패’

출처: 동아일보

‘영꿈 통장’을 품은 청년들은 실패를 좌절로 여기지 않고 자산으로 삼아 통장을 채워간다. 얼핏 마이너스통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이자가 팍팍 붙고 있는 인생의 적금통장이었던 셈이다. 


실패는 세상과 주위를 돌아보는 힘도 길러준다. 강안 씨는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이용자의 의견을 빠르게 반영해 수정하는 방식을 이어갔다. 시제품을 선보이고 외부 피드백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애자일(agile) 전략’이다. 이는 그의 실패가 경험 이외의 것을 가지는 큰 무기가 됐다. 바로 기술력과 유저들의 ‘팬덤’이었다.


몇 년 동안 바닥으로만 향하던 영꿈 통장의 잔액 그래프는 2015년부터 꿈틀댔다. 그해 12월 선보인 벽돌깨기 게임 ‘비비(BB)탄’이 구글 플레이(Google Play)에서 1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2019년 9월 출시한 주사위게임 ‘랜덤 다이스’는 구글 플레이에서 매출 기준 ‘톱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강안 씨는 또 다른 실패를 꿈꾸고 있다. 게임으로 다진 영꿈 통장에 새로운 도전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웹툰과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나설 겁니다. 벤처캐피털 사업도 시도할 거예요. 안정만 바랐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앞으로도 ‘쭉’ 실패할 예정입니다. 그게 제 영꿈 통장이에요.”

영꿈 통장이 좌절을 극복하는 힘 ‘긍정’

조만간 교육플랫폼 사업 론칭을 앞둔 조승우 씨(29)도 실패라면 이골이 났다. 처음엔 탄탄대로를 걸을 줄 알았다. 2015년 대학입시 성공전략을 담은 자기계발서 ‘성적표 밖에서 공부하라’가 대박이 난 뒤 강연과 멘토링으로 꽤 큰 수익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야심만만하게 2017년 멘토링 학원까지 세웠다.


결과는 처참했다. 1년여 만에 수억 원을 날렸다. 어느새 매달 500만 원이 넘는 빚을 갚아야 하는 쪽박 신세가 됐다.


확실하게 망한 뒤 승우 씨는 다시 출발점에 섰다. 오랜 기획 끝에 유아나 초등학생에게 스스로 진로를 고민해볼 기회를 주는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예컨대 과학에 관심 있는 아이라면 집에서도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각종 준비물과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식이다.


승우 씨는 이 사업의 이름을 ‘스몰빅(Small Big) 클래스’라고 정했다. 자신이 실패 속에서 깨달았듯, 작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것이 아이들의 성취감을 높여줄 수 있단 뜻이다. 유튜브 채널을 먼저 만들어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펴봤다. 현재 구독자가 약 6만3500명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스스로 돌아보면 영꿈 통장이 가파르게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도 실망하지 않았어요. 학창 시절에 ‘긍정 강화 효과’를 경험한 덕분인 것 같아요. 사실 어릴 때 왕따(집단따돌림)를 당한 적이 있는데, 이 트라우마를 작은 성취로 극복한 적이 있거든요.”

내 꿈이 어디쯤 와 있는지 냉정하게 파악해야

실패를 하더라도 가치 있는 실패를 하려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웨딩촬영 중개 플랫폼 ‘프딩’을 운영하는 임지훈 대표(32)는 2014년 창업에 실패했던 경험에서 이런 교훈을 얻었다. 당시 지훈 씨가 개발한 서비스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통역사를 소개해주는 플랫폼이었다.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수요가 너무 적었죠. 나중에 보니 외국인 학생의 9할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을 끌어들이지 못했어요. 그들은 이미 끈끈한 자체 커뮤니티가 있어서 외부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지훈 씨는 서비스는 실패했지만 사전 시장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 실패를 바탕으로 '프딩'을 시작했다. 시장 규모도 크고 후발주자도 성공할 가능성을 봤다.


사실 그 사이에 지훈 씨는 또 한 번 실패를 맛봤다. 뚜렷한 아이템도 없이 그냥 회사를 만들었다. 공들인 개발 기획서가 휴지 조각이 되는 악순환을 1년 동안 반복했다. 같이 일하던 개발자가 “기획서가 개판”이라고 일갈했던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미련한 실패였지만, 얻은 게 있습니다.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홍보 등 사업 전 과정을 배울 수 있었죠. 자연스레 실무 능력이 커지면서 어떤 담당자와도 쉽게 소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의 사업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오히려 매출이 느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이제 지훈 씨는 프로필 촬영이나 졸업사진 촬영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실패는 개인 잘못보다 제도 문제… 경험 나눠야”

“청년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거는요, 실패를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2018년부터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관해 열고 있는 ‘실패박람회’는 성과만큼 상징성이 큰 행사다. 말 그대로 참여자들이 서로의 실패 경험을 나누고, 재도전을 응원하는 정책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패박람회에서 민간기획단장을 맡았던 권선필 목원대 공공인재학과 교수(58)가 전하고픈 메시지는 ‘실패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청년이라도 실패를 경험합니다. 누구나 겪는 일인 거죠.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안전하게 실패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한번 넘어졌다고 주저앉지 말고 일어서는 연습을 해야 해요. 청년들이 서로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다 보면 ‘내 잘못으로 실패하는 게 아니다’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패박람회는 한국 사회의 인식과 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실패를 이겨낸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정책화되기도 한다.


지난해 충남 지역에서 열린 실패박람회에선 도시를 떠난 청년들이 귀농에 실패하는 이유를 논의했다. 청년들이 거주하기 적절한 집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경제적 심리적 위기에 처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청년들은 친환경에너지 발전소를 함께 쓰는 ‘소형 주택 마을’을 제안했고, 충남도가 구체화를 위한 설계 예산을 지원했다.

‘영꿈 통장’ 10인 “가슴 뛰는 일 찾는 게 우선이죠”

영꿈 통장 청년들은 또래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취재팀이 만난 청년 10여 명은 일단 “내가 특별해서 이렇게 영꿈 통장을 개설한 게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또래와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다만 한 가지. 자신의 꿈에 솔직했고, 그 꿈을 향해 가며 앞뒤를 재지 않았다.


변호사의 길을 접고 사업에 뛰어든 박소현 씨(29)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누구는 특별해서 도전을 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현 씨 역시 20년 넘게 ‘시간에 휩쓸리듯’ 살아왔던 젊은이일 뿐이란다. 그 대신 방향이 정해진 뒤엔 온몸을 불태웠다. 소현 씨는 “특히 남들보다 늦게 인생 경로를 수정했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스물일곱 살에 피아니스트란 영꿈 통장을 찾은 김수진 씨(34)는 “냉정하게 손익계산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뭐든지 도전해도 좋지만 스스로 기한을 정해두는 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기가 언제까지 죽을 듯 노력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죠. 그리고 꿈을 좇을 때 잃어버릴 수 있는 게 뭔지도 알아야 해요. 모든 걸 다 얻을 순 없어요.”


하지만 그 도전은 과정 자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선사한다. 비록 실패의 쓴맛을 볼지라도 그건 청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밤 11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일을 해도 하나도 힘들지 않더라고요. 중요한 건 역시 ‘가슴이 뛰는 일’을 찾는 것 같아요. 그러면 계속 도전해도 지치지 않을 수 있어요.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가 소중한 거죠.”

특별취재팀=팀장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강승현, 신희철, 이소연, 김태성, 이청아, 전채은, 신지환 기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