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원들 해고하기 싫다" 日대표 항공사가 택한 방법

조회수 2020. 12. 18. 11: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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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속 해고없이 인건비 절감

위기는 예고없이 닥쳐오기 마련이지만, 올해 초 창궐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몇몇 업종의 기업들에게 채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항공, 외식, 숙박업계가 대표적인 코로나19 피해업종으로 이들 업종에 속한 몇몇 피해 기업들의 올해 매출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한계적 위기 상황에 내몰린 이들 기업의 생존을 위한 수단은 감원이다. 직원에 대한 인건비가 비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기업 입장에서 해고나 감원은 결코 현명한 결정은 아니다.


특히, 오랜 기간과 비용이 투입된 숙련된 직원의 퇴출은 해당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피하고 싶은 방법이다. 머지 않아 코로나19의 유행이 끝나고 정상적인 기업 경영환경이 갖춰진 후에 종전의 직원 수와 질 모두를 확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로 갑작스레 어려움에 처한 일본의 항공, 서비스 등 몇몇 기업들이 유통업체 등 일손부족을 겪고 있는 기업에 직원을 임대·파견해 고용을 유지하는 '출향(出向)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고 안 하고 인건비 줄이는 '출향(出向)'

'출향'은 재직중인 기업의 소속을 유지한 채 상대(출향) 기업과 복수의 고용계약을 맺고 상대회사 직원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제도다. 기업으로서는 해고를 피하면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업황이 회복되면 숙련된 직원들을 복귀시킬 수 있어 업무 공백없이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첫발을 뗀 것은 일본의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으로 지난 10월 말 실적 발표와 함께 직원 1000여명을 다른 회사에 출향키로 했다. 객실승무원과 여객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반년에서 2년 정도 임대하는 방식이다.


1000여명의 대상 직원 중 JAL 200명과 ANA 100명은 전자제품 판매 대리점 노지마로 출향한다. 이들은 약 1주일간의 연수를 거쳐 영업점 판매 담당이나 콜센터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노지마 관계자는 "고도의 접객 스킬을 가진 항공사 인재를 받아들이면 기존 종업원의 접객수준도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지마는 호텔 체인 도요코인으로부터도 300명을 임대받는 협상을 벌이고 있어 출향 직원수는 6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민간기업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항공사 직원 임차에 팔을 걷어붙였다. 사가현, 돗토리현, 미에현 등 지자체 3곳이 이미 ANA 직원 유치의사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돗토리현은 지역 기업에 항공사 직원 확보 위탁업무를 맡길 정도로 적극적이다.


인재파견 전문기업 파소나그룹도 12월부터 항공, 여행, 호텔업계 등으로부터 출향자를 모집한다. 임대받은 직원은 아와지시마의 파소나 본사에서 영업과 인사 업무를 담당한다. 당초 300명 규모를 예상했지만 상황에 따라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제도를 인재 확보의 기회로 삼는 기업도 있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은 대형 이자카야 운영회사 침니로부터 이달까지 45명을 한시 파견받았다. 이 중 10명은 이온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다른 업종으로 출향을 보내 해고를 피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은 급격한 엔고로 불황이 시작된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시기엔 주로 조선·철강 등이 출향을 보냈고, 자동차 등 연관성 있는 제조업이 이를 받아 들였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외식·숙박 등 서비스업에서 출향제를 활용해 고용유지에 힘쓰고 있다. 닛케이가 외식 관련 상장기업 100개를 조사한 결과 11월까지 직원 1200여 명이 출향됐다. 이들을 받아들인 곳은 코로나19로 외식·외출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경향 등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한 일부 소매업 등이었다.


출향제를 활용하면 기본적인 근무능력은 유지하고 인건비를 억제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이 제도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출향제는 원래 일하고 있던 회사 고용관계는 유지되지만, 급여나 취업규칙은 계약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근로조건, 일하는 곳이 달라지면서 생기는 심리적인 문제를 잘 살피는 등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여행업체가 장기간 무급 휴직을 실시하거나 폐업하고 있고, 항공·호텔 등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일본의 '출향(出向)'은 눈여겨 볼 만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프레스맨 도쿄=한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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