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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비싸도 OK" MZ세대가 기꺼이 사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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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있는 휘트니 미술관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전시만큼이나 1층 기프트숍에서 판매되는 물품들도 특별한데요. 그 중에서도 뉴욕에 기반을 둔 스트리트 브랜드 노아(Noah NYC)와 휘트니 미술관이 협업한 후드티는 유독 눈길을 끕니다. 무려 50가지나 되는 다양한 색상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아와 휘트니 미술관이 협업으로 제작한 후드 티. [사진제공 Noah NYC]

후드티를 왜 50가지나 되는 색상으로 만들었을까요. 사실 이 옷은 단순한 기념품이라기보다는 노아와 휘트니 미술관이 진행한 ‘캡슐 컬렉션’의 일부입니다. 아티스트 재스민 플랜틴은 뉴욕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인 염색 기법을 활용해 2백 가지 컬러의 후드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아티스트의 염색 작업부터 소비자가 특정 색상을 선택해 구매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예술 행위로 표현하는 동시에, 소비자가 윤리적인 소비를 통해 ‘아트’의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노아와 휘트니 미술관의 캡슐 컬렉션이 시사하는 바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특별한 점은 생산자 위주의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대량 생산했다가 팔리지 않으면 모두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수밖에 없는 기존 방식은 요즘 시대의 화두인 ‘지속 가능성’과 맞지 않습니다. 휘트니 미술관은 이런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 제작하는 방식을 택한 것인데,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쇼핑은 윤리적 기업에 대한 투표라고 말하는 노아의 창립자 브랜든 바벤지엔. [사진제공 MAEKAN]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은 브랜드의 윤리 의식에 민감합니다. 노아 창립자인 브랜든 바벤지엔은 오래 전부터 기업의 윤리의식을 고민했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소비자의 구매 행위를 투표에 비유했습니다.


“노동력 착취를 통해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브랜드를 소비할 것인지, 아니면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직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지가 곧 그 사람의 의식을 드러냅니다.” (브랜든 바벤지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의 관심은 기업의 윤리 의식보다 가격이나 디자인, 트렌드에 쏠려 있었습니다. 그동안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트렌드를 빨리 반영하는 영민함과 민첩성, 저렴한 가격 메리트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출처Noah NYC

팔리지 않으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패스트 패션 쇼핑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MZ세대들은 점점 중고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도 오래 된 의류를 싸게 구할 수 있는 ‘빈티지 마켓’ 같은 것은 있었지만 요즘 MZ세대는 조금 다른 이유로 중고를 찾습니다. 싼 값에 옷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의미 없이 의류를 대량생산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일종의 반기를 드는 것입니다.


매 시즌마다 트렌드를 반영한 새 아이템들을 내놓는 것이 패션의 숙명입니다. 하지만 MZ세대는 여태까지 패션으로 엄청난 부를 쌓아온 기업일수록 환경을 위해서, 지역의 경제를 위해서, 아동 노동력 착취를 막기 위해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 더욱 윤리적 의식을 가지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MZ세대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기 위해서는 싸고 예쁜 것보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 재정립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MZ세대는 가치 있는 소비를 하려고 노력하며 기업의 윤리적 의식에 대해 민감합니다. 특히 자신이 처한 환경적 상황이나 사회적 상황과 맞물리는 가치의 문제에 대해 윤리적 의식이 분명한 기업을 신뢰하고, 그 기업을 위해서는 다른 세대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구매합니다.


SNS가 일상의 커뮤니케이션 툴로 자리 잡은 MZ세대들은 소비할 아이템을 까다롭게 선별해내는 반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또 SNS상에 난무하는 브랜드의 광고성 업로드나 홍보성 댓글을 귀신같이 판별해내고,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깊은 신뢰를 보입니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굳이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그 기업, 그 브랜드, 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으니까요.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는 말이 시대를 대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먹고 사는 걱정이 없어진 시대를 살고 있는 새로운 세대들은 이제 ‘윤리 의식이 없는 자여 팔지도 말라’며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이 소비자들의 취향을 읽어내기 위해 눈치를 보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조엘 킴벡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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