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서 살면서 일할 수 있을까? '워케이션' 트렌드

조회수 2020. 11. 2. 15: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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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모호해지는 '휴식과 일의 경계'

회사 부서원 전체를 6개월 동안 원격 근무하라며 멋진 여행지로 파견 보낸다면? 몇 년 안에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입니다. 지난 20년 간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일하는 방식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워케이션’ 트렌드가 등장했습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지에서 일한다는 개념입니다. 


2015년 9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캘리포니아의 유명 캠핑지인 타호 마운틴 랩 이용자의 25%가 스키나 하이킹을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전했습니다. 타호 호수는 길이가 35km나 되고 해발 1896m 높이에 위치해 눈 덮인 봉우리와 맑은 물로 이름난 곳입니다. 2014년 설립된 타호 마운틴 랩은 지금도 공동작업공간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디지털 근무 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회사들도 늘었습니다. 미국은 전체 노동자의 42%가 풀타임 재택근무 중이며, 한국 100대 기업 중 88%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재택근무가 정말 효율적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오라클과 연구자문회사 워크플레이스 인텔리전스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 재택근무자의 40%는 코로나19 사태 후에도 재택근무 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11개국 11000명 조사). 같은 조사에서 일본인들은 38%정도가 지속적인 재택근무를 원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67%, 인도는 78%, 중국은 79%가 재택근무를 선호했습니다. 기업문화와 국가환경, 개인적 가치 등의 차이가 있겠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재택근무 선호도가 낮은 셈입니다.


단, 재택근무하는 장소가 반드시 ‘집’일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소개한 타호 마운틴 랩처럼 새로운 틈새 장소들이 떠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CNBC는 2020년 9월 ‘원격으로 생활하고 일하기 좋은 나라 리스트’를 소개했는데요. 카리브해에 있는 앵귈라와 바베이도스, 북대서양 버뮤다, 유럽의 조지아, 에스토니아, 크로아티아 등이 꼽혔습니다. 이 나라들은 적은 비용으로 1년 비자를 내주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주며 보험 혜택도 주는 등 적극적인 원격근무족 유치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모두 멋진 휴양지이기도 하지요.

미국 캘리포니아 캠핑지 타호 마운틴 랩에서 여행객들이 노트북을 켜 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Tahoe mountain lab 제공]

미국 실리콘밸리 소식을 전하는 ‘더 밀크’는 9월 27일자 기사에서 ‘일’이라는 것의 정의가 바뀌고 있으며 일하는 장소도 점차 불명확해지는 시대라고 표현했습니다. 미래에는 강력한 기업문화를 지닌 기업들이 번영할 수밖에 없는 시대이므로 자연스럽게 ‘워케이션’을 받아들이는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재택근무를 시작했지만 이 사태만 끝나면 얼른 사무실로 직원들을 도로 불러들이려는 기업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무조건 사무실에 사람을 모아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는 의문입니다. 6개월은 제주나 강릉에서 일하고 1년은 인도네시아 발리나 태국 치앙마이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산업화가 도시집약적 공간을 요구했다면 디지털화는 그것과는 반대 흐름으로 도시를 벗어나 휴양과 일을 동시에 즐길 공간을 추구하도록 개인과 회사를 유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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