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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알린 주식유튜버 "10년 만에 얻은 답은 가치투자"

조회수 2020. 10. 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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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없는 투자’ ‘소소하게 잃고 크게 버는 투자’를 지향하는 주식투자자가 있다. 주식하는 회계사로 잘 알려진 유튜버 ‘소소하게크게’다. 


그는 올해 증권가 최고의 유행어 ‘동학개미운동’을 처음 언급한 인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3월 초 개인들이 주식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떠받치자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개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1894년 ‘녹두장군’ 전봉준이 일으킨 반봉건·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댈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동학개미' 알린 유튜버 '소소하게크게'. [조영철 기자]

‘동학개미운동’ 신조어를 만든 소감이 어떤가.


“패러디를 좋아한 게 여기까지 왔다. 솔직히 역사 공부를 깊게 하지는 않았다. 그저 근현대사만 공부한 정도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큰손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다. 이들이 팔면 주가가 내리고 이들이 사면 오른다. 


그런데 3월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순매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반외세(외국인), 반봉건(기관투자자)이 떠올랐다. 반외세, 반봉건 하면 동학농민운동이 연상되지 않나. 그게 ‘동학개미운동! 10조 매수, 개인투자자들의 혁명, 이번엔 다르다’ 영상을 만든 계기가 됐다.”


-주식투자는 도박 같다는 생각도 든다. 왜 하나.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물가 상승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재산 증식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주식, 부동산, 채권이다. 그중 부동산은 생산성이 거의 없다. 땅이라면 공장을 세울 수도 있겠으나 생산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고 아파트나 주택이라면 생산성이 전혀 없다. 채권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도와주고 대가를 받는 일이지만 부자로 만들어줄 만큼의 대가는 아니다.


반면 주식은 세상이 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자산의 증식 속도도 빠르며 소액으로도 할 수 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를 하면 기업은 그 돈으로 제품을 만들고 혁신적인 활동을 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가 전화기는 물론 시계, 계산기, 지도, 카메라 역할을 하며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준 것처럼 말이다. 물론 기업이 거둔 수익의 일부는 내 몫으로 돌아온다. 이 모든 것이 주식투자로 가능하다.”

-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게 2012년부터인가.


“2017년부터라고 생각한다. 2017년 초 테마주와 가치투자를 병행하다 가치투자 자금을 빼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고 싶어 과거 투자 기록을 복기했다. 몇 번 매매를 했고 몇 번 수익을 거뒀고 몇 번 손실을 기록했는지, 언제 벌었고 언제 잃었는지 확인해보니 테마주는 결과적으로 손실이었다. 돈을 번 것은 기업 가치에 기반한 투자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가치투자’다.


주변 지인들에게는 절대 테마주에 투자하지 말라고 말한다. 어떤 이벤트는 정말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지만 어떤 이벤트는 사람들이 상승 이벤트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지금도 단타매매나 테마주 투자를 많이 하는데 위험한 방식이다. 그런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 유튜브와 블로그도 시작했다.”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거래량, 차트, 일봉, 주봉이 아니다. 어떤 기업이 성장해나갈 기업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성장 사이클에 맞춰 투자를 하고 이득을 나눌 수 있다. 투자의 방향은 뉴스를 봐도 알 수 있다. 업계의 흐름을 4~5년 지켜보면 쇠퇴한 기업과 성장한 기업 의 차이도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왜 커졌을까, 월마트는 어떻게 아직도 존속하고 있지, 이마트는 어려움을 겪는데 배민(배달의 민족)은 왜 잘나갈까 등을 스스로 고민하고 방향을 찾다보면 길이 보인다.”


-가치투자로 모두 성공했나.


“아픈 손가락이 있다. 3년을 보유했는데 아직도 매수 단가보다 주가가 낮다. 회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데 시장 점유율도 높고 성장세다. 다만 현지에서 예상하지 못한 난관을 만나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보다 실적이 1.5배 이상 오르고 회사도 성장해가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망할 회사 알려주는 기준, 재무제표

-보유 종목은 얼마나 되나.


“3~4개, 많으면 5개 정도 보유한다. 그 회사를 깊고 자세히 알아야 장기간 보유할 수 있다. 그 정도 되면 이벤트 예측도 할 수 있다. 모든 상장회사는 IR(Investor Relations, 투자자들에게 기업 정보를 알리는 기능) 담당자를 한 명 이상 고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의 사업 방향을 잡아주고 주주들에게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도 처음 입사하면 회사 상황을 잘 모른다. 그럴 때 오히려 정보를 알려줄 수 있을 정도로 그 회사에 애착을 가지고 지켜본다.”


-주식투자를 위해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할애하는 게 적당할까.


“본업이 있다면 2시간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회사 일도 잘해야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지 않나. 양적인 집중보다는 길게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최근 주식시장이 많이 빠졌다. 대부분 이유를 모른다. 주식시장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이유 없이 빠질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언제 사고팔지도 알게 된다. 


좋은 회사도 조정을 받게 마련이다. 등락은 반복된다. 이 사실을 알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만약 단타매매를 하고 조정을 받게 되면 투자자는 아무것도 못한다. 주가가 다시 오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아는 회사라면 불안감이 해소된다. 가치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재무제표를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솔직히 어렵다.


“일본에 가면 일본어를, 미국에 가면 영어를 쓴다. 그 나라 언어를 모르면 여행은 가능하지만 그곳에서 직업을 구하고 정착하기는 어렵다. 여행은 단타매매, 정착은 가치투자다. 기업이 자기만의 언어로 현황을 얘기해주는데 그걸 알아듣지 못하면 가치투자를 못한다. 


재무제표는 성장 기업을 찾는 방법은 아니다. 그래도 봐야 하는 이유는 망할 회사인지 아닌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재무제표로 알아낼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숨겨진 위험 신호들도 있다. 1000만 원으로 시작한 주식이 10억 원이 된다 해도 상장 폐지되면 내 손에 남는 돈은 0원이다. 차트만 보고 매매하면 위험 요소를 발견 못해 상장 폐지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지금까지 그런 이유로 주식시장을 떠난 이들이 많다. 공부는 필수다.”


-주식투자로 의식주에 매이지 않을 만큼 돈을 벌었다고 했다.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


“내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다. 투자회사는 아니다. 투자는 남의 돈을 받아 하는 건데 그건 너무 스트레스가 클 것 같다. 내 돈은 잃어도 상관없지만 남의 돈은 부담스럽다. 데이터에 관련된 사업을 하고 싶다. 기존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고 직접 창업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가려 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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