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만 알던 두 남자가 3초면 완성되는 육수 완성한 사연

조회수 2020. 9. 17. 12: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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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에서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델리스의 김희곤 대표와 장수문 이사. 서로 잊혀진 존재로 살다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 후 같은 동네에 살며 한달에 한 두번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가 됐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IT업계에서 수십년을 근무했다는 것과 두 사람의 '부캐(부캐릭터)'가 '요리하는 아빠' 라는 겁니다.


서로 닮은 듯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친구로 오랜시간 신뢰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두 친구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집밥의 시작! 델리스의 고체육수 '순간'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델리스 주식회사 김희곤 대표(왼쪽)와 장수문 이사(오른쪽)/사진=델리스 주식회사 제공

Q.두 분이 원래 IT업계에 종사하셨다고요?


네. 둘 다 IT업계에서 일했죠. 벌써 25년 전 일이네요. 후에 회사를 나와 각자 사업도 했어요. 거기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을 개발했죠. 하지만 아이디어가 상품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는데요. 좋은 제품이라고해도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 때의 경험이 지금의 사업과 제품개발에 눈을 뜨게 했다고 생각해요.

3초면 완성되는 '고체형' 육수

사진=델리스 주식회사 제공

Q.요즘은 파우더형 육수도 나오던데 고체육수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1포씩 포장된 파우더형 육수는 원물을 갈아넣어 물에 풀면 뜨는 현상이 좀 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맛의 깊이가 다르다고 보는데요. 원물을 갈아 넣은 파우더와는 다르게 저희 육수는 열처리를 거쳐 풍미를 더 끌어올렸어요.


이 열처리 과정에서 풍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소량의 설탕이 들어가는데요. 원재료에 열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당이 들어가면 마이아르 반응(당류, 특히 환원당과 아미노 화합물들에 의한 갈색화 반응)이 일어나요. 이 때 풍미가 확 살아나죠. 


그런데 이 때 들어간 소량의 설탕때문에 당함량이 높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있었어요. 당연히 설탕이 왜 사용되는지 모르시니까 당함량이 높다고 인식하실 수도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현재는 당함량을 좀 낮춰 생산하고 있어요.



Q.고체형 육수를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저희 둘 다 IT업계에서 오래 몸담아 온 사람들이라 식품에 대한 정보가 깊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단순한 이슈들도 저희에겐 크고 작은 허들로 다가오더라고요. 제품의 맛부터 원료 수급, 제품 크기 등등... 그래서 모든 진행에 있어 더 꼼꼼하게 검토했어요. 돌이켜 보면 이게 약이 된 셈이죠.

소비자와 만들어가는 '순간'

사진=와디즈 홈페이지 캡쳐

Q. '순간'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부분 '육수는 요리 초반에 내서 사용한다'라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 제품은 이 틀을 벗어났어요. 요리과정 중간, 마무리 심지어 먹다가 넣어도 되거든요. 아무렇게나 언제든 넣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죠. 이 점이 우리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희는 점심시간에 하나씩 가지고 나가서 국물음식 먹을 때 하나씩 넣어서 먹기도 해요. 그만큼 별도 레시피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거든요. 열처리를 거쳐서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비린맛 없이 어우러져요.



Q.비건을 위해 채수를 개발하셨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먹거리 창업센터에는 비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는 팀이 있는데요. 그 분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채식을 하세요. 그런데 우리나라 음식은 국이나 찌개가 많잖아요. 이 때 육수가 필요한데 국내 제품들은 어류, 육류 육수제품이 많아요. 그래서 채수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분들은 해외제품을 이용하기도 해요. 근데 해외제품은 독특한 향신료 때문에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는거에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채수를 개발했고 비건인증까지 받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지 매출과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제품이에요. 채수는 독자적으로 기술을 다져서 만든 제품이거든요. 제 생각에도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하하하.

해외에서도 반응하는 '순간'

델리스 주식회사 김희곤 대표/사진=델리스 주식회사 제공

Q.해외에서 먼저 '순간'을 찾았다고 하던데요?


코로나19 전까지 참여했던 전시회에서였어요. 그 때 만난 미국 선교사분이 최소 물량을 받아가셨죠. 반응이 좋아 3차까지 물량계약을 약속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19가 번지면서 진행이 중지된 상태에요. 현재 많진 않지만 3개 업체를 통해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시국이 좋아져서 큰 전시회들이 개최되면 그 때 다시 만나 추진해보고 싶습니다.


Q.수출을 위해선 위생관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델리스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수출과는 관계없이 '순간'은 육수고 식품이기 때문에 위생과 청결은 당연히 중요해요.


저희 구성원들의 가장 공통되는 생각이 '우리가 싫으면 소비자도 싫어한다'인데요.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처럼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을 가지면 어느 순간 큰 선을 넘어버리는 거거든요. 사소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청결과 위생은 마인드만으로 보여질 수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게 해썹 인증(HACCP)인데요. 식품을 얼마나 청결한 상태에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가 평가기준이에요. 이 인증을 위해 수 개월 준비했고 드디어 이 달에 인증을 받게 됐어요.

'순간' 그리고 '인생의 화양연화'

델리스 주식회사 김희곤 대표(왼쪽)와 장수문 이사(오른쪽)/사진=델리스 주식회사 제공

Q.'순간'으로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준다면 누구에게 어떤 메뉴를 대접하고 싶으신가요?


부모님. 부모님께 해드리고 싶어요.

부모님이 대구에 사시는데 건강이 좋지 않으세요. 제가 막내지만 자주 찾아 뵙진 못하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나네요.


부모님께 어린시절 우리 가족이 먹던 가장 익숙한 집밥을 해드리고 싶어요.


Q.'순간'으로 이루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순간'을 접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아직 제 인생에 화양연화는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회사 안에서 부품처럼 일 했거든요. 이제 주도적으로 생각한 것들을 실행에 옮기고 결과물을 만들고 있어요. 처음부터 내 제품을 키우는 재미와 보람이 있어 행복합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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