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체모 깎을 지 말 지는 내가 정해" 변화하는 日광고 트렌드

조회수 2020. 9. 7. 11:3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깎지 않을 자유를”


도쿄 시부야(渋谷)의 한 상업 빌딩에 설치된 초대형 광고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붙든다. 붉은색 헤어의 젊은 여성이 양팔을 들어 올린 채 전방을 응시하고 있다. 당당히 노출된 겨드랑이털은 사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광고의 주인공은 CG로 만든 캐릭터 ‘메메(MEME)’. 일본의 유명 면도기 메이커 가이지루시(貝印)가 야심차게 선보인 캠페인 광고다. ‘메메’의 왼편에는 “깎을지 말지는 내가 정한다. 체모를 신경 안 쓰는 여성도 멋있고, 털 없는 남성도 멋있다고 생각한다”라는 메시지가 게재되어 있다.

면도기 메이커 ‘가이지루시’의 광고. 도쿄 시부야 SHIBUYA109 등에 걸려있다. (이미지: 가이지루시 트위터)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이지루시 광고선전부에서 일하는 사이토 준이치(斎藤淳一) 씨는 SNS등을 통해 1년 정도 전부터 체모 관리에 대한 의견들을 수집하며 문제들을 검토해 왔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인터넷에 투고된 글들을 통해 목소리를 들었다.


여성은 불필요한 체모를 없애 반들반들한 피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고민하는 사람, 피부가 약해 제모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 수염을 이유로 인사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 등 고민은 다양했다. 정강이에 난 털을 깎기 위해 면도기를 사려했지만 창피함을 느꼈다는 남고생의 사연도 있었다.


사이토 씨는 “면도기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일반인 이상으로 털을 깎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반드시 제모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회사 등의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메시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 사이에 그 차이가 유독 커 상징성이 있는 ‘겨드랑이털’을 모티브로 한 이미지를 내어 놓게 됐다.


일각에선 “매출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메시지가 오히려 공감을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대로, 광고를 본 이들로부터 “광고 제품을 사겠다”,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사이토 씨는 “경험담이나 콤플렉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지거나, 발언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도브(Dove)’가 2019년부터 시작해오고 있는 “#Showus/아름다움이란?” 캠페인 (이미지: 도브 재팬 홈페이지)

이밖에도 기업들이 스테레오 타입에 의문을 던지거나 젠더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메시지 등을 광고에 도입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유니리버의 브랜드 ‘도브(Dove)’는 2019년부터 “#Showus/아름다움이란?”이라고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39개국의 모델들을 촬영한 약 5천장의 사진들을 수정 없이 사이트에 게재하고 있다. 사진 속 사람들은 체형도, 피부색도 각양각색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자신의 사진”을 모집해 얻은 작품들이다. 정해진 아름다움이란 없다는 메시지를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


주방용 랩인 ‘크레랩’으로 알려진 크레하(KUREHA)는 지난 6월 메시지무비 “나는 돕지 않는다” 편을 공개했다. 남성이 집에서 가사나 육아를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의 일부로서 주체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담았다. 크레하의 기획관리부 고바야시 나츠키(小林夏樹)씨는 “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도쿄=프레스맨 최지희 기자 ohayou_02@hanmail.net


일본경제 전문 미디어 프레스맨 http://www.pressm.kr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