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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위한 비대면 일자리, 상당수가 ‘데이터 입력·방역·쓰레기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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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구하기도 힘든데, 일할 수만 있다면 뭐든 지원하겠습니다.” 취준생인 연세대 4학년 이모(24)씨의 말입니다. ‘N포 세대’를 넘어 ‘코로나 세대’로 불리게 된 청년들은 요즘 가장 취약한 계층이기도 합니다. 주요 기업들의 공채 일정은 미뤄지거나 취소됐고, 코로나19에 서비스업계가 휘청이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힘듭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생과 아르바이트생을 사실상의 실업 상태로 간주하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이 5월 기준 26.3%에 달합니다. 5월 2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이하 경제중대본)는 ‘공공 및 청년일자리 창출계획’을 내놨습니다. 주요 골자는 청년, 여성, 노인 등 이른바 고용취약계층에게 55만 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주로 최대 6개월 단기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단기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년 일자리 2만 개 떠맡은 협회들 “너무 많이 배당해 당황”

이번 계획에서 가장 눈을 끄는 것은 ‘공공부문 디지털/비대면 일자리’ 10만 개입니다. 부처별로 이미 인원 배정이 마무리됐는데, 그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수요가 가장 많습니다.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에 동원되는 2만 명을 포함해 2만6610개 일자리가 과기부 소관입니다.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란 AI가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도록 텍스트와 이미지 등을 데이터로 만드는 일입니다. 과기부 관계자는 “일례로 자율주행차 기술의 경우 사람이 직접 거리 영상을 촬영하고 카메라에 등장하는 물체를 분류 작업해야 한다. 초·중·고급으로 나눠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라, 이후 관련 업종에서 이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기부 외에 보건복지부(1만3253개), 환경부(1만843개) 등에 일자리가 배분됐습니다.


청년(만 15세~34세 미취업자)만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대책도 나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우선지원대상기업(고용 안정 사업 및 직업 능력 개발 사업을 실시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기업)이 청년을 신규 채용하면 최대 6개월간 지원금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청년 일자리 정책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5만 명)과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5만 명)으로 나뉩니다. 관련 공고는 3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구체화될 예정입니다.


-최소 고용 기간 3~4개월로 정해 청년을 너무 짧게 고용하는 사례 방지

-주당 근무시간 15~40시간으로 다양화해 기업 부담 감소

-신규 정규직 고용시에도 지원금 지급

“일방적 일자리 배분, 발표용으로 끝나는 건 아닐지…”

하지만 이러한 청년 일자리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경제중대본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5만 명 가운데 2만 명을 각종 협회와 단체에 할당하면서 28개 사례를 보도자료에 적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 일부 협회와 단체는 자신들이 사업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문체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구두로 협의를 요청해왔을 뿐 공문을 보내진 않았다. 정부 발표 자료에 우리 협회가 예시로 거론된 것도 몰랐고, 수백 명의 인원 배정도 너무 많아 당황스럽다.” (문체부 산하 A협회 관계자)


“우리 단체가 예시 목록에 오른 사실을 몰랐다. 우리 단체에 수백 명 인원이 할당된 이유에 대해 농식품부 측에 문의했더니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하더라” (농식품부 산하 B단체 관계자)


이들 협회와 단체에 할당된 일자리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고 청년 경력에 도움이 될지도 불확실합니다. ‘4차 산업혁명 및 신산업 분야’(벤처기업협회·2000명), ‘신한류 연계 중소기업 온라인 경쟁력 강화’(한국콘텐츠진흥원·1000명), ‘미술 작품 디지털화’(예술경영지원센터·750명) 등의 일자리가 있으나 취준생들의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부산 취준생 김모(27)씨는 “내가 취업을 희망하는 분야와 연관성 있는 것이 딱히 없다”며 “정부가 만들어준 일자리가 단순 아르바이트에 불과하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취업준비를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부터 시행된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도 단순 서류 작업 업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한 10만 개의 공공부문 디지털·비대면 일자리 가운데 2만 개가 코로나19 방역이나 재활용품 처리 지원 등 ‘단기 알바성’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디지털 일자리’라 할 데이터베이스 구축 역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 작업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용부 일자리정책평가과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해 만든 정책인 만큼 (일자리 질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 노동시장에 다시 돌아올 확률이 줄어드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단기 일자리라도 만드는 것은 의미 있다”며 “다만 실업 기간 직업훈련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이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수당을 넉넉하게 주는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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