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 안에서 농사 지어요"

조회수 2020. 5. 23. 09: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출퇴근 길 매일 오가는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안에 갑자기 묘한 공간이 생겼습니다. 통유리창 안에 하얀 선반 같은 것이 빼곡히 차 있고, 쨍한 보라색 불빛에 저절로 시선이 갑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선반마다 웬 새싹 같은 것이 자라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흙과 햇빛 없이도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기술로 만든 메트로팜(지하철+농장)입니다.


메트로팜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자동화 설비로 채소를 키우는 것이라 오염으로부터 안전하고, 지하철 역의 빈 공간을 활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하철 역 안에서 농사를 지을 생각은 어떻게 한 것일까요. 스마트팜기업 ‘팜에이트’ 관계자를 상도역 메트로팜에서 만나보았습니다.

2호선 충정로역 메트로팜. 사진=이예리 기자 celsetta@gmail.com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팜에이트 메트로팜 담당으로 근무하는 여찬동 선임입니다.”


- 지하철 역에서 채소가 자라는 모습이 신기한데요. 스마트팜 기술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팜은 식물 공장, 수직 농장이라고도 불립니다. 일반 노지에서는 재배면적이 한정돼 있지만 수직으로 쌓아 올려서 재배하다 보니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높습니다. 또 밀폐된 공간에서 재배를 하기 때문에 병충해 걱정도 없고, 365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내부 환경은 인공광,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이 모두 자동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비료나 물을 줄 필요가 없어 관리인력 절감 효과도 있습니다. 저희 팜에이트는 6년 전부터 스마트팜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왔고요. 최근 도심형 스마트팜으로 서울지하철 5개 역사에 스마트팜을 구축했습니다.”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서울지하철 메트로팜은 2019년 6월 답십리점 오픈을 시작으로 상도역, 천왕역, 충정로역, 을지로역에 있습니다. 상도역에는 체험공간과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 음료 등을 맛볼 수 있는 카페까지 같이 마련돼 있습니다.


- 왜 지하철역에 재배공간을 만들었나요.


“초기에는 교통공사에서 지하철 공실 상가가 많아지다 보니 공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다가 스마트팜을 선정하게 됐습니다. 저희 팜에이트 입장에서도 도심형, 미래형 농업을 실현하는 부분이 있었고요. 스마트팜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홍보 효과도 있고, 물류비 절감으로 더 신선하고 저렴한 상품을 전달할 수 있어서 발상을 바꿔 보았습니다.”

- 보라색 조명이 인상적인데요. 보라색인 이유가 있나요?


“식물이 필요로 하는 광원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RGB라고 레드, 그린, 블루 이렇게 적/녹/청색 광인데요. 이 세 계열이 식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광입니다. 이 색들이 혼합되어서 붉은 계열로 보이는 것이고요. 을지로역 메트로팜 같은 경우는 백색인데요. 이건 녹색 광을 좀 더 첨가하고 다른 광들을 더 보강해서 백색으로 보이게 만든 것입니다.”


- 적은 인원으로도 관리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현재 관리 인력은 몇 명인가요?


“60평 기준으로 했을 때 스마트팜은 노지재배 대비 40배 이상의 효율을 냅니다. 지금 이 상도역 메트로팜은 65평 정도 되는데요. 65평 정도에 하루 생산량은 50kg이상이고요. 한 달이면 1톤 이상 생산을 하는데, 생산 관리 인원은 두 명입니다. 수경재배라서 적은 인력으로도 관리할 수 있지요.”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식물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다 들어간 배양액에서 키운 작물은 흙에서 키운 작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지하철 역 안에서 얼마나 고품질 채소를 재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 선임은 “노지에서 재배한 것과 스마트팜으로 수경재배한 것은 성분분석 결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우려하시는 게 세 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지하철에서 키우다 보면 미세먼지가 많지 않겠느냐고 하시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답십리역 메트로팜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해서 수치로 보여드리고 있어요. 또 정말 친환경적인지도 걱정을 하시는데요. 무농약인증, GAP(농산물우수관리)인증을 받아서 신뢰성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들 걱정하시는 게 ‘인공적으로 재배한 것과 땅에서 재배한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나지 않겠느냐’ 이런 점인데요. 성분 의뢰를 맡겼을 때 성분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노지에서 재배한 작물은 기후나 바람 같은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잎이 조금 더 강하게 자라는 편이고요. 저희가 재배한 것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서 연한 편입니다. 씹는 식감이 있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식감 있는 품종도 재배를 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 꽃이나 과채류도 생산 계획이 있는지


“식용화라고, 잎과 꽃을 다 먹을 수 있는 품종을 저희가 본사에서 양산을 했고요. 실제로 일부 역에서도 재배를 했는데 지금은 수확 시기가 다 지나서 수확을 끝냈습니다. 앞으로도 식용화는 계속 재배할 예정입니다. 방울토마토나 토마토 이런 것들은 아직까지 당도 발현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연구 단계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지금 서울지하철 다섯 개 역사에 메트로팜을 구축했지만 추후에 남부터미널, 신당역 쪽에도 스마트팜이 넓게 들어설 예정입니다.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계속 구상 중입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gmail.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