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 안에서 농사 지어요"
출퇴근 길 매일 오가는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안에 갑자기 묘한 공간이 생겼습니다. 통유리창 안에 하얀 선반 같은 것이 빼곡히 차 있고, 쨍한 보라색 불빛에 저절로 시선이 갑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선반마다 웬 새싹 같은 것이 자라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흙과 햇빛 없이도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기술로 만든 메트로팜(지하철+농장)입니다.
메트로팜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자동화 설비로 채소를 키우는 것이라 오염으로부터 안전하고, 지하철 역의 빈 공간을 활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하철 역 안에서 농사를 지을 생각은 어떻게 한 것일까요. 스마트팜기업 ‘팜에이트’ 관계자를 상도역 메트로팜에서 만나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팜에이트 메트로팜 담당으로 근무하는 여찬동 선임입니다.”
- 지하철 역에서 채소가 자라는 모습이 신기한데요. 스마트팜 기술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팜은 식물 공장, 수직 농장이라고도 불립니다. 일반 노지에서는 재배면적이 한정돼 있지만 수직으로 쌓아 올려서 재배하다 보니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높습니다. 또 밀폐된 공간에서 재배를 하기 때문에 병충해 걱정도 없고, 365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내부 환경은 인공광,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이 모두 자동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비료나 물을 줄 필요가 없어 관리인력 절감 효과도 있습니다. 저희 팜에이트는 6년 전부터 스마트팜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왔고요. 최근 도심형 스마트팜으로 서울지하철 5개 역사에 스마트팜을 구축했습니다.”
서울지하철 메트로팜은 2019년 6월 답십리점 오픈을 시작으로 상도역, 천왕역, 충정로역, 을지로역에 있습니다. 상도역에는 체험공간과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 음료 등을 맛볼 수 있는 카페까지 같이 마련돼 있습니다.
- 왜 지하철역에 재배공간을 만들었나요.
“초기에는 교통공사에서 지하철 공실 상가가 많아지다 보니 공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다가 스마트팜을 선정하게 됐습니다. 저희 팜에이트 입장에서도 도심형, 미래형 농업을 실현하는 부분이 있었고요. 스마트팜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홍보 효과도 있고, 물류비 절감으로 더 신선하고 저렴한 상품을 전달할 수 있어서 발상을 바꿔 보았습니다.”
- 보라색 조명이 인상적인데요. 보라색인 이유가 있나요?
“식물이 필요로 하는 광원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RGB라고 레드, 그린, 블루 이렇게 적/녹/청색 광인데요. 이 세 계열이 식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광입니다. 이 색들이 혼합되어서 붉은 계열로 보이는 것이고요. 을지로역 메트로팜 같은 경우는 백색인데요. 이건 녹색 광을 좀 더 첨가하고 다른 광들을 더 보강해서 백색으로 보이게 만든 것입니다.”
- 적은 인원으로도 관리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현재 관리 인력은 몇 명인가요?
“60평 기준으로 했을 때 스마트팜은 노지재배 대비 40배 이상의 효율을 냅니다. 지금 이 상도역 메트로팜은 65평 정도 되는데요. 65평 정도에 하루 생산량은 50kg이상이고요. 한 달이면 1톤 이상 생산을 하는데, 생산 관리 인원은 두 명입니다. 수경재배라서 적은 인력으로도 관리할 수 있지요.”
식물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다 들어간 배양액에서 키운 작물은 흙에서 키운 작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지하철 역 안에서 얼마나 고품질 채소를 재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 선임은 “노지에서 재배한 것과 스마트팜으로 수경재배한 것은 성분분석 결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우려하시는 게 세 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지하철에서 키우다 보면 미세먼지가 많지 않겠느냐고 하시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답십리역 메트로팜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해서 수치로 보여드리고 있어요. 또 정말 친환경적인지도 걱정을 하시는데요. 무농약인증, GAP(농산물우수관리)인증을 받아서 신뢰성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들 걱정하시는 게 ‘인공적으로 재배한 것과 땅에서 재배한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나지 않겠느냐’ 이런 점인데요. 성분 의뢰를 맡겼을 때 성분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노지에서 재배한 작물은 기후나 바람 같은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잎이 조금 더 강하게 자라는 편이고요. 저희가 재배한 것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서 연한 편입니다. 씹는 식감이 있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식감 있는 품종도 재배를 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 꽃이나 과채류도 생산 계획이 있는지
“식용화라고, 잎과 꽃을 다 먹을 수 있는 품종을 저희가 본사에서 양산을 했고요. 실제로 일부 역에서도 재배를 했는데 지금은 수확 시기가 다 지나서 수확을 끝냈습니다. 앞으로도 식용화는 계속 재배할 예정입니다. 방울토마토나 토마토 이런 것들은 아직까지 당도 발현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연구 단계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지금 서울지하철 다섯 개 역사에 메트로팜을 구축했지만 추후에 남부터미널, 신당역 쪽에도 스마트팜이 넓게 들어설 예정입니다.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계속 구상 중입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