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씩 재봉틀 돌려 면마스크 1만장 넘게 만든 군무원들
해군 장병들이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상황에 대비해 면 마스크 1만 2000여 장을 손수 제작해 공급한 군무원들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미담의 주인공은 해군 군수사령부 보급창 병참지원대 피복·세탁팀 조미혜 군무주무관(47)입니다.
조 씨는 2월 23일 코로나19 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뒤 마스크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해군 수병들에게는 KF94 마스크가 보급되고 있었지만 부사관이나 장교 등 간부들은 마스크를 각자 구해야 했습니다. 3월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수급이 안정됐다고 하지만 함정과 잠수함에서 일하는 간부들은 5부제 일정에 맞춰 약국을 찾아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 함정, 잠수함, 지휘통제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 근무하는 간부들은 집단 감염 위험이 높아 면 마스크라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부대 측에서는 의류학과 출신에 의류제작 강사 경력까지 있는 조 주무관에게 면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조 씨는 문의를 받자마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마스크 제작 영상을 찾아보고 견본 3개를 만들었습니다. 견본이 나오자 곧바로 원단 확보에 나섰습니다. 의류 부자재 시장을 찾아 마스크 5000장 가량을 만들 수 있는 면 100% 고밀도 원단을 확보했습니다.
이렇게 뛰어난 추진력을 바탕으로 문의 받은 지 만 이틀도 지나지 않은 2월 25일 오전부터 마스크 생산이 시작됐습니다. 피복·세탁팀 팀원들은 물론이고 재봉틀을 조금이라도 다룰 줄 아는 병참지원대 군무원까지 총 16명이 동원됐습니다.
이들은 마스크 대란이던 3월 한 달 간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일하며 마스크 생산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길게는 하루 10시간까지 재봉틀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조 씨와 동료들이 만들어 낸 면 마스크는 1만 2000여 장에 달합니다. 이 중 약 1만 장이 함정, 잠수함,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는 간부들에게 지급됐습니다.
조 씨는 4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료들과 공을 나누며 이번 달까지 생산 목표량(1만 3000여 장)을 꼭 달성하겠다고 결의를 다졌습니다.
“비상 상황에서 주어진 임무인 만큼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마스크를 쓴 간부들을 볼 때마다 미약하게나마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힘을 보탠 것 같아 뿌듯합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