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산후우울 겪다 44세에 '웹소설' 데뷔했습니다"

조회수 2020. 4. 22. 17: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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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웹소설 작가 '달콤한공주' 인터뷰

40세에 첫 아이를 낳은 기쁨도 잠시. 경력단절과 산후우울증이 동시에 덮쳐 왔습니다. 취미생활로 우울감을 이겨내려 독서 모임에 나갔지만 이마저도 가정에만 충실해 주기를 원하는 남편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남편이 원하는 대로 따르려 했지만 우울증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힘든 현실을 잊어보려고 소설을 써서 인터넷에 연재했는데, 이 소설이 점점 인기를 얻고 출판사에서 연락까지 왔습니다. 4년째 로맨스 웹소설을 쓰는 ‘달콤한공주(필명)’ 작가의 사연입니다.


2017년 첫 작품을 출간한 뒤 지금까지 17편을 써낸 달콤한공주 작가는 올해 상반기에만 세 편을 출간했습니다. 

경력단절, 산후우울증... 글이 숨통 틔워 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로 데뷔한 지 4년 차 됐습니다. 지금은 ‘달콤한공주’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북팔’과 ‘로망띠끄’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최근 출간된 <발칙한 감각커플>외 17편을 출간했습니다.”

출처: 달콤한공주 작가 블로그

경력 단절을 겪고 나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으신가요.


“결혼 전에는 여러 일을 했어요. 도서관 사서 보조, 학교 계약직 직원, 일반 사무원, 건설회사 경리, 방과 후 특기적성강사, 마트 계산원 등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죠. 


결혼 후 40세에 첫 아이를 낳고 심한 산후우울증에 빠졌습니다. 우울증을 극복해 보려고 독서 모임에 나가게 되었는데 남편이 제 사회생활이나 취미생활을 너무 심하게 반대하는 거예요. 독서 모임에 나가기 시작한 뒤로 불화가 심해져서 결국 가정의 평화를 위해 포기했어요. 그렇게 집에서 살림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우울증이 점점 더 심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44세 이전까지는 책은 많이 읽었지만 글쓰기라고는 가끔 쓰는 일기가 전부였어요. 처음에는 일상적인 글을 쓰다가, 제가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상상해서 쓰게 됐죠. 소설에서는 내가 주인공이고 꿈도 다 이룰 수 있으니까요. 자유롭게 지내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소설로 풀다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작가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달콤한공주' 작가의 책 표지
"나는 웹소설 작가다. 어떤 이는 내 작품 중 '19'를 단 작품을 보자 시선이 따가웠다. 그런데 읽기보다 어려운 게 쓰기다. (중략) 삼류 작가라는 둥 비하하는 것 자체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거 아닐까?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피해를 준 게 아니라면 작가 세계에서도 다양성을 인정했으면 좋겠다."(작가 블로그 중)

웹소설, 진입장벽 낮지만 '글쓰기 중노동'

일반 소설과 웹소설은 어떻게 다른가요.


“흔히들 일반 소설과 웹소설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둘은 정말 많이 다릅니다. 저는 예전부터 일반 소설과 웹소설을 같이 읽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는데, 웹소설을 전혀 읽지 않고 일반 소설만 쓰시다가 뛰어든 분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보았어요. 일반 소설 작법을 고집하다가 발생하는 결과였죠.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반 소설, 특히 순문학 소설은 현실에서 일어날 법 한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면서 작가의 주제의식이 드러나요. 작가의 관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하죠. 그리고 스토리 자체보다는 묘사에 치중하기도 해요. 결말도 작가가 생각하는 결말, 쓰고 싶은 결말을 써요.


웹소설은 다릅니다. 일반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여야 하고 섬세한 묘사보다는 서사(이야기 진행)에 치중해요. 작가의 의도보다는 독자가 좋아하는 것, 독자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쓰는 게 웹소설이거든요. 특히 로맨스 소설은 독자가 원하는 결말을 쓰게 돼요.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내야 하는 게 이제는 작법처럼 되어 버렸지요.”



웹소설 쓰기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건 웹소설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 다음은 꾸준함과 성실함입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을 써야 하는 건 맞지만 처음부터 돈을 벌자는 생각만 하고 글을 쓰면 버티기 힘들어요.


정말로 웹소설을 좋아하는 분들만 도전하세요. 소설을 쓴다고 바로 수익이 나지는 않아요.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조바심내는 분들이 많아요. 웹소설은 일반 소설과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시고, 이게 나에게 맞는 분야인지 잘 모르겠으면 다른 작가님들이 쓰신 글들을 읽어 보고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웹소설가라는 직업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명쾌하게 “수익 창출이 된다는 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소위 ‘네임드 작가(유명 작가)’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내면서 ‘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입니다. 꼭 대박을 터뜨리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인기 있는 소재를 들고 나오면 어느 정도의 수입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힘든 점도 있습니다. 우선 어마어마한 작업량을 소화해야 합니다. 작가는 “일반 소설이나 수필, 시, 비문학 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분량을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웹소설 작가가 될 생각이라면 많은 작업량을 소화할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다른 분야 글쓰기도 물론 힘들지만 웹소설 작가는 작가들 사이에서 ‘글쓰기 막노동’이라고 불립니다. 특히 로맨스 판타지나 일반 판타지 작품은 작품당 7권에서 10권 분량이 나와요. 일반적으로 하루에 5000자씩은 써야 해요.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매일 1만 자에서 2만 자 정도까지 쓰시는 분들도 종종 계세요.


또 하나, 상업소설이기 때문에 작가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게 우선이 아닙니다. 독자가 원하는 글을 써야 해요. 독자가 원하는 것과 작가가 원하는 게 일치하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아요.”

작업량이 정말 많네요. 작가님은 한 편 완결하는 데 얼마나 걸리시나요. 


“작가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10만 자 기준으로 잡았을 때, 한 작품 완결에 한 달 정도 걸립니다. 특별히 작업 방식이 있다거나 연재 스케줄을 따른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요. 


일단 상상이 떠오르면 시놉시스(간단한 줄거리)를 작성하거나 바로 글부터 쓰고 봅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작업 환경이 좋지 않아서 힘들어요. 웹소설가로서 수익을 내고 있는데도 여전히 배우자의 반대가 있거든요. 


남편은 살림 잘 하고 아이 잘 키우기를 바라고, 저는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 하고 수익도 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많이 부딪혀요.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 있을 때 주로 글을 씁니다. 아니면 아침에 혼자 일찍 일어나서 쓰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다른 전업 작가님들에 비해 많은 양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 자유 느껴... 소소한 행복 얻었죠"

출처: 달콤한공주 작가 블로그

돈보다도 자유를 원한다는 작가는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가고 싶은 곳 가는 게 꿈인데, 가정과 육아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이 안 되다 보니 소설로 풀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소설에 푹 빠져 지냈을 정도로 이야기를 사랑하다 보니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슬럼프가 오면 독서로 푼다고 합니다.

글 쓰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제 작품에 ‘재미있다’는 선플이 달리거나,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작품을 구매해 주셨을 때 보람이 있어요. 그리고 월말에 나오는 인세로 사고 싶은 것 한두 가지 살 수 있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수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소설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대박을 내겠다는 욕심보다는 앞으로 내놓을 작품들이 망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오래 글을 쓰고 싶습니다."


44세에 처음 소설쓰기를 시작해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달콤한공주 작가. 그에게 글은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자 스스로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 준 친구였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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