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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축구선수 은퇴 후 제2의 삶, 고알레 '호 형'이 슈팅 알려준다

조회수 2020. 4. 4.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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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더 행복하게, 즐겁게,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로 키워야죠"

그라운드를 누비던 32세 젊은 축구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코치나 감독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업’을 하고 싶었던 것. 아마추어 축구산업을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2018년 고알레 컴퍼니를 인수했다. 그후 고알레는 아마추어를 위한 축구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오프라인 수업을 개설하는 등 꾸준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마추어 축구인들 사이에서 “호 형”으로 통하는 ‘고알레(GoAle)’ 이 호(35) 대표를 만났다. 

이호 대표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강원 FC에 우선 지명된 유망주였다. 2008년 U-리그 최우수선수상 MVP를 차지해 2009년 강원FC에 프로 선수로 입단했다. 데뷔 첫해에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시즌이 끝나고 대전 하나 시티즌(舊대전 시티즌)에서 뛸 기회를 얻게 됐다. 


대전시티즌 주장으로 활약하며 4~5년간 수많은 경기에 주전으로 뛰었다. 군 복무 후에 다시 선수로 뛰면서 그는 서서히 제2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처: 고알레 자료제공
대전시티즌 시절 이호 선수

Q.

32살에 은퇴를 선언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A.

후회가 없었어요. 충분히 제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건 제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인 거고 상황도, 운도 모두 좋지 않았어요. 

선수 시절부터 꾸준히 제2의 삶을 그렸던 것 같아요. 다양한 방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업을 꿈꿨어요. 

선수때 팬들의 함성도 잊을 수 없지만
지금의 "호 형" 애칭도 좋아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운영하며 58만 명 가량의 팔로워를 모은 고알레. 


시작부터 큰 규모의 회사는 아니었다. 2018년에 조용히 고알레를 인수한 이호는 원룸 사이즈 방에서 사업을 키웠다. 긴 시간 오로지 운동만 해왔기에 아들의 사업 소식을 접한 부모님은 큰 충격을 받았고 주변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출처: 권혁성PD hskwon@donga.com
“아마추어 축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대표 이호를 따라 동료 선수였던 고재민, 박태윤, 김형일 감독도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아마추어 축구인들을 위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였다.  


이호 대표는 축구를 좋아하는 직원들과 주 1회 공을 찰 시간을 마련해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고알레가 제작하는 ‘아마도 늘겠지’라는 프로그램이 그 일환이다.

출처: 권혁성PD hskwon@donga.com
왼쪽부터 트레제게,카카,제라드PD, 이호 대표
*각자의 최애 선수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는 고알레

평상시에는 친근한 형 같은 이 대표지만 축구공 앞에만 섰다 하면 프로 출신이었다는 걸 새삼 느낀다는 고알레 직원(제라드, 카카, 트레제게 PD)에게 수업에 대해 물었다. 


Q. ‘아마도 늘겠지’를 찍으면서 전직 프로선수들에게 축구를 배우던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나요?


🧑제라드PD: 저희가 사실 일하는 건데, 축구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거든요(웃음). 카메라 없을 때도 훈련을 진행해 주셔서 어쩌면 의도치 않게 레벨-업이 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카카PD: 호형이 되게 강조하는 기술이 있는데 ‘등지기’라고, 상대에게 등만 잘 보여도 공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고 해요. 다른 경기에서 직접 해보니까 효과가 있더라구요.


🧒트레제게PD: 정식으로 축구를 배워본 건 처음이에요.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놀고, 학교 경기 뛸 정도의 실력으로 입사했거든요. 그런데 저를 가르쳐주는 분들이 전,현직 프로선수분들이니까 늘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출처: 권혁성PD hskwon@donga.com

이호가 직원들에게 축구를 알려주는 이유는 하나다. 


“저희 직원들이 축구를 잘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성인도 배우면 축구 실력이 늘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그는 일반인을 위한 트레이닝 수업(고알레 트레이닝)을 오프라인으로 개설했다. 아마추어 경기를 직접 참관하고 그들과 함께 뛰며 망치로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축구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저를 행복하게 하더라구요” 라며 아마추어 축구에 애정을 보였다.

Q.

아마추어를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끼는 때가 언제였나요?

A.

고알레 트레이닝, 3년 넘게 진행하고 있거든요. 오래 들으신 분들도 많아요. 1년 넘게, 2년 넘게... 어떤 날은 한 꼬마가 수업에 와 있었어요. 알고보니까 수업 듣는 아빠를 따라온 거였어요. 아빠랑 아들이랑 저녁에 나와서 축구를 즐기고, 땀 흘린다는 것 자체가 보기 좋았어요. 

저도 나중에 (자식과) 축구를 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고, 저희가 환경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출처: 권혁성PD hskwon@donga.com

Q.

선수 은퇴 뒤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을 하고 계셨을 것 같나요?

A.

딱히 모르겠어요. 저한테는 지금 이 자리가 제일 행복한 자리거든요. 코치나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진 않았지만 고알레에서 진행하는 아마추어 육성도 한국 축구 산업에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뿌듯).  

고알레에서 모두가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그 속에서 프로 선수를 꿈꾸는 친구가 나올 테고, 저는 그들 뒤에서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해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고알레 운영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어려움은 없었고, 우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아마추어 축구 산업 전반에 더 많은 서비스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계속해서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선주 기자 pige32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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