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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바리스타는 안 되겠구나' 생각해 시작한 일은?

조회수 2020. 4. 2. 09: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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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커피 수요가 높은데요. 공급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이강빈 바리스타(29) 역시 ‘평범한 바리스타는 안되겠구나’라고 깨닫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길렀다고 합니다.


그는 ‘크리마트’를 접목한 이색 라테를 만들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크리마트’는 ‘크림’과 ‘아트’의 합성어로 음료 위 크림을 얹어 식용색소 등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을 말합니다. 라떼에 거품으로 그림을 표현하는 것과 다릅니다.

그는 “라떼 위에 정교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커피가 식어 맛이 변한다”면서 “멋을 위해 맛을 포기한다는 것은 바리스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차가운 음료에 작품을 그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크리마트는 CNN, 로이터통신, NBC,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도 소개됐습니다. 


고등학교·군대에서도 커피 내리는 열정

언제부터 커피를 배웠나요?

경북 상주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당장 보탬이 되고 싶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당시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상주에는 다방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추출 기구와 생두를 사서 연습하면서 경험했고, 지금까지 커피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때 커피에 푹 빠진 건가요?

아침에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께 커피를 내려드릴 정도로 열정적이었어요. 제 모습을 선생님들도 인정해 주셨고 자습시간에 커피공부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와서 커피 관련 학과에 들어가 공부했고, 얼마 전까지 하루 3~4시간씩 자면서 커피를 공부하고 경험을 쌓았습니다.


강원도 철원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에도 커피를 놓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기서도 커피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포대장께 ‘이곳에 카페를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이 아이디어가 실행이 됐습니다. 포대에 제 커피 머신을 가져가 여가시간에 원두커피를 만들어드렸습니다. 여단, 사단까지 알려지면서 주말에 커피를 내리러 다녔고, 끝내 사단에 바리스타병이 생긴 일화가 있습니다. 속된 말로 ‘오덕’이라고 불릴 정도로 커피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크리마트가 탄생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카페를 만들기 전에 바리스타챔피언 안재혁 대표께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수년간 바리스타로 지내왔음에도 저는 챔피언이 아니기에 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실력을 더 키워서 저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대표님이 카페 운영시간 외에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지원해 주셔서 맘껏 커피를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매장에서 팔던 ‘블랙앤화이트(아인슈패너)’ 음료 위에 초코소스와 과일퓨레로 벚꽃을 표현해봤습니다.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작업하면서 지금의 크리마트가 탄생했습니다.


그림도 배우신 건가요?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 미술학원조차 가본 적이 없습니다. 

커피 바리스타로 시작해 작가·교수까지

이강빈 바리스타는 2015년 서울 성수동에 ‘씨스루(C-THROUGH)’라는 카페를 차렸습니다. 지금은 연남동과 신사동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씨스루’로 정한 이유는 커피를 매개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바리스타학과 겸임교수를 지내기도 하고, ‘크리마트’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크리마트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직업이 여러 개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씨스루는 ‘커피를 통해서’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커피라는 하나의 매개로 여러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씨스루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저는 커피 한 잔의 값어치가 일정선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작품처럼 또는 요리처럼 무한대의 값어치로 인정받는 데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바리스타라는 직업 가치와 급여 또한 성장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한편 이강빈 바리스타는 3월 6일 ‘씨스루 자기소개서’라는 제목의 채용공고를 올렸습니다. 그는 “전 바리스타 급여가 참 낮을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할 나이가 돼도 바리스타의 한정된 급여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겪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바리스타의 (직업적) 가치가 높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구성원의 가치를 현재 이상으로 대우해 주고자 하는 마음이며 노력하는 만큼 반드시 보상해드리겠다”라고 밝혀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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