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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 조기발견하고도 핍박당하는 日의료진

조회수 2020. 3. 23. 12: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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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퇴치에 고심하는 상황. 인력 부족으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환자를 검사하고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손해를 감수하고 공적 마스크 판매에 기꺼이 동참한 약사들 등 의료계 종사자들의 노력이 더더욱 고맙게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발견하고 검사받게 해 더 큰 피해를 막아낸 동네 병원 의사가 괴롭힘을 당하는 등 ‘의료진 왕따’로 인한 의료붕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감사인사를 받아도 모자랄 의사가 왜 눈칫밥을 먹게 됐을까요.

사진=TV아사히 '모닝쇼' 방송화면. 트위터 이용자 @katoikumi 캡처

3월 17일 TV아사히 ‘하토리 신이치 모닝쇼’는 대를 이어 34년째 고베시에서 의료활동 중인 한 의사의 사연을 조명했습니다. 


병원 원장 히라사 마사히로(平佐昌弘)씨는 얼마 전 환자를 진찰하다 코로나19 감염증세로 의심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보건소에 연락해 검사를 받게 했습니다. 환자는 정말로 양성 진단을 받았습니다. 


히라사 씨는 확진자를 가까이에서 진찰한 자신과 병원 직원들도 코로나 검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보건소 측은 ‘마스크를 쓰고 진찰했으니 감염 위험은 낮다. 검사할 필요가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이대로 진료를 계속했다가는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줄까 봐 걱정되니 검사를 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보건소는 “당신은 밀접접촉자가 아니다. 병원 진료를 할 지 말 지는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라”는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결국 히라사 씨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대면 진찰을 중단하고 인터폰을 통해 상담과 복약지도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병원 문 앞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기에 대면진료는 하지 않고 유선으로 상담하겠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자 "코로나 병원!"이라고 외치고 끊는 장난전화가 걸려오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뿐만 아니라 히라사 씨 자택에도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갑자기 끊어버리는 악성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의료당국이 검사를 거부하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검사 뒤 음성 판정이 나온다면 찜찜한 마음 없이 진료를 할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또 다른 환자에게 병을 옮긴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히라사 씨는 아사히TV '모닝쇼' 인터뷰에서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했던 걸까요. 일단은 제 행동이 옳았다고는 생각합니다만..."이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사진=TV아사히 '모닝쇼' 방송화면. 트위터 이용자 @katoikumi 캡처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을 부정하며 쉬쉬하는 것과 당장은 혼란스럽더라도 문제점을 드러내 놓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 어느 쪽이 더 건강한 해결방식일까요. 한국 확진자가 수 천 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것은 그만큼 검사 받는 사람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고인 물은 졸졸대며 흐르는 물보다 조용할지 모르지만 부패하기 쉽습니다.


히라사 씨처럼 현명하게 대응한 의사가 따돌림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는 다른 병원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의료붕괴는 정부가 자초한 사태", "이런 분위기에서는 직장인들도 눈치가 보여 검사는커녕 쉬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코로나 확진자를 발견한 병원이 아니라 병이 퍼지는 것을 방치하는 보건당국"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3월 15일 공식 트위터에 "드라이브스루 방식은 의사의 진찰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적었던 후생노동성은 다음 날인 16일 정정발언을 올렸다. 후생노동성은 이어 "일본은 의사 진찰 뒤 검사 필요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므로 (드라이브스루 검사 시스템을 도입할 지 여부는)각 의료기관에서 적절히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일본 후생노동성 공식 트위터 캡처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은 3월 15일 공식 트위터에 "드라이브스루 검사는 의사 진료가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폄하했다가 하루 만에 "부정확한 설명이었다"며 정정했습니다. 후생노동성 장관 가토 가쓰노부도 17일 "조사해 보니 한국은 진료와 검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현재 니가타시·나고야시 등 일부 지자체는 개별적으로 드라이브스루 검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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