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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오염걱정 없앴다,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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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큼이나 가심비(가격 대비 심적 만족도)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왕 쓰는 돈, 떳떳하고 뿌듯하게 쓴다면 더 좋겠죠.


가심비와 착한 소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은 품질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만큼이나 그 물건이 얼마나 윤리적으로, 환경을 지키며 만들어졌는지에도 신경을 씁니다. 멋을 위해 천연가죽으로 제작된 옷이나 장신구를 착용하던 사람들도 동물을 죽이지 않고 만든 인조가죽제품으로 점차 눈을 돌리는 추세입니다.  

폴리우레탄 등 합성소재로 제작하는 기존의 인조 가죽은 동물을 도살하지 않고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작 공정에 프탈레이트 가소제와 같이 유해성 논란이 있는 물질이 들어갑니다. 뜻 있는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위험성 있는 물질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동물도 해치지 않는 가죽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2014년 개발된 파인애플 가죽 ‘피나텍스’가 그 예입니다.


피나텍스를 만든 사람은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카르멘 이요사(Carmen Hijosa)입니다. 이요사 씨는 90년대 말 가죽 공장을 방문했다가 비인도적이고 환경에도 좋지 않은 제작공정을 보고 대체 가죽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파인애플 잎에서 뽑아낸 섬유를 엮어 만드는 필리핀 전통의상 ‘바롱 타갈로그’를 보고 힌트를 얻었습니다. 파인애플 수확 뒤 버려지는 잎을 모아 그 섬유질을 강한 압력으로 압축해서 식물 가죽인 피나텍스를 만들어냈습니다. 피나텍스는 기존 가죽보다 무게도 훨씬 가볍고 제조 과정에서 독성 약품도 거의 쓰이지 않아 친환경 비건가죽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나텍스가 유명해지면서 섬유질을 가진 식물소재들로 대체 가죽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멕시코 사업가 두 명이 만들어낸 선인장 가죽 브랜드 ‘데세르토(Desserto)’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데세르토는 자동차 업계 출신 아드리안 로페즈 벨라르데 씨와 패션업계 출신 마르테 카자레즈 씨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제품입니다. 분야는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가죽을 자주 만지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고, 생활 전반에 꼭 필요한 소재인 가죽을 어떻게 하면 더욱 더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멕시코에서 가장 흔한 작물 중 하나인 선인장에 주목했습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선인장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물도 거의 필요없는데다 잎을 잘라내면 또 재생됩니다. 수확한 선인장을 잘 세척해서 가루로 만든 다음 섬유화하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섞어 압축하면 질기고 튼튼한 선인장 가죽이 만들어집니다. 


2017년경부터 제품 개발에 매달린 두 사람은 마침내 2년 뒤인 2019년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가죽전시회에서 선인장 가죽을 성공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이들이 개발한 선인장 가죽은 동물가죽처럼 자연스럽고 통기성과 탄력성도 좋아 의류, 신발, 가방 등 가죽이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가죽 수명은 최소 10년 정도이며 가격은 천연 동물 가죽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비인도적인 도살 과정이 없고 제작과정에서 독성 물질도 들어가지 않는데다 지역 농가와 상생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벨라르데 씨와 카자레즈 씨는 해외 매체 패션 유나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선인장은 멕시코를 상징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멕시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인장과 친숙하다. 그만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재료”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데세르토는 멕시코는 물론 유럽 각국 기업들과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중소기업들에도 자사 제품을 충분히 공급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는데요. 두 사람은 “작은 기업에서는 주문 최소수량을 맞추지 못 해서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대량거래만 하지 않고 소량도 판매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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