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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게임 주인공이 된다면…”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황유정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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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과거로 돌아가서 친구들을 구해내고, 미래를 바꾼다는 줄거리로 게임을 만든다면?'

임팩트 게임 개발사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는 새 게임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도 혹시 할머님들께 누가 될까 망설였습니다. 완성된 기획서를 들고 도 대표가 자문을 구하러 간 곳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정의기억연대였습니다. 


호의적인 반응과 함께 '좋은 게임을 만들어 널리 알려 달라'는 격려도 받았지만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진=정의기억연대

'위안부'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의 극우 성향 매체에서도 연락이 왔다는데요. ‘위안부’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셜 임팩트 게임 ‘웬즈데이’를 만들고 있는 도 대표와 황유정 작가를 18일 종로에서 만났습니다.

황유정 작가(왼쪽), 도민석 대표(오른쪽). 촬영=권혁성 PD hskwon@donga.com

‘위안부’ 피해자가 주인공인 게임 ‘웬즈데이’

1992년 1월 7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지쳐 집에 돌아온 순이 할머니. 옛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손수건에 수를 놓던 할머니는 묘한 힘으로 과거로 돌아갑니다. 


되돌아간 날짜는 1945년 1월 7일, 일본군에 끌려가 고초를 겪던 친구들이 사라진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몸은 소녀 시절로 돌아갔지만 기억은 그대로였습니다. 할머니는 친구들을 구하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다섯 번의 시간여행을 반복하며 점점 ‘그 날’의 진상에 다가갑니다.


‘웬즈데이’ 시나리오를 쓴 황유정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께서 과거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한다는 것이 우리 게임의 포인트”라고 소개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순이 할머니’가 되어 할머니의 기억을 체험하면서 단서를 모으고 진상을 밝혀내게 됩니다.

- 어떻게 게임을 기획하게 되셨나요.


 “28년 동안 계속된 수요집회를 지켜 주시던 할머님들도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시고 현재 생존해 계신 분들은 19분, 평균연령은 91세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게임 개발을 결심했어요.” (도민석 대표)


“대표님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를 바꾼다는 아이디어 딱 한 줄만 갖고 계셨어요. 그 아이디어를 스토리로 만들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저를 섭외해 주셨고, 덕분에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황유정 작가)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첫 기획서를 가지고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님을 뵈었던 날이요. 아무래도 이 문제를 게임으로 만드는 게 조심스러웠거든요. 심각한 주제를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으니까요. 예전부터 활동하시던 활동가 분들 입장에서 불편하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힘을 많이 실어 주셨습니다.” (도)


“팀원들과 다 같이 영화 ‘김복동’을 보러 갔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영화관 들어가면서 각오를 하고 갔거든요. 보나마나 펑펑 울 것 같은데 눈만 많이 안 부었으면 좋겠다 하고요. 팀원들과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서 아직 좀 서먹서먹했거든요. 그런데 영화 다 끝나고 나와 보니 저뿐만 아니라 모두 다 개구리 눈처럼 퉁퉁 부은 거예요. 저희 마케터 님은 티셔츠가 목 아래까지 막 젖어있고. 아, 우리는 다 같은 마음이구나. 같은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황)

게임으로 사회에 공헌, 수익금 절반은 기부

겜브릿지는 소셜 임팩트 게임(사회 공헌 게임)장르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즐거움과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게임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겜브릿지의 전작 ‘애프터 데이즈’는 5년 전 네팔에서 일어난 대지진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수익금은 네팔 신두팔촉 현지 복구에 쓰였습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거나 사회문제를 스토리에 녹여 교훈과 감동을 전하는 소셜 임팩트 게임은 해외에서 더 활발히 제작되고 있습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평범한 시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반전(反戰)메시지를 전달한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 2014)’, 인도 인신매매 현실을 고발한 ‘미싱(Missing, 2016)’, 나치가 빚은 인종차별 비극을 담은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My Child Lebensborn, 2018)’등은 뛰어난 게임성으로 세계적 호평을 받았습니다.

도민석 대표는 한국에서도 게임성(재미)과 메시지를 겸비한 게임들이 많이 나와서 게임 산업이 더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전작 ‘애프터 데이즈’ 처럼 ‘웬즈데이’도 수익금을 정의기억연대에 기부(수익금 절반)할 예정입니다. 올해 8월 14일 출시 예정인 ‘웬즈데이’는 3월 3일까지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합니다.


“저희 회사는 게임 외에도 뇌과학 연구용이나 청소년 우울증 연구용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합니다. 지난해부터는 게임계 전문가들과 함께 임팩트 게임 개발 모임(밋업)도 진행 중입니다. 넥슨 데브캣 15년차 실장님들께 개발자문도 받고 있고, 업계 투자자나 언론사 대표분들의 도움도 받는 중이에요. 앞으로는 소셜임팩트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지망생들과도 이런 내용을 나눌 수 있도록 모임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도)

“일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

도 대표와 황 작가는 평범한 일본 사람들은 나쁘지 않지만 역사를 모르는 것이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은 역사교과서 수정 이후 교육받은 세대라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무지한 이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혐오 감정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알리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 일본에서도 반응이 있을까요?


“저희가 게임을 출시할 플랫폼이 스팀(Steam)이라고 하는데요. 스팀은 글로벌판 출시가 쉬운 편이에요. 그래서 여러 나라 분들이 즐기실 수 있도록 언어를 추가하고 특히 일본어도 넣을 예정입니다. 일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반성하는 분들이 있어요. 게임을 잘 만들어서 일본 분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널리 알리면 의미가 깊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일본 극우성향 언론사에서도 저희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어요.” (도)


- 극우 언론사에서요?


“네. 얼마 전에 극우 성향이 있는 모 언론사에서 ‘웬즈데이’를 보도해도 되겠냐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니까 게임소식 보도 앞뒤에 붙게 될 내용들이 좀… 저희 게임의 취지를 흐릴 법 한 그런 내용들이더라고요. 그래서 거절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극우 성향이 아니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도를 하는 통신사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그 분들께는 기꺼이 소개 자료를 보내 드렸습니다.” (도)

- ‘웬즈데이’ 이후에 다루어보고 싶은 주제는?


“후속작으로 예정된 주제가 있습니다. 강제징용될 위기에 처한 어린아이들이 징용을 피해 폐허가 된 마을에 숨어서 아이들끼리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인데요. 방탈출 형식을 가미해서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 보려는 기획이 있습니다.” (황)


황 작가는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 ‘반딧불의 묘(1988)’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수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태평양전쟁 때 어린이들이 가혹한 참상에 맞닥뜨리는 슬픈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을 울렸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이지만 황 작가는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작품이 없는가’라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들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을 조명하는 작품이 많지 않기에 더더욱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이 크다고 합니다.


“우선은 웬즈데이를 성공적으로 만들어서 선보이는 게 목표고요.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적극 주고받으면서 주제를 정하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국경 없는 의사회 분들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어요. 청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힐링 콘텐츠도 개발할 예정이고요.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판타지 작품도 기회가 되면 해 보고 싶습니다.” (도)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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