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료 의료진에게 "무섭지 않으시냐" 물어보니..

조회수 2020. 2. 25. 13: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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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7, 28번 환자 퇴원한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 인터뷰

“바이러스는 괴물이 아닙니다. 의학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대상입니다.”

- 코로나19 사태 초기 3, 17, 28번 환자를 완치해 퇴원시킨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56·대한병원협회 신종 코로나 비상대응실무단장)

사진=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왕준 이사장과 동아일보 이진구 논설위원의 인터뷰는 3번 환자가 입원해 있던 음압병실에서 진행됐습니다. 물론 병실은 깨끗이 소독된 상태입니다. 이 이사장은 “바이러스는 제대로 알면 전혀 무서운 상대가 아니다”라며 “퇴원하는 17번 환자와 포옹을 한 것도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1단계 방역은 잘했다고 봅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분명히 국내로 들어온다고 보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일본, 싱가포르보다 지역사회 감염이 2, 3주 늦은 게 이런 초기 대응이 잘됐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번 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 사이에 진단키트를 개발해 보급하고 의료기관이 대처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일본은 진단키트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 지금도 하루에 백몇십 명밖에 검사하지 못 하는 상황입니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기에 시간을 번 덕분에 진단키트를 몇 천 개 만들어 검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이것을 “무기가 생긴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걸리면 죽을지 살지 알지도 못하다가 완치돼 퇴원하는 환자를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확산은 됐지만 이렇게 치료하면 된다는 지침도 줄 수 있게 됐고… 이게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건데 대부분은 그 의미를 잘 모릅니다.”

"감염병, 지역사회에 전파 안 될 수가 없다"

퇴원하는 17번 환자와 포옹하는 이왕준 이사장.

- 지역사회로 전파되었는데 괜찮은 건가요.


“우리가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초기 검역 등 감염병에 대한 1단계 대응은 100% 차단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중국 우한처럼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로 확 번지지 않고, 가두리 양식장처럼 최대한 통제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대응 시간을 버는 게 목적입니다. 


물론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나중에는 결국 지역사회로 전파되지만… 감염병이란 게 지역사회 전파가 안 될 수는 없습니다. 4, 5일간 확진자가 안 나온 소강 기간이 있었는데 그게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게 아닙니다. 방역망 안에서 관리가 되던 사람들 중에 확진자가 안 나온 거고, 빠져나간 사람 사이에서는 감염이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 지역사회 전파를 예상하셨나요.


“16일쯤부터 시작돼 오늘(19일)쯤 확산 현상이 보일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됐을 때 환자 분류는 어떻게 하고, 진료체계는 어떻게 정하고, 그런 것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의료진의 감염 보호 문제도 대비하고….”


- 16일 정부 방역망에서 벗어난 첫 2차 감염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감염 의심자 동선 파악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아무리 정밀하게 해도 모든 동선을 파악할 순 없습니다. 그래도 감염병 관리법이 바뀌어서 몇 년 전에 비하면 엄청 좋아진 거예요. 메르스 때는 진술 외에는 역학조사관이 동선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신용카드, 휴대전화 통신기록, 폐쇄회로(CC)TV 등을 볼 수 있어 중요한 지점은 다 확인이 됩니다. 범죄자도 영장 없이는 못 보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발전한 거지요. 외신들은 왜 그런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우리는 안 묻더라고요.”

"의료진, 바이러스 몸에 묻지 않게 훈련"

12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국가지정 격리 음압병동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간호사가 패스(Pass)터널 넘어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3번 환자에게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칼레트라)를 투여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항바이러스 제제가 몇 개 안 되는데, 다른 것은 코로나19와 바이러스 종류가 달라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칼레트라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니라 대사 과정을 막아 자라지 못하게 하는데 이런 원리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보급이 많이 돼 당장 쓸 수 있기도 했고. 17번 환자는 회복기에 발견돼 투여하지 않았습니다.”


- 환자 퇴원 결정을 내릴 때 고민하지는 않으셨나요.


“메르스 때와 달리 지금은 개별 병원에서 결정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 중인 병원들이 모인 중앙임상TF에서 합니다. 개별 병원에서만 하면 실수가 있을 수도 있고, 이런 문제는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기 때문이에요. 굉장히 중요한 기구입니다.”


- 의료진도 사람인데, 무섭지 않으신가요.


“우리 병원은 시설도 시설이지만 바이러스가 몸에 묻지 않도록 훈련해서 별로 걱정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 바이러스는 눈에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메르스 발생 1년 전인 2014년 ‘감염성 질환 신속 대응팀’을 만들었는데 방호복에 형광물질을 바르고 착·탈복 훈련을 했습니다. 벗은 뒤 형광카메라를 비춰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제대로 벗을 때까지 무한 반복을 하는 식으로. 바이러스는 절대 무섭지 않습니다. 알고 준비하면…. 그래서 메르스 때 대체로 잘했는데, 패착이 하나 있었습니다.”


- 패착이요?


“훈련과 준비를 감염 관련 인력 수십 명만 한 거예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감염병 대비는 전 직원은 물론이고 환자들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이번에 3번 환자가 확진자라는 보고를 받자마자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습니다. 브리핑 받은 내용 그대로 직원들에게 통신문으로 보내고, 입원 환자들에게는 500부를 복사해서 일일이 회진하며 돌리라고 했습니다. 


직원,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서 확진자를 치료 중이라는 걸 뒤늦게 뉴스를 보고 알면 두려움이 생깁니다. 먼저 연락 받으면 안심하게 되고, 또 그게 정상이지요. 그런 모습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행히 한 명도 나가겠다는 환자가 없었습니다.”

국가지정격리음압병상, 내부 반대 있었지만...

12일 오후 1시 30분 경기 고양 명지병원에 입원해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퇴원하고 있다. 사진=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명지병원은 국가지정격리음압병상, 권역응급센터·외상센터·재난거점병원 등 중책을 네 개나 맡고 있습니다. 돈은 안 되면서 책임만 무겁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위치입니다. 병원 이사장으로서 운영 문제에 초연할 수만은 없습니다. 돈 문제는 초월한 거냐고 묻자 시원한 웃음이 돌아왔습니다.


“하하하. 그럴 리가요. 이번에도 외래 환자가 30~40%정도 줄어든 것 같긴 한데… 국가지정격리음압병상은 원래 다른 병원에서 내부 반발로 반납한 걸 경기도가 받아달라고 해서 받은 겁니다. 우리(병원) 안에서도 반대가 많았어요. 그런 건 공공병원이 해야지 민간인 우리가 왜 하느냐, 문 닫으려고 그러냐고. 옛날에도 콜레라 돌 때 환자 받았다가 폐쇄된 병원들이 있어서….”


- 그런 걸 다 알면서 수락하신 건가요?


“10년 전 이 병원을 인수했을 때 기자들이 전략이 뭐냐고 묻기에 응급 의료에 올인하겠다고 했더니 ‘듣보잡’ 전략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응급실은 지금보다 더 의료수가가 낮았고, 다들 적자라고 줄이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반응 같은데요.


“이 지역 인구가 42만 명인데 지역거점병원 역할만 제대로 하면 경영에 지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안 오냐면 우리 병원을 못 미더워 했으니까. 그나마 오는 사람은 가깝거나, 응급상황이라 다른 데 갈 수 없는 경우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졌을 때 제일 먼저 간 곳이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집 근처인 한남동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입니다. 거기서 응급치료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갔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갔는데 그 병원 정말 잘하더라, 그런 믿음을 쌓으면 될 거라 봤어요. 그 영역이 감염, 재난, 외상으로 넓어진 거지요.”

사진=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명지병원은 다른 병원과 달리 남자 의사들이 일반 넥타이 대신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긴 넥타이는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넥타이는 자주 세탁하지 않는 옷인 데다가 길어서 음식물 등이 쉽게 묻거나 튀어 감염에 취약합니다. 실제로 넥타이에서 균 검출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병원에서 긴 넥타이 착용을 가급적 피하자는 제안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타이를 안 매는 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나비 넥타이를 착용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 코로나19를 정복할 수 있을까요.


“전파력은 높은데 치사율이 낮은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남습니다. 치사율이 높으면 숙주가 죽어 바이러스도 살 수 없으니까요. 원래 신종 인플루엔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계절 인플루엔자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로나19는) 늘 우리 옆에 남아 있어서 폐렴을 일으키는, 동거하는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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