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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죽더라도 히말라야에서” 노무사 그만둔 여행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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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자 30만 명, 여전히 취업의 벽은 높습니다. 힘들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인데요. 24세에 노무사가 됐지만 7개월 만에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 ‘쏘이더월드’ 채널을 운영하는 여행 유튜버 이소연씨입니다.
 
“꿈은 이뤘는데… 괴리감 때문에 여행을 가게 됐어요.”

노무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서 노무사가 되기 위해 법학과로 전과했어요. 노무사 자격증을 따면 인사팀이나 회사에 쉽게 들어갈 수 있으니 전문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 길을 스무 살 때부터 정한 저도 참. 한국 사회는 ‘뒤처져선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잖아요. 그 압박감을 저도 계속 받고 있었던 것 같아요."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불과 7개월간의 직장 생활을 끝내고 퇴사했습니다.


“사실 노무사 시절은 제 인생의 암흑기였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스물 네 살이 노무사로 근무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상대하는 회사 분들이 팀장급이기 때문에 팀장님 앞에서 스물네 살짜리가 조언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경험이 없는 게 티가 날 텐데 분명히. 그런 걸 감추는 게 가면을 쓰는 느낌도 들고.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남들이 볼 때는 ‘인생의 레전드 아니야?’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을 때였어요. 전문직이니 돈도 많이 벌고 떵떵거리면서 살 것 같았는데 그러지 않았거든요. 축 처져서 다니고 돈도 많이 못 받고 집에 가면 픽 쓰러져 자고.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까 저라는 사람이 없었어요. 일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어요. 일이 없는데 퇴근도 하면 안 되고. 여기서 시간만 갉아먹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 적성에 안 맞았던 거죠."

열심히 공부해서 노무사가 되셨는데, 직장을 그만둘 때 아쉽지는 않았나요?


"전혀요.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죽는 것보다 히말라야 올라가면서 죽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더라고요. 너무 극단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일단 내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퇴사할 때 뒤도 안 돌아보고 퇴사하시는 분들 계시잖아요. 저도 그런 마인드였어요. "


그렇게 퇴사한 지 3개월. 이씨는 100일 세계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가족들이 많이 걱정했어요. 뭐 하는 짓이냐면서. 근데 주변 사람들이 제 행복 챙겨줄 것도 아니고 제 인생 책임져줄 사람은 저밖에 없잖아요. ‘저는 제 갈 길 가겠습니다.’ 하고 떠났어요.”


여행자금은 대학 4년 동안 모아놨던 1000만 원으로 충당했습니다. 저축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모아놨던 돈이지만 쓰지도 못할 돈을 모으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목적지는 히말라야였습니다.

첫 여행지인 히말라야부터 인도, 아프리카 등 위험하다는 여행지들을 가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 번 할 때 어려운 걸 하면 그 밑 단계들은 쉬워진다고 생각하거든요. 힘들어도 히말라야 한 번 올라가면 다른 도전들은 더 쉽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고 싶었어요. 마찬가지로 인도 한 번 갔다 오면 유럽이나 난이도가 낮은 여행지들을 쉽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무섭다고 피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한계들을 하나씩 깨는 느낌?


경이로운 자연을 보는 게 첫 번째로 좋지만 거기에서 만난 현지인과 대화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리고 황당한 사건이 터지는 것도 좋아하고. 너무 무난하게 좋은 일만 있으면 지루하더라고요. "


물론 혼자 여행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여성인권이 낮은 문화권에서 성희롱은 비일비재했고, 남자들이 계속 말을 걸어 길을 돌아다니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케냐로 이동할 때는 비행기가 예고도 없이 일찍 출발해 버린 데다 관계자 도움도 받지 못 해 100만 원에 가까운 큰돈을 추가로 결제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타국에서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워낙 커 고통스러웠지만,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도 있습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이라고 있어요. 거기는 길이 너무 험해서 다 차를 타고 이동하거든요. 저는 자전거를 빌려서 다섯 시간을 갔는데 길이 안 나오고 해가 져버린 거예요. 길도 잃고 핸드폰도 안 터지고 자전거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너무 무서웠는데 차가 하나 지나가더라고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차를 세웠어요. 길을 잃었다고 하니까 자전거를 차에 실어주면서 대가없이 숙소로 데려다 줬어요. 주변에 볼만한 데가 있다면서 다 둘러가지고 데려다주신 거예요. 칠레 부부였는데 선뜻 도움을 주신 게 감동적이어서 거기서 울고 막 그랬거든요. 그 때 되게 고마웠죠.”

여행 경험을 유튜브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은 세계 일주라는 경험이 저에게 엄청난 자산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 도전해야 하고. 하나하나 배워가는 게 많을 것 같은 거예요. 알게 된 노하우라든가 에피소드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영상으로 남기면 내가 볼 때도 추억이 될 것 같고, 다른 사람이 보고 참고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일차적으로는 저를 위해서 한 거였어요. 나중에 10년 20년이 지나서 이 영상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풋풋할 것 같기도 하고. 추억으로 삼기에 좋을 것 같아서 영상으로 남기게 되었어요. "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설렘은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이 씨에게 여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일 출국하거든요. 아직 짐도 안 쌌어요. 이제 공항 가면, 특히 일로 가면 '아 출근하네.' 이런 느낌이 들고 비행기 이륙하기 전에 자요. 비행기 뜨면 사진 찍고 그러잖아요. 이런 것도 아예 안 찍고. 우리가 지하철 탈 때 사진 안 찍잖아요. 비슷한 느낌이죠.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워라밸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여라밸' 맞추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일 때문에 여행 갔을 때와 나만의 여행을 갔을 때를 구분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일로 가는 여행과 자신의 여행을 구분하는 방법도 생겼습니다.


“일로 가면 즐기지 않고 일한다는 생각으로 가요. 이거 담아야지, 먹어야지, 맛있게 먹는 분량 찍었으면 패스.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실제 여행이랑은 차이를 두려고 해요. 이도 저도 아니면 촬영도 잘 안 나오고, 내 여행도 애매해지기 때문에. 집중해서 찍을 것만 찍고 오도록 하죠.”

수입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편인가요?


"아니요. 엄청 차이 나요. 최저랑 최고랑 많이 차이 나면 30배? 진짜 많이 차이나죠. 저번 달에 100만 원도 못 벌었나? 제가 활동을 많이 안 하면 못 벌 수도 있는 거고. 광고모델이나 모델 촬영은 연예인처럼 수입이 클 수도 있거든요. 많은 돈을 갑자기 벌 수도 있고. "


회사 다니는 친구분들 보면 불안하지 않으세요?


"불안함은 안 느껴져요. 왜냐하면 친구들도 불안하거든요. 아무리 안정적인 회사에 다녀도 불안해하더라고요. 어느 회사에 소속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능력이 되고 커리어가 잘 잡혀있으면 회사는 선택해서 들어가면 되니까. 자꾸 불안해하면 내가 중심이 안 잡혀서 끌려다니게 돼요."

하고 싶은 걸 다 이루고만 살았을 것 같은 이 씨에게도 아쉬움은 남아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책 출간, 강연, 구독자와의 여행 등 여러 제안이 들어왔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피하기만 했다고 후회했습니다. 제안을 받을 당시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거절하고 말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올해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넘어지면서 단단해지는 거죠. 작년에 미뤘던 도전들을 다시 시작하면서 일단 부딪혀 보고 싶습니다.”


성소율 동아닷컴 인턴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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