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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은행직원 “희망퇴직, 타이밍만 맞추면 5억도 받아”

은행들 매년 희망퇴직 비용만 수천억 원…의미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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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만 잘 맞추면 5억 원 넘게도 받습니다. 너도나도 희망퇴직 조건만 보고 있죠.”


입사 15년 차인 한 시중은행 직원의 말입니다. 은행들의 희망퇴직 시즌이 올해도 돌아왔습니다. 각 은행들은 저마다 수억 원 대의 목돈을 내걸고 중장년층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년 은행들이 쓰는 희망퇴직 비용만 수천억 원에 이릅니다.

출처ⓒGettyImagesBank

구조조정 오히려 반기는 직원들


KEB하나은행은 2019년 말 1964, 1965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퇴직자들에게는 최대 31개월 치 평균임금과 자녀 학자금 2000만 원, 의료비 2000만 원, 재취업 지원금 200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NH농협은행은 1963년생이거나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평균임금 기준 각각 28개월 치, 20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줬습니다.


우리은행은 1964, 1965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각각 평균임금의 30개월, 36개월 치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신한은행은 1961년생 이후 직원 등에게 평균임금의 최대 36개월 치를, KB국민은행은 1964∼1967년생을 대상으로 최대 35개월 치 평균임금을 줄 예정입니다. 각 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이번에도 1000명을 훌쩍 넘길 전망입니다.


은행권의 대규모 희망퇴직은 인위적 구조조정이지만 이제는 직원들이 오히려 기다리는 이벤트가 됐습니다. 수 억 원대 목돈을 거머쥐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도 비대면 서비스와 지점 통폐합이 속도를 내는 시기에 고연봉 인력들을 한번에 내보내고, 시니어 직원을 내보낸 자리에 청년을 채용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출처동아일보 DB

'이자 장사' 그대로, 기업가치도 낮아...근본적 변화 필요


하지만 이렇게 큰 돈을 쓰며 벌이는 희망퇴직이 은행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지는 따져 봐야 합니다. 저금리·저성장,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어야 대규모 구조조정의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수익 80%이상은 이자 장사(예대마진)으로 나옵니다. 자산 대비 기업가치도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핀테크 시대가 열렸지만 IT등 새로운 분야 인재도 아직 은행권에 충분히 유입되지 않았습니다. 큰 돈을 들여 고비용 인력을 내보냈는데 주요 수익원이나 기업가치 등 본질적인 부분은 그대로라면 희망퇴직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금리와 제로성장이 일상화된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은행업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윗돌 빼서 아랫돌 막기’ 식의 단순 인력교체만 반복된다면 국내 은행들의 미래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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