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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받았는데…내가 노숙 노인 될 줄이야”

선진국도 빈곤노인 늘어…영국 노인 8명 중 1명 끼니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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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노인 문제는 가난한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선진국들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당장 끼니를 걱정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 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11월 2일 영국 런던 윌스든그린에 있는 커뮤니티센터 ‘애슈퍼드’ 에서는 지역 노인들을 위한 무료 점심이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1일 방문한 영국 런던의 애슈퍼드 커뮤니티센터. 낮 12시를 넘기자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노인들로 센터 식당이 가득 찼다. 애슈퍼드 커뮤니티센터에는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빈곤 노인 약 300명이 식사 배급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런던=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이 날 음식을 제공한 자선단체 ‘페어 셰어’ 운영진 크리스티 개럿 씨는 “정부에서 나오는 연금이 넉넉지 않은 데다 연금 개시 시점이 65세, 66세로 점차 미뤄지며 은퇴자들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무료 배식을 받던 조지프 씨(84)는 건설노동자로 일했기 때문에 직장연금에 가입하지 못 했는데, 정부에서 주는 연금만으로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습니다.

1일 오전 8시경 도쿄도 신주쿠 중앙공원. 간밤 공원에서 노숙을 했던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19.6%에 이른다. 도쿄=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 “억대 연봉 받았는데…내가 노숙인 될 줄이야”


고령화로 늙어가는 나라는 노후 빈곤이 큰 문제입니다. 노인들은 충분치 않은 연금, 쥐꼬리만 한 예금 이자와 씨름하다가 질병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순식간에 빈곤 노인으로 전락합니다. 경기침체로 재정난에 빠진 정부도 고령인구를 부양할 여력이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65세 노인 인구가 358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8.4%에 달하는 일본은 이미 빈곤 노인 문제로 신음한 지 오래입니다. 일본의 연금 수준은 한국보다는 전반적으로 높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이 적지 않습니다.


10월 29일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만난 다카노 아키히로 씨(64)는 젊은 시절 억대 연봉을 받던 직장인이었습니다. 대기업에서 연봉 1200만 엔(약 1억 2700만 원)을 받던 그는 암에 걸린 아버지 간병을 위해 45세 때 회사를 떠났습니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터라 언제든 재취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적금, 퇴직금, 주식까지 2000만 엔(약 2억1300만 원)가량도 있어 든든했습니다.

ⓒGettyImagesBank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 치료비까지 필요하게 되자 쌓아뒀던 자금은 순식간에 고갈됐습니다. 결국 다카노 씨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 유골만 품에 안고 아파트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노후 준비에 게을렀다고 자책하며 “내가 노숙인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50대라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고,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60세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40년 간 부은 연금은 막상 계산해 보니 월 6만 6000엔(약 70만 원) 나오더군요. 허탈했죠.”


빈곤 노인 문제를 다룬 베스트셀러 ‘하류노인’의 저자인 후지타 다카노리 홋토플러스 대표 겸 세이가쿠인대 준교수는 취재팀과 만나 “노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중장년층이 허리띠를 졸라매 소비가 줄고, 젊은층은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 저출산이 가속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한국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직 교육-투잡 허용… 회사가 ‘인생2막’ 지원


직원들이 노후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인생 2막을 지원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 금융노조는 퇴직이나 전직을 준비하는 은행원을 위한 ‘재교육 사관학교’ 역할을 합니다. 


창구 업무를 보던 직원은 기업금융이나 핀테크, 혹은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기 위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은행권과 정부가 공동 출연한 자금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노후 준비 없이 갑작스러운 퇴직으로 자금난에 빠지지 않도록 직원들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금융업계 실직률이 20%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미샤엘 부돌프센 덴마크 금융노조 부위원장)

ⓒGettyImagesBank

일본 3대 메가뱅크 중 하나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기밀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잡’을 허용합니다. 예를 들어 미즈호 직원도 ‘○○스타트업 직원’이라는 명함을 파고 겸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 스타트업 등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게 저금리 시대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미즈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고령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독일 보쉬는 1999년부터 ‘보쉬 매니지먼트 서포트’라는 컨설팅 자회사를 설립해 자사에서 은퇴한 직원을 사내 컨설턴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다이킨공업은 능력만 있다면 65세가 넘은 직원도 고용하는 ‘시니어 스킬 스페셜리스트 계약직원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베테랑 고령 직원을 1년 단위로 계속 고용합니다. 일반적인 ‘60세 정년+5년 계약직 추가’보다 고령 근로자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셈입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경제부 조은아, 도쿄·사이타마=장윤정 기자, 런던·리버풀=김형민, 프랑크푸르트=남건우, 코펜하겐·스톡홀름=김자현

▽특파원 뉴욕=박용, 파리=김윤종, 베이징=윤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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