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수익 전액, 탈북청소년 학교에 기부" 음악가들의 '선한 영향력'

조회수 2019. 10. 31. 16: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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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진심은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 눈빛이나 태도 등 여러 판단 기준이 있겠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기준은 아마 ‘시간’ 아닐까요. 십 년 넘게 한결같이 정성을 쏟는 것은 진심 없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국내 프로 음악가들이 모여 만든 예인교수앙상블은 2003년부터 난치병 환자 의료비 지원, 사회적 약자 문화지원사업 등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쳐 온 합창단입니다. 25일 서초구 늘푸른교회 아트홀에서 만난 앙상블 단원들은 11월 5일 열리는 여명학교 후원 콘서트 막바지 연습에 몰입해 있었습니다.

예인교수앙상블 박윤희 단장. 사진=권혁성PD hskwon@donga.com

“탈북 청소년들 학교 짓는 데 도움 되고파”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여명학교’는 2010년 서울시 교육청 인가를 받았지만 건축비 부족으로 학교 건물을 짓지 못 해 현재 일반 빌딩 공간을 빌려 사용 중입니다. 


매 년 정기연주회 수익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예인교수앙상블은 지난 2016년과 2018년에도 콘서트 수익금을 여명학교에 전달했습니다.


예인교수앙상블 박윤희 단장은 “한창 활동 중인 젊은 단원들이 보수도 받지 않고 무대에 서고, 매 주 시간을 내서 연습하러 모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단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예인교수앙상블 나윤규 음악감독. 사진=권혁성PD hskwon@donga.com

합창단과 학교의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습니다. 지휘자 나윤규 음악감독은 “몇 년 전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선생님을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앙상블이 후원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중소기업이나 단원들 주변 지인들도 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여명학교 후원 콘서트 당시 사진. 사진=여명학교 홈페이지

‘음악 고수’들이 재능을 쓰는 법


외환은행 나눔재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와 협력한 난치병 환자 의료비 지원, 노숙인·장애인 문화 지원, 사랑의집짓기 운동본부 명예홍보대사, 찾아가는 콘서트, 국내외 학교 건립 지원 등 예인교수앙상블의 활동은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원들에게 쉼 없이 사회공헌 활동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박문주 소프라노(좌), 양범석 바리톤(우). 사진=권혁성PD hskwon@donga.com

“저희가 삼성병원 로비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거든요. 한 번은 어린 소아암 환자가 엄마가 끌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마스크를 쓴 채 공연을 보러 왔어요. 그 아이가 힘차게 박수치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저희가 힘을 받았던 일이 기억에 남고요.


덕적도에 노래하러 갔던 때도 생각나네요. 가는 길도 험하고 공연할 여건도 잘 갖춰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저희가 가서 드레스 입고 노래하니까 어르신들이 정말 기뻐하시더라고요. 선녀 같다, 찾아와 줘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다독여 주셨죠. 그렇게 관객들을 만나며 매번 큰 보람을 느낍니다.” (소프라노 박문주)


“프로 음악가로 살아간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음악을 통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껴요. 그리고 단장님이나 음악 감독님 같은 대선배님들께서 열정적으로 힘을 쏟으시는 걸 보면 저희도 좋은 자극을 받고,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인교수앙상블 총무·바리톤 양범석)

사진=권혁성PD hskwon@donga.com
사진=권혁성PD hskwon@donga.com

혼자만 돋보이려 하지 않고 서로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만나야 좋은 노래가 완성된다는 점에서 합창은 함께 사는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 단장은 “성악가로서 합창 무대에 서는 건 참 매력적인 경험”이라며 “전체 속에 녹아 드는 자신을 느끼고, 전체를 위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동료가 있다면 내가 좀 더 크게 노래하고, 자신감 있게 부르는 동료를 위해 때로는 내 목소리를 약간 줄여 줄 필요도 있어요. 서로 배려하며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것, 그게 합창의 매력입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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