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빈티지 카메라에 꽂혀 성공한 덕후

조회수 2019. 9. 16. 0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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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필름카메라 매력 널리 알리고파"

빈티지 필름카메라 전문점 ‘엘리카메라’ 대표 강혜원(35)씨는 '성공한 덕후'의 표본입니다. 대학생 때부터 관심 갖던 카메라를 수집하면서 자연스레 직업으로 연결됐다는데요. 

● 성공한 덕후, '엘리' 강혜원


"처음엔 취미생활로 시작했어요. 예쁘고 독특한 디자인의 카메라들을 알아가는 재미에 공부하다 보니 콜렉션으로 이어지게 되었지요."


한 두 대씩 모으던 카메라는 어느 새 수백 대에 달하게 됐습니다. 그가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엘리라는 닉네임으로 하나씩 판매하던 카메라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올리는 카메라마다 순식간에 팔려나가 '완판녀엘리'라는 별명도 생겼을 정도입니다. 


빈티지 카메라 수요가 높은 것을 본 강 대표는 아예 전문적으로 카메라를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강 대표는 한때 꽤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의 오너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에 대한 궁금증과 배움에 대한 열망이 들끓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꿈을 좇아 회사를 매각하고 석사 학위를 따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영국 유학 시절에도 행사, 모임, 벼룩시장 등을 찾아다니며 카메라를 모았습니다. 콜렉터로서 카메라를 공부하고 모으다 보니 브랜드에 대한 편견 없이 오롯이 카메라 자체의 매력에 집중할 수 있었지요.”


영국 Ensign사의 ‘Ful-Vue’를 시작으로 12년 동안 꾸준히 모은 카메라는 어느 새 700대가 넘게 됐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엘리카메라는 현재 연남동에서 4년째 자리를 지키며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많고 많은 카메라 중 유럽 카메라에 빠진 이유


엘리카메라는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 영국, 러시아 등의 카메라를 중점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종종 미국의 카메라도 판매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흔히 알려져 있는 일본 카메라는 보기 어렵습니다.


"제 컬렉션의 첫 카메라가 영국 카메라이기도 했고, 제가 주로 공부하고 모아오던 카메라들이 유학시절 만난 것들이었거든요. 영국에서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유럽 카메라에 심취하게 된 거죠. 


일본 카메라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더 유명하고 어쩌면 (유럽 것보다) 성능이 좋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불편한 옛날 유럽 카메라들이 취향이더라고요."

● 필름카메라만의 매력


요 근래 레트로 열풍이 다시 불면서 필름 카메라의 인기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20~30대들이 어렸을 적 경험했던 필름 카메라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필름 카메라를 찾고 있는데요. 


강혜원 대표는 필름카메라의 인기를 '기다림의 미학'으로 정의했습니다. 촬영본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와는 달리 현상이 완료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더 설렌다는 것입니다.

"가끔씩 일부러 여행지에서 촬영하고 온 필름들을 한 번에 현상하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현상하기도 해요. 그렇게 조금씩 여행지의 추억을 꺼내보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현상 후 사진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그 설레임이 너무 좋아요. 구도나 노출값이 정확하지 않아도, 예측할 수 없는 매력적인 사진들이 불쑥불쑥 나온다는 것도 필름카메라의 매력이고요."


강 대표는 본인이 좋아하는 카메라를 직접 들고 촬영해 보는 것이 가장 큰 공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필름카메라의 매력과 서정성을 많은 분들이 느꼈으면 해서 카메라 체험 프로그램과 대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 말했습니다.

● "90세 할아버지 손님, 기억에 남아요”


"마포신문에 소개된 엘리카메라의 기사를 보고 찾아오신 90세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인생이 얼마 남지 않으신 것 같다며 본인의 카메라 2점을 기증하고 가셨지요. 그 만남이 아직도 너무 감동스럽습니다."


할아버지가 기증하신 카메라는 일본의 미놀타로 엘리카메라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손님의 마음에 감동을 받은 강 대표는 해당 카메라를 엘리카메라 쇼룸 내부에 전시해 두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많은 분들이 본인의 카메라 혹은 독특한 필름을 기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 분들께 기증 이유를 여쭤보면 대답은 항상 한결같아요. 본인이 가지고 계시는 것보다 엘리카메라 공간에서 많은 분들이 보고 만지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20대 청년이 조언을 구하며 찾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던 그는 취미를 직업으로 선택한 강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자 방문했다고 합니다. 강 대표는 그의 용기와 솔직함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강 대표는 연남동 쇼룸은 전시 관람·체험장소로 운영하고, 2호점에서는 카메라 구매·현상·중고거래가 가능한 곳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올해 안에 문을 열 3호점은 빈티지 사진과 관련된 도서관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필름 문화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기 위한 활동과 함께 더 많은 분들이 유럽 카메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일들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이규현 동아닷컴 인턴기자·정리 이예리 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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