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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왜 안 바뀌냐고? 죽어야 끝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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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해서 연세대 왔지만, 난 용케 취직되어 봤자 최대 연봉 4000이다. 그런데 월 37억 꼬마 보람이는 뭐냐. 자괴감 든다.]

“대학생이 쓴 글이라는데,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봅시다. 보람이가 벌어들이는 돈 중 80%가 넘는 부분이 해외에서 옵니다. 옛날 같으면 수출 역군이라며 상을 줘야 한다고 했을 겁니다. 우리 안에 있는 ‘막연한 대원군’이 제일 큰 문제라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 전도사로 통하는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그가 2014년부터 정부, 기업, 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강연 횟수만 1200여 회에 달합니다.


3월에 펴낸 책 ‘포노 사피엔스’는 5개월만에 10만 부 넘게 팔렸습니다. 포노 사피엔스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포노족, 즉 스마트폰을 쓰는 신인류라는 뜻으로 만든 단어입니다.

출처박해윤 기자

평소 “모든 권력이 소비자에게로 이동하는 문명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해 온 최 교수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도 최근 서울 청담동에 95억짜리 빌딩을 사서 화제가 된 유튜브 크리에이터 ‘보람튜브’ 이야기부터 꺼냈습니다.


그가 말하는 ‘막연한 대원군’이란 기존 상식과 다르면 일단 비판하고 거부하고 보는 심리입니다. 

학연, 혈연, 지연 필요없는 ‘유튜버 월드’

"연수입 10억 원 이상인 유튜버가 100명이 넘고, 월 300만 원 수준인 사람은 더 많습니다. 한평생 임원 되는 걸 목표로 살다 미끄러지면 좌절이 크지만 유튜버는 억울할 것도 없습니다. ‘내가 잘못 만들어 선택 받지 못한 건데 누가 뭐라 하겠어’이런 마음이죠. 


학연, 혈연, 지연도 필요 없습니다. 유튜브 열풍은 정보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걸 명확히 보여줍니다.”

출처박해윤 기자

그의 책 ‘포노 사피엔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기성세대,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통화가 주목적인 ‘전화기’였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여기는 젊은 세대를 보면서 ‘게임에 중독돼 할 일을 못 한다’며 부작용만 부각시켰다.


이런 비판들은 법과 규제에 반영됐다. (중략) 미국 청년들은 달랐다. 포노족을 소비자로 보고 이들에게 익숙한 게임방식을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해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켰다. 그게 우버다.’

"죽어야 끝난다고 봅니다"

아무리 소비자 중심적으로 시대가 변한다 해도 당장 시스템이 바뀔까요. 이 질문에 최 교수는 “죽어야 끝난다고 본다”는 다소 거친 대답을 내놨습니다.


“기성세대는 생각을 바꾸기가 힘듭니다. 꽤 걸릴 거예요. 그래서 죽어야 바뀔 거라는 얘깁니다(웃음). 하지만 혁명이란 건 원래 도둑처럼 옵니다. 아이폰은 10년 만에 세상의 주인을 60대에서 30대로 바꿔버렸습니다. 자본이 재배치되고 소비자가 권력이 되는 물결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보람이를 욕하지 말고 보람이가 될 생각을 해야 합니다.”

기성세대가 가진 '가난 트라우마'

사회적으로 앞날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큽니다.


“택시기사들은 ‘내 나이 60인데 앞으로 20년 동안 잡(job)을 보장해달라’고 합니다. 의사들은 또 어떤가요. 원격진료?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기성세대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내 잡을 보장하라’는데 아이들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뭐만 하려고 하면 다 불법이라고 합니다. 결국 공시족만 남습니다. 청년들이 아우성대면 ‘이거나 먹어’라면서 현금 나눠주고…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일자리가 늘 수 없죠.


제가 이렇게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러면 뭐하나요. 아무도 양보를 안 합니다. 정치인들은 오로지 표만 생각하고요.”


규제가 문제라고 다들 말하는데, 왜 안 풀릴까요.


“가난에 대한 기성세대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 중추인 58년 개띠들이 태어난 해의 1인당 국민소득은 70달러였습니다.


이들은 가난이 어떤 것인지 경험적으로 알아요. 나라의 미래보다 내 자식의 미래가 먼저 아닙니까. 내가 직장서 쫓겨나면 자식의 미래도 함께 무너진다는 공포와 두려움이 있죠.


그래서 내 가족을 보호하려면 현 시스템이 견고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가진 권력을 기반으로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이 혁신에 저항하는 철벽 방어막을 만드는 겁니다.


반대로 지금 50, 60대인 미국인들은 어렸을 때 풍요를 누려봤습니다. 나라가 거덜난다 해도 내 자식들은 최소한 내가 살았던 수준 정도로는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혁신에도 관대합니다. ‘또 새로운 시대가 왔네’ 이렇게 여유롭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절대 못합니다.”

출처ⓒGettyImagesBank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너무 비관적인데요. 희망은 없나요. 


“대한민국의 굉장한 저력이 바로 희망입니다. 58년 개띠 이야기를 했는데, 이들이 바로 지금의 풍요를 만든 사람들입니다. 현대인류사 박물관에 보내도 될 정도예요. 근대 100년 인류사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이 이런 나라를 만든 사람들, 지구상에서 유일합니다.


문제는 다음이 뭐냐는 겁니다.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전 40대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어요. 밀레니얼 세대로 젊어서부터 인터넷과 컴퓨터를 끼고 있던 사람들이고 어른들도 모실 줄 압니다(웃음).


그리고 또 잊어서는 안 되는 것. 포노족이 이끄는 혁명의 시대는 팬덤(열광)의 시대라는 겁니다. BTS, 류현진, 이강인이 나온 나라입니다. 데이터로만 영화 제작을 결정하는 넷플릭스도 한국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팬덤이 압도합니다. 대한민국 팬덤,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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