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돈만 쓴다..'불황러'가 사는 방법

조회수 2019. 7. 22. 1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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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밖은 위험해

대학생 오모(23) 씨는 주말마다 여자친구와 자취방에서 ‘넷플릭스 앤드 칠’(Netflix and Chill·집에서 함께 넷플릭스를 본다는 뜻의 신조어)을 한다. 편의점에서 치킨과 과자, 맥주를 사다 놓고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다. 그는 “나가면 다 돈이라서”라고 말했다. 

출처: ⓒGettyImagesBank
“점심 2만 원, 영화 티켓 2만4000원, 팝콘과 콜라를 사면 8500원, 커피 1만 원, 그리고 좀 좋은 데서 저녁을 먹으면 최소 4만 원을 각오해야 한다. 10만 원 넘게 깨진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공짜나 다름없고(월 9500~1만4500원), 편의점에서는 8000원만 써도 맛이 괜찮으면서 양도 푸짐한 닭다리를 살 수 있다. 맥주도 두 캔이면 충분하다.”

직장인 이모(30·여) 씨는 “나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외출해 쓰는 돈은 최대한 절약하고, 그 대신 집에 좋은 가전기기나 디지털 제품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출처: ⓒGettyImagesBank

"집에서 쉬는 게 진정한 휴식"

신(新)방콕족이 등장하고 있다. 경기불황과 1인 가구 증가로 현관문 밖보다는 안에서의 생활을 중시하고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릴없이 ‘방바닥 긁던’ 1세대 방콕족과는 다르다. 이들에게는 집 안에서도 즐길 것과 누릴 것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흘 동안 신발 한 번 신지 않고도 즐겁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자신이 있다.”

직장인 정모(28) 씨는 “입사한 지 몇 달 안 돼 아직 여름휴가 계획이 없지만, 만일 사흘간 휴가가 주어진다면 신발 한 번 신지 않고도 즐겁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잠도 늘어지게 자고, 밀린 영화와 드라마를 실컷 보고, 인터넷 서핑과 쇼핑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씨는 “먹는 것은 음식배달 서비스로 해결하면 된다. 요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배달해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생활 방식의 변화는 각종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와 한양대 유통연구센터가 공동 기획·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들은 전년 동기 대비 전반적으로 씀씀이를 줄이는 가운데 집 안에서 쓰는 물품에 대한 지출은 오히려 늘렸다.

출처: ⓒGettyImagesBank

젊은 세대일수록 "집이 좋아"

쓸 수 있는 돈이 적어졌지만, 그렇다고 집 안에 머무는 것이 곧 스스로를 유폐(幽閉)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성인남녀의 58.6%가 자신을 집에서 영화 감상, 운동 등의 취미 및 여가 활동을 즐기는 ‘홈족(Home族)’이라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지출을 줄이려는 목적(49.4%)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집에서 쉬는 것이 진정한 휴식(61.1%)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사고관은 젊은 세대일수록 두드러진다. ‘홈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20대 82.4%, 30대 79.7%인 반면, 40대 이상은 50% 미만에 머물렀다. 집에서 소비하며 쉬는 젊은 층의 생활방식이 경기불황기에 더욱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Bank

이들은 집에서 동영상을 보고 음식은 배달시켜 먹는다. 취미로는 장난감을 조립하고 만화책을 보며 팥빙수도 직접 만들어 먹곤 한다. 집 밖으로 좀체 나오지 않으려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마케팅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전체적으로 소비를 줄이지만 집 안 소비는 유지하거나 늘어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한양대 유통연구센터장)는 “집 밖 소비는 줄어드는데 집 안 소비가 느는 현상은 경기침체, 1인 가구 증가, 모바일 기술·서비스 발전, 사회경제적 불안감 확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러한 추세는 한국 경제가 크게 좋아지지 않는 이상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 글은 주간동아 1198호에 실린 기사 <현관문 밖은 위험해!(강지남 기자)>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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