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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 안타까워…사서 공부하다 공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큐어라이프 양혜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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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간 제조업에 헌신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생산자와 테스터, 소비자 모두의 입장을 알게 된 양혜정 ㈜큐어라이프 대표. 아버지를 비롯해 어릴 적부터 삼촌처럼 따르던 공장장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소비자에게 알릴 줄을 몰라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품질은 좋은데 널리 알려지지 않아 판매가 부진하니 애정을 쏟았던 설비와 장비를 헐값에 내놓는 공장장들이 속출했습니다.

“주변의 소중한 분들이 그 동안 많이 힘들어하셨던 걸 뒤늦게 깨닫게 되니 새로운 도전에 겁먹을 겨를도 없었어요.”

전문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양 대표는 회사 대표 겸 마케팅 총괄로 과감히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어렵게 만들어야 쉽게 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쓰리잘비’ 상품으로 2억 6000여 만 원 펀딩에 성공한 큐어라이프는 바이오에너지를 연구하고 황토 및 천연광물질을 원료로 하는 상품가공처리기술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이들이 만든 빗자루 쓰리잘비는 헤드 부분이 특수 고무로 되어 있어 먼지, 물, 가루, 털 등 다양한 오염환경을 쉽게 청소할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어렵게 만들어야 쓰는 사람이 쉽게 쓴다’, ‘어차피 탄로날 거짓말은 하지 말자’는 철칙을 가진 큐어라이프 사에는 청년층과 장년층이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양 대표는 “제조업이란 똑 같은 시설과 도구를 갖고도 완전히 판이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만큼 경험과 기술이 있는 장년들께서 큰 역할을 하시는 분야”라며 자사의 기술력도 이런 장년층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년층 직원들이 만든 고품질 상품을 마케팅하는 것은 청년들의 몫입니다. 청년들로 구성된 마케팅 팀은 아이디어 상품을 기획하고 제조를 위한 제반 사항을 파악해 각 공장에 배치하며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까지 전반적인 조율을 담당합니다. 청년층과 장년층이 서로를 인정하고 믿는 사내문화 덕에 회사 분위기도 따뜻하고 밝다고 합니다.


같은 메뉴여도 오래 정성들여 만든 것이 더 맛있듯 제품도 꼼꼼히 신경 쓸수록 더 좋은 것이 나온다는 게 양 대표의 지론입니다. 그는 쓰리잘비를 만들 때에도 최소한의 힘을 들여 편안하게 청소할 수 있도록 압력과 하중까지 계산해 설계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쓰리잘비’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제가 귀찮음이 좀 심한 편이라서요. (웃음) 청소는 하기 싫은데 바닥에 뭐가 밟히거나 주변이 너저분한 건 또 싫었어요. 머리가 길어서 돌돌이를 달고 살았는데 리필 값도 은근히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때 예전에 지내던 하숙집이 떠올랐어요.


공부할 때 잠깐 지냈던 하숙집이 화장실의 물기가 있으면 벽에 곰팡이가 피는 습하고 막힌 공간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주 바닥에 앉아 스퀴즈로 물을 긁어냈는데 당시 제조사 CEO셨던 아버지께 '이런 거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건의했던 게 쓰리잘비의 시초였어요.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제품을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이는 제품으로 제조하기 까지는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쓰리잘비의 헤드 제조를 위해 실리콘부터 EVA, ABS까지 모두 이용해 보았는데 저희가 의도한 제품에 어울리는 재질은 결국 고무였어요. 너무 마찰이 높아지면 바닥에 붙어서 끌려오지 않고, 너무 마찰이 낮으면 먼지를 긁어오지 못하니까요. 


재질을 결정한 뒤에도 미미한 비율 차이로 다양한 재료를 합성하고 신규 개발된 재료를 확인하며 현재 쓰리잘비에 적합한 합성 고무를 만들었죠.


이런 식의 시행착오를 거쳐 2018년에 출시했어요. 재질을 완성하는 데에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네요. 재질을 합성할 때 금형 안에서 녹아버린 쓰리잘비의 헤드를 떼어내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을 때는 감개무량했습니다.


▶ 큐어라이프 <쓰리잘비> 프로젝트

소비자들 덕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셨다고요.


펀딩에 참여해 주신 서포터분들의 문의에 댓글을 달면서 신이 났어요.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고객들이 이렇게 많구나, 아 이건 우리도 생각 못 해 본 부분인데… 하면서요. 사실 지금처럼 반려동물 관련용품 시장에 쓰리잘비가 입성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털이 잘 쓸리지 않아 고민이 커요’라는 후기가 쓰리잘비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 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죠.


신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지만 그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제품의 기본 용도를 정확히 인지하고, 또 각자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피드백을 더해 주는 분들이 펀딩 서포터 분들입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만난 게 우리 제품의 가장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양 대표는 “우리 브랜드 이념에 공감해 주고 제품을 함께 좋아해 주는데다 개선점까지 수시로 알려주는 고객이 있다는 건 제조업 하는 사람에게 가장 황홀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큐어라이프는 3차 펀딩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8월 일본 수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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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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