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과일들 모아 팔았더니..

조회수 2019. 7. 2. 17:1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맛과 품질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모양이 울퉁불퉁하거나 크기가 고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식재료들이 많습니다. 2011년 고향집을 떠나 메릴랜드주립대학에 입학한 미국 남성 벤 사이먼(Ben Simon·29)씨는 학교 식당에서 엄청나게 많은 음식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샌드위치를 사서 반만 먹고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한 번 음식쓰레기에 관심을 가졌더니 눈에 들어오는 것들도 많아졌습니다. 모양이 못났다, 어딘가에 부딪혀서 갈색으로 멍이 들었다는 등의 이유로 멀쩡한 과일과 채소들이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팔려 보지도 못 하고 폐기되는 재료들이 너무나도 아까웠던 사이먼 씨는 그로부터 4년 뒤 이런 못난이 재료들만 모아 파는 회사 ‘Imperfect Produce’를 설립했습니다.

출처: Imperfect Produce

그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미국 농장에서 수확한 작물의 20%가 외관상 문제로 상품성이 없다며 버려지는 걸로 추산된다. 대부분은 먹을 수 있는데도 아깝게 버려지는 것들”이라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사이먼 씨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 벤 체슬러(Ben Chesler·27)씨와 의기투합해 농가에서 못난이 작물을 공급받아 식료품점에 저렴하게 납품하는 사업 모델을 세웠지만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상품이 보기 좋지 않으면 안 팔린다며 이들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살 사람은 어딘가에 분명 있다”
출처: Imperfect Produce

결국 둘은 전략을 바꿨습니다. 못생겨도 맛만 좋다면 신경 쓰지 않는 고객,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데 관심 있는 친환경 성향 고객을 공략하기로 한 것입니다. 판매 방법도 집집마다 배달해주는 택배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집에 편하게 앉아 시중가격보다 30%가량 저렴하게 신선한 식재료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과일·채소·곡물·빵 등이 섞인 박스를 지정한 날에 배달 받을 수 있으며 박스에 포함되는 재료의 종류와 가격대에 따라 우리 돈 1만 4000원~4만 6000원 정도가 듭니다.

사이먼 씨는 “(식료품점들은) 아무도 우리와 계약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우리가 상점을 차리기로 했다”며 웃었습니다. 2015년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회사는 2019년 현재 미국 내 22개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20만 명 이상의 고객이 ‘못난이 과일/채소 배달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직원도 1000명 식재료는 미국 전역 농장 250여 곳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물량 중 절반 이상이 유기농으로 재배됩니다.

출처: Imperfect Produce

5인 가족 살림을 꾸리며 못난이 재료 배달서비스를 이용한다는 한 고객은 “일주일이면 115달러(약 13만 원)정도를 쓴다. 이제 집 근처 식료품점에서는 달걀, 우유, 고기 정도만 산다. 먹는 데 아무 지장 없는 재료들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돈과 시간도 절약되고 마트까지 차를 타고 갈 필요도 없으니 기름값도 아낄 수 있다”고 호평했습니다.

대학 재학 당시 카페테리아에서 버려지는 멀쩡한 음식들을 모아 꼭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 주는 비영리단체 ‘푸드 리커버리 네트워크’를 만들었던 사이먼 씨. 학생 시절의 목표를 사업으로 실현한 그는 현재 회사에 집중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활동을 정리했지만, 그가 만든 단체는 현재 미국 전역 230여 개 대학교로 퍼져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이먼 씨를 비롯한 밀레니얼 세대들은 창업을 할 때도 인간적이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이먼 씨는 “사업을 통해서 음식쓰레기, 기후변화, 공평한 음식분배 문제 등 한 차원 높은 논의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