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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아이 울자 같이 드러누운 놀이동산 직원

조회수 2019. 6. 19. 1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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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오가는 길바닥에서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펑 터져 버렸는데, 주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수근거린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괴로울까요.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깊이 상심한 자폐증 소년이 창피하지 않도록 같이 바닥에 누워 진정시켜 준 놀이동산 직원에게 칭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레노어 코펠만(Lenore Koppelman)씨와 남편 스티브 씨는 최근 아홉 살 된 아들 랄프(Ralph)와 함께 플로리다 주에 있는 유니버셜 올랜도 리조트 테마파크로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자폐증을 갖고 있는 랄프는 안정된 상태로 즐겁게 놀이동산을 즐겼고, 특히 ‘스파이더맨의 놀라운 모험’이라는 놀이기구에 탑승할 때가 되자 기대감에 들떴습니다. 줄 서 있는 동안에도 신이 나 있는 아이를 보며 레노어 씨와 스티브 씨도 흐뭇해 했습니다.

출처: Lenore Koppelman

그러나 랄프 가족이 탑승할 차례가 됐을 때 돌발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기구가 갑자기 고장난 것이었습니다. 어른이라면 잠시 허탈해하고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예상치 못 한 상황에 취약한 랄프는 큰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부부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오고 있음을 직감했고 아이의 울음 소리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랄프는 숨이 넘어갈 듯 비명을 지르고 울면서 바닥에 뒹굴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동정하는 눈길로 랄프를 바라보고 지나갔습니다. 부모로서 참 속상한 상황이었지만 한 번 패닉 상태에 빠진 랄프를 진정시키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출처: Lenore Koppelman

그 때, 연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놀이동산 직원 한 명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랄프 옆에 털썩 누웠습니다. 스파이더맨 기구를 운행하던 젠 웰첼(Jen Whelchel)씨였습니다. 젠 씨는 아이와 함께 누워 사람들이 행여나 아이의 몸을 밟지 않도록 공간을 확보하고 따가운 시선도 분산시켰습니다. 


그는 “괜찮아, 갑자기 기구가 고장나서 속상하지. 속상해 해도 돼”라고 랄프를 차분히 달래며 아이가 스스로 진정할 때까지 곁을 지켰습니다.


젠 씨 덕분에 랄프는 곧 안정을 되찾았고, 고맙다고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레노어 씨 부부는 벅찬 감동에 젠 씨를 포옹하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고, SNS에 이 아름다운 사연을 공유했습니다.

“랄프는 아주 멋지고 사랑스러우며 똑똑한 아이지만 가끔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요.

랄프가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자폐증에서 비롯된 통제불가 상태입니다. 자폐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상태를 단순한 짜증이나 화풀이로 오해하곤 하지만 아닙니다.

스스로의 감정에 압도당해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 하는 상황인 거죠. 그 때 젠 씨가 엄청난 도움을 주셨습니다.”

젠 씨는 랄프가 안정적인 호흡을 되찾고 자기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침착하게 기다려 준 뒤 아이를 기념품 가게로 데려가 갖고 싶은 선물을 고르라고 제안하기까지 했습니다. 랄프가 작은 수첩과 펜을 고르자 젠 씨는 더 비싼 걸 가져도 된다며 장난감들을 보여주었고, 완전히 평상심을 되찾은 랄프는 예의 바르게 “정말 괜찮아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자폐증 어린이에게 진심 가득한 배려를 보여 준 직원 젠 씨 이야기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CNN등 미국 언론에서도 주목했습니다. 


아버지 스티브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랄프가 공공장소에서 감정 조절이 어려워질 때 따가운 시선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젠 씨가 보여준 공감과 배려 덕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라며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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