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서 한 글자만 불 끄고 장사하는 사장님..왜?
일본 에히메현 유명 관광지 도고 온천 근처에 있는 로손(Lawson) 편의점 간판은 언뜻 보면 고장난 것처럼 보입니다. 맨 앞 글자인 L에만 불이 들어오지 않아, 밤에 보면 로손이 아니라 오손(AWSON)이 됩니다.
간판이 고장난 걸까요? 알고 보니 이 가게 사장님은 간판이 멀쩡한데도 일부러 L자에만 불을 켜지 않고 2년째 영업 중이었고, 여기에는 마음 따뜻해지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가게 간판 위에 제비 가족이 둥지를 틀었기 때문입니다.
사장님은 간판 빛에 제비가 편히 쉬지 못할까 봐 일부러 L자에만 불빛을 꺼 버렸습니다. 밝은 불빛을 좋아하는 까마귀가 제비 새끼를 노리지 못 하게 하려는 배려이기도 했습니다. 이 따뜻한 소식은 아사히신문, 허프포스트 재팬 등 일본 현지 매체에 소개됐습니다.
사장 요시모토 슈사쿠(吉本周作·47)씨는 “작년 5월 제비가 둥지를 만들었을 때부터 L글자에 불을 껐다”고 설명했습니다. 손님들과 이웃들은 간판을 언제 고칠 거냐고 계속 물었지만 요시모토 씨는 계속 그대로 놔 둘 거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내년에 제비가 또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내심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사장님의 마음을 알았는지, 제비 가족은 봄이 되자 정말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정말로 제비가 은혜를 갚은 것일까요. 새끼 새를 보호하기 위해 간판에 불도 끄고 영업하는 편의점이라는 미담이 퍼지자 지역 주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와서 간판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오가는 사람이 늘자 매출도 늘었습니다.
요시모토 씨는 “새끼들이 자라는 것을 보려고 매일 들러 주시는 손님도 있다”며 “마침 우리 지역 프로야구단의 마스코트가 제비이기도 하다. 무슨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제비 가족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