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해 드릴게요" DIY 상점 직원들이 '사서 일한' 감동적 이유
‘Do It Yourself’. 완제품을 사는 게 편하긴 하지만, 스스로 조립해서 만드는 손맛과 재미를 찾는 이들은 DIY 공구 상점을 즐겨 찾습니다. DIY는 재미도 있지만 비용도 아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목적에 맞춰 제작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최근 두 살배기 아들 로건(Logan Moore)의 보행 보조기를 만들기 위해 DIY 재료 상점 홈 디포(Home Depot)를 찾은 미국 부부 크리스티안 씨와 저스틴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부는 근긴장 저하증을 갖고 태어난 어린 아들을 위해 맞춤형 보조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CNN에 말했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아이에게 보행 훈련을 시킬 때가 됐다고 제안했지만 보행기를 사기가 망설여졌습니다. 일단 보험 혜택이 안 되는 데다가 지금 주문해도 보행기가 늦게 도착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유튜브를 보며 수제 보행보조기 제작법을 공부한 두 사람은 5월 24일 조지아 주 시더타운에 있는 홈디포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PVC 파이프와 바퀴, 작은 공구만 있으면 아이 키에 딱 맞는 보조기를 제작할 수 있었고, 셀프 집수리 용품을 많이 팔고 있는 홈디포 매장은 부부가 원하는 것들을 사기에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매장에 도착해 직원을 붙잡고 ‘아들을 위한 보행 보조기를 만들려고 하는데, 우리가 적어 온 재료들을 찾아 줄 수 있나요’라고 묻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직원이 “그런 거라면 우리가 지금 당장 조립해 드릴 테니, 가족끼리 쉬고 계시라”며 매장 관리자와 또 다른 동료직원을 부른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은 무어 부부에게 “가족끼리 아이스크림이라도 드시면서 느긋하게 쉬다가 한 시간 뒤에 오세요”라며 웃었습니다. DIY 물품 상점이었기에 직접 조립해 주는 서비스는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 한 부부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운다는 건 행복하지만 절대 평탄한 길은 아닙니다.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을 배려해 주는 직원 분들의 마음 씀씀이와 서비스 정신에 세상이 아직 아름답다는 걸 느꼈습니다.”
진심이 담긴 서비스 제안을 감사히 수락하고 한 시간 뒤에 돌아가 보니, 정말로 보조기가 완성돼 있었습니다. 결합부도 튼튼했고, 앞쪽 파이프에는 큼직하게 ‘로건’이라고 이름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로건도 보조기가 마음에 드는 듯 환하게 웃으며 보조기를 꼭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내디뎠습니다. 보는 사람 모두가 흐뭇한 광경이었습니다. 이 소식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져 CNN등 언론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조립에 참여한 직원 중 한 명인 제프 앤더슨(Jeff Anderson)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로건이 싱글벙글 웃으며 매장을 걷는 모습에 모두가 울면서 웃었습니다. 무어 씨 가족과, 이 작고 용감한 소년에게 축복만이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