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부동산' 모르고 전세계약..청년 울리는 전세 사기

조회수 2019. 5. 27. 13: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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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경기 용인시 A빌라에 전세로 입주한 직장인 김모 씨(33). 그간 모은 돈과 은행에서 대출 받은 4000만 원을 합쳐 전세금 5500만 원을 댔습니다. 그는 전세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3월 집주인 박모 씨(72)에게 전세금을 돌려 달라고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놀라서 알아보니 원룸 건물은 이미 신탁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가 있었습습니다.


“4월에 결혼했는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신혼집을 구하는 데 차질이 생겼어요. 5평짜리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김 씨는 집주인 박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박 씨가 잠적한 상태여서 전세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5개 동, 120가구 규모의 A빌라 전세 입주자는 약 60명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인근에 있는 명지대나 용인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거나 서울 강남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입니다. 이들이 박 씨에게서 돌려받아야 할 전세금은 3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상대로 계약 맺고 잠적


신탁은 건물주가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는 조건으로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것입니다. 박 씨는 2012년 4월 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 A빌라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맡겼습니다.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하게 되면 원래 소유자는 신탁회사와 저축은행의 허락 없이는 세입자 등을 상대로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대학생과 20, 30대 직장인들을 상대로 전세 계약을 맺은 뒤 전세금을 챙겨 잠적했습니다.


김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에 따르면 박 씨와 공인중개사들은 A빌라의 신탁 사실을 세입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쩌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세입 예정자가 신탁에 대해 물으면 “신탁회사가 전세 보증금을 한 번 더 보장해 주는 것이니까 믿고 계약해도 된다”고 둘러댔다고 합니다. 


그러나 신탁회사와 저축은행 측은 “박 씨에게 임대차 계약 권한을 준 적이 없기 때문에 박 씨가 세입자와 맺은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 신탁된 부동산 계약, 주의해야


박 씨에게 피해를 당한 세입자 32명은 5월 3일 용인 서부경찰서에 박 씨와 박 씨의 일을 봐준 공인중개사 3명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박 씨를 고소한 피해자들 대부분은 아직도 A빌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서 다른 곳에 집을 구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전세금 4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직장인 김모 씨(27)는 “내년 초에 결혼할 예정이었는데 신혼집을 못 구하니까 식을 미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다시 돈을 모아야 하는데 암담하다고 한탄했습니다.


올해 2월 서울 강남에 직장을 구한 또 다른 직장인 김모 씨(27)는 회사 근처에 새 집을 구할 생각이었지만 전세금 6000만 원을 받지 못 해 버스로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분쟁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 “원룸 등 신탁된 부동산에 전월세 계약을 맺을 때는 신탁회사가 신탁자(원소유주)의 임대차 계약에 동의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법원 등기소에 가서 신탁원부를 떼어보면 동의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이 글은 동아일보 윤다빈 기자의 기사 <“알바비 모아 마련한 돈인데” 대학생 등 60명 울린 전세 사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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